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앤아웃' 팝업 문도 열기 전 매진, 새벽 3시부터 줄 섰지만 버거 맛 놓고 '호불호'](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10/20251015172703_71789.jpg)
▲ 15일 오전 9시경 서울 강남구 ‘스케줄 청담’에서 인앤아웃 버거 팝업스토어가 열리기 2시간 전 대기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15일 수요일 오전 8시40분쯤 서울 강남구 ‘스케줄 청담’. 직장인들이 한창 출근할 시간이지만 이곳에는 건물을 ‘ㄴ’자 모양으로 둘러싼 때 아닌 장사진이 펼쳐졌다.
이날 미국 버거 브랜드 ‘인앤아웃 버거’(In-N-Out Burger)가 2년여 만에 한국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그것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단 4시간. 약 500인 분 한정 수량으로.
인앤아웃은 파이브가이즈, 쉐이크쉑과 더불어 미국 3대 버거로 꼽히지만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 매장이 없다. 이날이 아니면 국내에서는 또 언제 맛볼 수 있을 지 기약이 없다.
대기줄 첫 번째 손님인 20대 대학 휴학생 윤씨는 “10년 전 미국 여행에서 먹었던 인앤아웃 버거 맛이 잊혀지지 않아 새벽 3시부터 줄을 섰다”고 말했다.
그의 뒤로도 캠핑의자, 돗자리 등을 펼치고 새벽부터 기다림을 자처한 이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줄을 선 이들은 20~30대 젊은층이 주를 이뤘다. 그 가운데도 미국에서 인앤아웃을 접한 뒤 팝업 개점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이 다수였다.
송파구에 사는 20대 취업준비생 이씨는 “2년 전 로스앤젤레스(LA) 여행에서 방문했던 인앤아웃의 맛과 분위기를 다시 느껴보고 싶어 인스타그램 공지를 보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인앤아웃은 전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날 팝업스토어 개점을 기습 공지했다.
물론 인앤아웃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함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20대 고씨 자매는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데 인근에 인앤아웃 팝업이 열려 궁금해서 왔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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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앤아웃 버거 미국 본사 직원이 대기줄의 손님들에게 팔찌를 나눠주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아내와 함께 대기줄에 선 30대 직장인 A씨는 “미국 출장을 가서 인앤아웃을 먹어봤는데 아내에게도 맛을 보여주고 싶어 팝업스토어를 찾았다”고 말했다.
194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첫 매장을 연 인앤아웃은 창립 뒤 미 서부를 중심으로 400여 개 매장을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선 이따금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뿐 정식 매장이 없다. 이는 신선한 재료를 당일 배송할 수 있는 곳에서만 매장을 연다는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주문과 서빙을 맡은 일부 인원을 제외하곤 이날 팝업에 동원된 셰프, 스태프들도 모두 미국 본사 직원들로 채워졌다.
다만 세관 절차가 까다로워 버거에 들어가는 채소와 빵, 패티 등 주요 재료들의 상당 부분은 한국, 홍콩 등에서 공수했다.
인앤아웃 파트너사 관계자는 “음식 관련 세관 절차가 까다로워져 빵과 치즈 등을 모두 들여오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다행히 한국 코스트코 등에서 미국에서 쓰는 것과 같은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어 재료 확보에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앤아웃 직원들은 대기줄의 손님들에게 팔찌를 나눠줬다. 팔찌를 받은 사람까지는 버거를 살 수 있다고 했다.
10시10분쯤. 본사 직원이 손을 흔들며 ‘솔드 아웃!’(Sold out, 매진)이라고 외치자 어느새 ‘ㄷ’자 모양으로 300m 넘게 늘어진 대기줄 후미가 술렁였다.
다만 대기 줄은 그 뒤로도 더 길어졌다. 마지막 팔찌를 받은 손님 뒤에 선 20대 대학생 C씨는 “미국 여행을 갔을 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왔는데 아쉽다”라며 “앞 쪽에 친구가 줄을 서고 있어 남는 버거가 있는지 더 기다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대기를 포기하는 이들이 팔찌를 반납하면서 C씨는 버거를 받을 수 있었다.
기자는 11시45분에 팝업스토어에 들어갈 수 있었다. 버거를 받기까지는 10분이 더 걸렸다. 줄을 서고 버거를 맛보기까지 3시간이 넘게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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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인앤아웃 버거 팝업스토어에서 3시간 넘는 대기 끝에 구매한 더블더블 세트 메뉴. <비즈니스포스트>
인앤아웃은 ‘가성비’ 높은 버거로 잘 알려졌지만 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2023년 팝업 당시보다 가격이 2배 정도 올랐다. 높아진 환율을 고려해도 크게 뛰었다.
물론 오픈런을 감행해 버거를 손에 넣은 손님들에게 오늘 하루 만나는 인앤아웃의 가격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기자는 대표 메뉴인 더블더블 세트를 주문했다.
어렵게 마주한 인앤아웃 버거. 맛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맛있는 햄버거였다.
양상추, 양파, 토마토 등 채소의 신선도는 어느 버거보다 뛰어났다. 패티 두 장이 들어가고 그 사이 치즈를 가득 채웠지만 느끼하지 않았다. 패티의 육즙과 풍미도 모자라지 않았다.
미국 본토에만 있는 버거라고 했을 때 예상했던 짠 맛과 강한 소스향과는 거리가 먼, 균형이 잘 맞춰진 맛으로 느껴졌다. 물론 3시간 넘는 기다림을 제외한 평가다.
길었던 기다림 때문일까, 재료를 모두 현지에서 공수하지 못한 탓일까.
이날 팝업에서 버거를 맛본 손님들의 평에는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많이 묻어있었다. 앞서 기자와 인터뷰했던 A씨는 “미국에서 먹었던 맛과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며 아쉬워했다.
A씨의 아내 B씨는 “패티가 차갑고, 감자칩은 너무 딱딱하다”며 “솔직히 실망”이라고 지적했다.
20대 여성 박씨도 “2년 전 미국에서 인앤아웃 버거를 먹어봤는데 거기가 훨씬 맛있었다”며 “번 맛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현장] '인앤아웃' 팝업 문도 열기 전 매진, 새벽 3시부터 줄 섰지만 버거 맛 놓고 '호불호'](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10/20251015173048_41269.jpg)
▲ 인앤아웃 대표 메뉴인 더블더블 버거는 채소의 높은 신선도가 특히 눈에 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물론 호평도 있었다.
20대 여대생 서씨는 “미국에서 먹어봤는데 오래돼서 맛이 비슷한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맛있다. 튀는 맛이 없이 깔끔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인앤아웃은 2012년을 시작으로 2015년, 2019년, 2023년, 이날까지 서울에서 5차례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국내 매장이 없어 본사가 임시 매장을 열 때마다 한국 진출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업계에서는 팝업 운영을 상표권 보호 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인앤아웃 버거는 2012년 한국에 상표권을 등록했는데 3년 이내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앤아웃 버거 관계자는 국내 진출 가능성을 열어 뒀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 정식 매장을 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팝업스토어를 자주 열 것 같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