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성수와 이창재 각자대표가 이끄는 대웅제약이 국내외 시장에서 모두 매출성장을 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업계에서는 이처럼 국내외 의약품 시장과 전략이 다른 경우,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인물을 각자대표로 세우는 방식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는 모두 국산 신약 전문의약품이지만 공략 시장과 경영 전략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박성수 대표는 보톨리눔톡신의 글로벌 마케팅에, 이창재 대표는 국내 신약의 국내 영업네트워크에 집중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올해 상반기 보톨리눔톡신 나보타의 수출 성장을 이끌어 상반기 매출 115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성장시켰다.
이 대표는 신약 펙수클루의 3분기 외래 처방금액을 21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상승시켰다.
각자대표의 시너지로 대웅제약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4054억 원, 영업이익 57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5%, 36.7% 증가했다.
◆ 연구원 출신으로 미국법인장 거친 박성수,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나보타 성장 이끌어
박성수 대표가 글로벌 협력사 네트워크를 앞세워 보톨리눔톡신 ‘나보타’의 해외 시장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보톨리눔톡신 시장은 미용·성형 중심의 산업 특성상 브랜드 인지도와 빠른 글로벌 레퍼런스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박 대표는 나보타 사업본부장 시절부터 제품을 직접 이끌며 아시아 톡신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해 미국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그는 현지 파트너십 전략으로 나보타(미국명 주보) 출시 5년 만에 미국시장 점유율 2위(13%)를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은 3600억 원에 달했다.
대웅제약은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통해 북미를 넘어 유럽 5개국과 호주 등 5개 대륙으로 공급망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신흥시장에서도 파트너와의 협력관계를 확장하고 있다.
멕시코 협력사 목샤8과 2018년에 이어 올해도 1800억 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콜롬비아 발렌텍파르마와 341억 원 규모, 아시아 몬타나 마케팅과 738억 원 규모 계약도 연이어 맺었다.
중동에서도 이라크와 바레인, 쿠웨이트 등 10개국과 수출계약을 맺어 공급망을 확보했다.
박 대표의 행보에는 연구원 출신으로서의 이력과 해외경험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약화학 석사를 마친 뒤 대웅제약 미국법인장과 나보타 사업본부장을 거치며 글로벌 시장개척을 주도했다.
국내 보톨리눔톡신 시장은 과잉경쟁으로 시술단가가 10만 원대에서 3만 원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에 대웅제약은 성장 잠재력이 큰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미국·유럽·중국 3대 시장이 80%를 차지하며, 2021년 기준 약 31억 달러 규모로 성장세가 뚜렷하다.
다만 과제도 남아있다. 박 대표는 나보타 의존도를 낮추고 신약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가 국가 보톨리눔톡신의 국가 핵심기술의 지정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의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그동안은 정부가 톡신을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해 두었기 때문에 중국을 비롯한 해외 경쟁사가 원천적으로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보톨리눔톡신은 균주 배양과 관리, 생산 등에서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국가별 규제도 까다로워 초기 진입에 성공한 기업들이 독보적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대웅제약은 그동안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를 획득해 시장을 선도해 온 것으로 평가됐다.
◆ 이창재 ‘펙수클루’ 국내 기반 안정적 확보, 의료보험 성장국 중심 글로벌 확장 본격화
이창재 대표가 국내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쌓아온 탄탄한 영업망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매출확대와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웅제약 대표이사로 선임돼 현장경험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2002년 대웅제약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뒤 마케팅PM과 영업소장을 거치며 국내 네트워크를 촘촘히 쌓아왔다.
업계에서는 국내 전문의약품 시장이 간납사와 약국·병원 중심의 고착화된 유통구조를 갖춘만큼 그가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펙수클루는 2022년 출시된 뒤 5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0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 누적 매출 500억 원을 넘긴 데 이어 올해는 1천억 원을 넘어섰다.
이 대표는 최근 국내에서의 안정적 매출기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경쟁포화와 낮은 약가수준으로 성장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펙수클루는 칼륨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의 차세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장기복용과 보험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이 대표는 공공 의료보험체제를 갖춘 신흥시장 위주로 공략하고 있다. 특히 인도와 중남미 시장에서 P-CAB 수요 선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PPI) 시장이 포화된 지역보다 차세대 모델(P-CAB)의 수요 선점 가능성이 높고 의약품 규제도 비교적 덜 복잡하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생활습관 변화와 고지방·고열량 식습관 확산으로 위식도역류질환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지속적 수요도 기대된다.
인도의 경우 의료 서비스가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으로 양분돼 운영되며 보험가입률은 20% 수준이다.
최근 인도는 새로운 공공 의료보험 제도 도입을 위해 17억1400만 달러 규모의 재원을 조달하고 있어 빠른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
인도 소화성 위장용 치료제 시장 규모는 1조5천억 원으로 중국과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에 속하고 인구의 38%가량이 위식도 역류질환을 앓고 있어 수요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시장도 전망이 긍정적이다.
한국무역협회(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은 공공 의료서비스가 전체 금액의 70%가량을 보장하며 전체인구의 80% 정도가 공공의료보험에 의존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4월 인도 진출을 시작으로 글로벌 확장에 본격 나섰다. 인도 진출은 현지 점유율 1위 제약사인 선파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뤄졌다.
펙수클루는 인도 외에도 멕시코, 칠레, 에콰도르 등 6개국에 출시됐다. 올해 9월에는 중국 품목허가도 받았다. 현재 30여 개국에 진출해 2027년까지 100개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팩수클루 내수비중은 95% 이상이지만, 지난해 수출비중은 4.65%로 2023년보다 4%포인트 성장했다.
이와 함께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도 주요 국가에서 허가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도미니카공화국, 러시아 등 7개국에서 허가신청을 완료했다.
이 대표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단일 품목으로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1품 1조 비전을 통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육성하겠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