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파운드리 고객 '3년 전 선주문' 필요, 삼성전자 인텔 수주 더 어려워져

▲ TSMC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최대 3년 전에 반도체 생산 논의를 시작해야 적기에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가 점차 자리잡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인텔 등 경쟁 파운드리 업체로 고객사들이 눈을 돌리기 어려워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TSMC 반도체 공장 내부 사진.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의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이 고도화되며 고객사들이 최소 2~3년 전에 주문을 맡겨야만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사례도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 구조는 TSMC의 실적 안정성을 높이고 투자 리스크를 낮추는 한편 경쟁 파운드리 업체인 삼성전자와 인텔의 추격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7일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콘퍼런스콜에서 다른 기업과 경쟁을 언급하는 대신 중장기 투자 계획과 사업 전망을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고 보도했다.

TSMC는 전날 콘퍼런스콜을 열고 거의 모든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2나노 및 차세대 A16(1.6나노급)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웨이 회장은 TSMC가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 증가에 따라 생산 물량을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하고 이에 맞춰 투자를 실행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단순한 파운드리 사업 구조에서 점차 벗어나 사전에 설계 및 제조 계획을 더 긴밀하게 공유하고 협업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의미다.

디지타임스는 최근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설계가 복잡해지면서 이러한 협업 과정에 들이는 시간이 2~3년 정도까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TSMC에 반도체 주문을 맡기려면 최대 3년 전부터 협의를 시작해야 적기에 물량을 생산에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디지타임스는 TSMC의 이러한 협력 체계가 반도체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는 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바탕으로 설비 투자도 진행한다면 반도체 공급 과잉이나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아져 실적에 가시성을 확보하고 투자 효율성도 높일 공산이 크다.

TSMC의 이러한 변화는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인텔에 더욱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고객사들이 수 년 전부터 TSMC와 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을 논의해야만 구조가 일반화되면 다른 업체에 제조를 맡기는 일은 자연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파운드리 고객사가 수 년 전에 주문을 넣어야 하는 구조에서 다른 파운드리 업체로 전환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이는 삼성전자와 인텔에 큰 악재”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