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법원은 1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대법원은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위자료·재산분할 사건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원의 금전 지원을 배우자 기여로 본 원심이 재산분할 비율을 잘못 산정했다며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부공동재산 형성과 무관한 제3자의 금전지원은 재산분할 기여 분으로 볼 수 없다”며 “최 회장이 부부 재산과 관련해 제3자에게 증여하거나 처분한 재산도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2심의 20억 원 위자료 지급 판결은 재량 범위 내 판단으로 보고 이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두 사람의 재산분할 비율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대법원이 항소심의 재산분할 1조3808억 원을 그대로 인용했다면, 최 회장이 주식담보대출과 보유 지분 매각 등을 통한 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대법원이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서 최 회장은 재산분할과 관련한 최악의 경우는 피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태원 회장의 1조3808억 원 현금 지급이 확정된다면, 최 회장 측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SK의 배당 정책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며 “반면 파기환송(고등법원 재심리)으로 재산분할금이 감소하면, 자사주(24.8%) 소각을 통해 최 회장의 SK 지분율을 33.9%까지 끌어올리며 경영권 안정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은 지난해 5월 항소심을 통해 역대 최대 재산분할 규모인 1조3808억 원이 정해져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최 회장은 2015년 말 언론을 통해 성격 차이로 노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2020년 2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12월 노 관장의 재산 분할 규모를 665억 원, 위자료를 1억 원으로 판결했다.
최 회장은 선대회장으로부터 증여·상속 받은 SK그룹 주식이 ‘특유 재산’이기 때문에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특유 재산은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 재산으로 이혼 시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노 관장 측은 1심 판결을 놓고 최 회장 소유의 SK주식이 특유재산이 아니며, 노태우 정부 시절 그룹으로 흘러들어온 300억 원이 재산 증식에 기여했기 때문에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4조115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 비율로 현금 분할해야 한다며 노 관장에 1조3800억 원 지급을 판결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간의 비자금 제공을 비롯한 ‘정경유착’으로 SK그룹이 성장했다는 점을 들어 1심보다 약 20배 큰 1조3808억1700만 원을 노 관장의 몫으로 본 것이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