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붐과 함께 메모리반도체가 호황 국면에 집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심텍과 티엘비 등 국내 반도체 회로기판 업계에도 실적 훈풍이 불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서버용 DDR5 D램을 비롯해 그래픽용 D램 ‘GDDR7’과 엔비디아가 개발한 저전력 메모리반도체 모듈 ‘소캠(SOCAMM)’ 등을 위한 기판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판 업체들의 호황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일 반도체 기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따라 기판 제조업체인 심텍과 티엘비의 2026년 영업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1987년 설립된 심텍은 국내 인쇄회로기판(PCB)과 반도체패키지기판(SPS)을 제조하는 업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에 기판을 공급하고 있다. 티엘비는 2011년 대덕전자로부터 분사해 설립된 PCB 전문 업체로, SK하이닉스 등에 기판을 공급하며 급격히 성장했다.
대신증권은 심텍이 내년 124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전망치인 340억 원에서 4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심텍은 2023년 880억 원, 2024년 47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했지만, 올해부터 본격적 성장세가 예상된다.
실적 개선은 올해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심텍은 지난 2분기 2개 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매출 3408억 원과 영업이익 5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9%, 50% 늘어난 수치다.
IBK투자증권은 심텍이 3분기 매출 3594억 원과 영업이익 222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4340% 늘어난 규모다.
메리츠증권은 티엘비가 올해 231억 원, 내년 374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티엘비가 지난해 3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을 고려하면, 2026년에는 10배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티엘비는 올해 3분기 매출 674억 원과 영업이익 89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 45%, 영업이익 217% 급증한 실적이다. 4분기에도 매출 707억 원, 영업이익 8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판 업계 성장에는 ‘AI 붐’이 존재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급격히 늘리며 메모리반도체와 기판 수요가 함께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4대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에 총 3500억 달러(약 486조 원)를 투자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67.4% 늘어난 규모다. 미국 투자매체 바론은 이들의 2026년 투자 규모가 4330억 달러(약 60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에는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더 많은 수의 서버용 D램과 낸드 기반 저장장치(SSD)가 필요하다. 이에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심텍과 티엘비 모두에 서버용 DDR5 기판 주문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전자의 그래픽용 D램 'GDDR7' 홍보 이미지. <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심텍은 그래픽용 D램 ‘GDDR7’ 기판을 공급하며 상당한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중국용 AI 반도체 ‘B40’과 개인용 그래픽처리장치(GPU) ‘RTX’ 시리즈에 GDDR7을 탑재, 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심텍은 GDDR7 매출 확대로 연결기준 영업이익의 개선이 전망된다”며 “엔비디아가 중국향 반도체 공급 확대를 위한 AI 추론 관련 제품에 GDDR7을 적용하여 한국과 일본에서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비디아가 메모리반도체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와 개발한 저전력 메모리반도체 모듈 소캠(SOCAMM) 역시 심텍과 티엘비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소캠은 탈부착이 가능한 메모리반도체 모듈로, 저전력 D램 ‘LPDDR’을 사용해 만든다. 전력효율이 높고 사용성이 편리해 엔비디아가 내년 출시할 AI 반도체 ‘루빈’에 탑재되며, 향후 자율주행차와 로봇 등에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메모리 제조사의 소캠 출하 급증에 힘입어 티엘비는 2026년 소캠 매출이 511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평균판매가격(ASP) 역시 서버용 DDR5 기판 대비 크게 상승하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 실적 개선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