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캐즘' 끝없는 절벽 되나, 포드 이어 GM도 '돈 버리는 사업' 그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메리 바라 GM CEO가 2017년 3월15일 미시간주 입실런티타운쉽에 위치한 이동수단 연구기관인 ACM을 함께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일명 미국 ‘빅3’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관련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모두 관련 투자를 대폭 줄여야 하는 처지까지 몰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정책 영향까지 겹쳐 투자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인데 빅3 기업과 협업하는 한국 배터리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GM은 14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전기차 투자금 16억 달러(약 2조2800억 원)를 손상차손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GM은 이번 보고서에 미국 세액공제 종료와 배출가스 감축 의무 폐지 등으로 전기차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해 전기차 생산을 재조정하겠다고 명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GM이 적자를 내는 전기차 라인업을 개선하고 수익성이 높은 내연기관차를 판매할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포드도 전기차 관련 사업 규모와 투자를 축소했다. 

포드는 3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계획 취소를 비롯해 회계장부상 전기차 제조 설비 가치를 4억 달러(약 5686억 원) 줄였다고 CNBC가 14일 전했다.  

포드 전기차 사업부가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20억 달러(약 17조 원) 누적 손실을 기록해 내연기관차용으로 생산 라인을 돌리고 전기차 관련 자산 가치는 낮춘 것이다. 

스텔란티스도 13일 미국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130억 달러(약 18조5700억 원) 신규 투자를 발표했는데 전기차 투자는 일부 모델에 불과했다. 

전기차 사업이 ‘돈 먹는 하마’가 되면서 미국 빅3 모두 전기차 전략에서 돌아서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매출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GM을 비롯한 완성차 제조업체는 (전기차) 계획을 축소해야 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전기차 '캐즘' 끝없는 절벽 되나, 포드 이어 GM도 '돈 버리는 사업' 그쳐 

▲ 5월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션사이드에 위치한 한 전기차 충전소를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연합뉴스>

미국은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지원책을 펴며 전기차 산업을 적극 밀어줬다. 

그러나 부족한 충전 설비와 높은 가격 등 걸림돌로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예상보다 부진한 상황이 이어졌다. 

조사업체 로모션은 올해 들어 9월까지 미국을 포함한 북미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집계했다.

하지만 중국(24%)과 유럽(32%) 등 다른 지역은 전기차 판매량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결국 미국만 홀로 뒤처지게 됐다.

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세액공제를 올해 9월 종료하고 배출가스 규제 철회를 고려하는 등 전기차에 부정적인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세액공제가 끝나는 올 4분기부터 미국 전기차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중론이라 빅3 기업도 이에 맞춰 투자를 줄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전기차 투자 동력이 사실상 마비됐다”고 평가했다.

이와 별도로 캐나다와 영국, 유럽연합(EU) 쪽도 전기차 판매 의무화를 폐지하거나 목표 달성 시점을 연기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유럽 내 완성차 업체들이 품질과 가격 면에서 중국 전기차에 밀리면서 자국 제조업에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요컨대 미국 전기차 시장이 판매량 반등은 물론 수요 회복마저 의심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면서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 장기화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와 현대차그룹 등 전기차 시장에 대거 투자한 한국 기업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전기차 야망 후퇴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