[비즈니스포스트] 케이뱅크의 세 번째 기업공개(IPO) 시도가 임박했다.

재무적투자자들과 계약 조건을 고려하면 늦어도 2026년 초에는 상장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케이뱅크 IPO 결전의 시간 다가온다, 최우형 기업가치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이 세 번째 기업공개(IPO) 도전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이 두 차례 상장 철회의 여파를 딛고 시장에서 기업가치 재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금융당국의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제도 도입 등 영향으로 잠시 관망세를 보였던 IPO시장이 4분기에 들어서면서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대어로 꼽혔던 중대형 선박기업 대한조선을 비롯해 명인제약, 에스투더블유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투자심리가 좋아졌고 시장 대기자금도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곧 상장 절차를 시작해야 하는 케이뱅크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IPO시장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 이상에서 확정된 비중이 1분기 65.2%, 2분기 88.9%, 3분기에는 93.8%로 높아졌다”며 “공모가 확정 현황을 볼 때 시장이 과거 호황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고 바라봤다.

박 연구원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우려 및 글로벌 국지전 등 불안요소가 있지만 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함께 증시 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어 IPO시장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유동성도 좋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15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78조651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8.6% 증가했다. 

투자자들이 주로 단기여유 자금 예치에 활용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94조5237억 원으로 집계된다.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4% 늘어났다.

다만 세 번째 IPO 도전을 앞둔 최 행장은 여전히 4조~5조 원대 기업가치 확보에 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3700선 위로 올라섰지만 은행주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 기조와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에 따른 비용·과징금 우려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가계대출 규제는 시중은행보다 인터넷은행 실적에 더욱 악재가 될 수 있다.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기업대출 등 여신 포트폴리오가 약하기 때문이다. 

올해 7월부터 도입된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확대 등은 새로운 변수다.

금융위원회는 기관투자자가 상장 당일 청약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것을 막고 장기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7월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들은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가운데 40% 이상을 의무보유 확약 기관에 우선배정해야 한다.

의무보유 확약이란 말 그대로 기관투자자가 공모주를 배정받을 때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제도 시행 전 의무보유 확약물량 비중이 평균 19% 수준이었는데 이번 개편으로 규모를 2배 넘게 확대했다.
 
케이뱅크 IPO 결전의 시간 다가온다, 최우형 기업가치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

▲ 케이뱅크가 을지로4가역 역명병기 계약을 맺었다고 14일 밝혔다. 사진은 예시 이미지. <케이뱅크>


의무보유 확약 확대는 상장 뒤 주가 안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케이뱅크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공모가를 확보하는 것이 IPO 성공의 핵심 요인인 만큼 제도 개편으로 부담이 커졌다는 시선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앞서 2021년 7월 사모펀드운용사들로부터 투자금 7250억 원을 유치하면서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하지 못하면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 권리를 부여했다. 또 투자자에게 연 8%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하기로 했다.

공모물량 등 세부 설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 조건을 충족하려면 공모가는 최소 약 9천 원 수준, 기업가치는 4조 원에 근접해야 한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이것도 보수적으로 산정한 수치다.

케이뱅크는 앞서 2022년 기업공개 추진 당시에는 기업가치 7조~8조 원대를 목표로 했고 2024년에는 희망 공모가 범위를 9500~1만2천 원으로 제시했다. 희망 공모가 상단을 기준으로 보면 회사가 원하는 기업가치는 최대 5조3천억 원 수준이다.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현재 케이뱅크의 추정 시가총액은 3조3061억 원으로 집계된다.  

최 행장은 IPO 막바지 준비에 속도를 내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과 브랜드 마케팅 강화로 기업가치 높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케이뱅크는 최근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와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제휴 연장에 성공했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개인사업자대출에서는 부동산담보대출 상품 범위를 상호금융권으로 넓히면서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사옥이 있는 서울 을지로4가역에 케이뱅크 이름을 붙이는 역명병기 계약을 맺어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인터넷은행 가운데 첫 사례다. 

케이뱅크는 2017년 출범한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이다. 2025년 10월 기준 고객 수는 1500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 3분기 말 자산 규모는 33조4천억 원에 이른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