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우봉 풀무원 대표이사가 올해 해외사업에서 첫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해외 시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이우봉 대표. <풀무원>
이우봉 풀무원 대표이사는 지난해 회사가 사상 첫 매출 3조 원 달성한 직후 수장에 올라 회사의 지속적 외형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해외사업 적자 지속이 전사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이우봉 대표는 올해 해외사업에서 첫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최대 시장인 미국사업 확대와 유럽 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3일 풀무원 실적 공시 자료를 종합하면 2년 동안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냈던 영업이익률이 올해 들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풀무원은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6326억 원, 영업이익 1308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5% 늘고, 영업이익은 5.2%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1.9%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 3조 원을 달성한 국내 11개 식품업체 가운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1%대를 기록한 곳은 풀무원뿐이다. 앞서 풀무원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0.9%로 바닥을 찍은 뒤 2023년 2.1%, 지난해 2.9%로 상승했다.
풀무원의 수익성이 좀처럼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해외사업 적자가 확대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풀무원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국내식품제조유통부문은 올해 상반기 신제품 출시와 고수익 채널 확대 전략에 힘입어 영업이익을 크게 개선했다. 반면 해외사업은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클럽 채널 판매 조정 영향으로 매출이 줄면서 적자 폭이 확대됐고, 일본법인도 고수익 제품 중심 사업조정 여파로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기준 풀무원의 해외 매출은 6351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했다. 그 가운데 국가별 법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70%, 일본 15.5%, 중국 14%였다.
풀무원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쓰며 사상 처음 매출 3조 원을 달성했다. 다만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데다 지금껏 해외에서 연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높은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육박한 삼양식품의 영업이익률은 20%에 육박한다.
이우봉 대표 역시 해외사업 확장을 올해 핵심 경영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풀무원은 올해 미국 법인과 이를 포함한 해외사업 전체에서 각각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또 올해 안에 유럽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풀무원은 최근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아누가 2025’에 처음으로 참가해 두부, 아시안 누들, K간식, 식물성 지향 혁신 제품 등 45개 제품을 전시하고 현지에서 관심도 높은 만두, 냉면, 떡볶이, 김치 등의 시식행사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행사에 직접 참석해 현지 시장 초기 마케팅에 힘을 실었다.
다만 풀무원이 유럽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K푸드 제품들은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소비되던 제품이 확장된 경우가 많지만 풀무원은 국내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지닌 제품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K푸드 수출을 이끌고 있는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경우 2012년 출시 뒤 매운 음식 유행을 타고 대중화를 이뤘고,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 역시 출시 이듬해인 2014년 ‘고향만두’를 제치고 국내 만두 시장 1위를 꿰찼다.
더욱이 저조한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는 풀무원으로서는 현지 시장 확대를 위한 대대적 마케팅을 펼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유럽 현지 유통 파트너십 기반을 강화하고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제품군과 판매 채널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유럽 법인 설립을 준비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 독일 현지 공영방송사 WDR(서독일방송) 소속 기자가 '아누가 2025' 행사장 내 풀무원 부스를 취재하고 있다. <풀무원>
풀무원은 미국에서 두부 신규 판매채널 입점 확대와 현지 창고형 할인마트 자체브랜드(PB) 제품 출시를 통한 현지 사업 수익성 개선을 노리고 있다.
미국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도 지속해왔다. 풀무원이 2023년 계획을 밝힌 뒤 미뤄왔던 미국 메사추세츠주 소재 아이어 두부공장 증설 투자가 4분기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설비를 가동하면 해당 공장 생산능력이 약 50% 늘어난다. 앞서 2021년과 2023년에도 미국 풀러튼 공장의 두부 생산라인과 길로이 공장의 생면 생산라인을 각각 증설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풀무원은 미국에서 두부 신규 입점과 PB 제품 확대로 3분기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며 “4분기 턴어라운드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고 내다봤다.
풀무원 중국 법인의 냉동김밥 판매 호조는 해외사업 수익성 개선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풀무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적 한국 김밥 붐이 일자 아직 주류 채널에 냉동김밥이 진출하지 않은 중국시장에 지난해 9월 ‘한식 참치김밥’ 제품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현지 젊은층 사이에서 인지도를 빠르게 키우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량이 목표치의 1.6배 이상을 달성했다. 금액 기준으로 약 102억 원 규모다.
회사는 내년까지 중국 냉동김밥 판매 제품을 4종으로 늘리고 냉동 비빔밥, 냉동 떡볶이 등 냉동김밥을 한식 카테고리로 확장해 해당 매출을 2배 이상인 200억 원대로 키울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중국 법인 연간 매출의 23%에 이르는 규모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법인 흑자 달성과 중국 법인의 성장이 풀무원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미국 법인의 턴어라운드가 주가 리레이팅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며 “중국 고성장에 더해 하반기 미국 턴어라운드 기대가 남아 있다는 점은 멀티플(적정가치 배수) 확장의 근거”라고 말했다.
올해 초 풀무원 수장에 오른 이 대표는 1988년 입사 후 풀무원식품, 풀무원푸드머스, 풀무원샘물에서 경영지원, 구매, 외식사업 등을 두루 맡았다. 2019년 주요 계열사인 풀무원푸드앤컬처 대표에 올라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웠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