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애플이 '비전프로' 가격과 성능을 낮춘 보급형 제품 개발을 포기하고 메타 스마트글라스와 경쟁할 수 있는 신제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애플의 혼합현실 헤드셋 형태 공간 컴퓨터 '비전프로'.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를 예고한 ‘프로젝트 무한’ 헤드셋이 아닌 메타 스마트글라스와 경쟁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제시된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비전에어’라는 이름으로 출시가 예상됐던 보급형 혼합현실 헤드셋 출시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전에어는 지난해 초 출시한 비전프로 대비 사양을 낮추고 원가를 절감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며 무게도 가벼운 제품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애플이 최근 관련 제품의 개발 조직을 재편하며 비전프로 보급형 제품보다 스마트글라스에 역량을 집중하는 쪽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글라스는 눈을 완전히 덮고 머리에 쓰는 형태의 헤드셋이 아닌 일반 안경이나 선글라스처럼 가볍고 일상에서 착용한 뒤 활동하기 편리한 제품이다.
메타가 해당 분야에서 확실한 선두주자로 자리잡고 있으며 최근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형태의 신제품도 선보였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그동안 주류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제품에는 많은 투자를 벌이지 않는 조심스러운 전략을 써 왔다”며 이런 변화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비전프로와 같은 고성능 혼합현실 헤드셋이 이른 시일에 대중적으로 보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미국 기준 3499달러(약 500만 원)부터 판매되는 비전프로의 높은 가격과 불편한 착용감, 무게와 앱 생태계 부족 등이 한계로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능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휴대와 착용이 편리한 스마트글라스가 더 유망한 제품으로 주목받게 됐다는 것이다.
메타 스마트글라스는 이미 일상에서 쓰고 다니기 무리가 없는 디자인과 무게, 편의성 등 장점을 인정받아 빠르게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 메타와 레이밴이 협업해 출시한 스마트글라스 홍보용 이미지.
따라서 애플이 비전프로 보급형 제품보다 스마트글라스 개발 및 출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은 훌륭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메타가 이미 스마트글라스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자리잡은 만큼 애플도 최대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해 경쟁을 노리는 일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애플은 이미 개발중인 비전프로 헤드셋의 가격대 및 높은 성능을 유지하는 후속 제품 출시는 여전히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도 10월 중 비전프로의 경쟁작으로 꼽히는 혼합현실 헤드셋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그러나 스마트글라스 역시 개발중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비전프로 보급형 제품으로 삼성전자의 헤드셋 형태 제품과 경쟁을 벌일 가능성은 낮아진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구글과 협력해 개발하는 스마트글라스도 이른 시일에 시장에 출시된다면 메타와 애플, 삼성전자 사이 ‘3파전’이 벌어지게 될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이미 비전프로에 선보였던 전용 운영체제 ‘비전OS’를 스마트글라스 제품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애플의 자체 반도체 설계 능력과 소프트웨어 및 운영체제 생태계 경쟁력도 강점으로 꼽혔다. 이는 메타와 삼성전자 대비 우수한 역량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메타가 앞서 나간 분야에서 결국 추월에 성공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500달러(약 71만 원) 이하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면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블룸버그는 애플이 경쟁사 대비 뒤처진 인공지능(AI) 관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스마트글라스 성공에 관건이 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