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했던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귀국과 동시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 수습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안았다.

이 위원장은 금융위 폐지안이 최종 철회된 상황에서 ‘생산적 금융’과 ‘금융소비자 보호’, 화재 사태 수습 등 주요 현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며 금융위 존속 이유를 입증해야 한다.
 
 '생산적 금융' '소비자 보호' '화재 수습', 금융위원장 이억원 발걸음 빨라진다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생산적 금융으로 대전환에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권은 이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피해가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금융거래 때 필요한 행정정보가 자동접수 되도록 디지털화가 이뤄진 상태에서 결함이 생겼기 때문이다.

화재 발생 후 여러 날이 지났지만 여전히 주요 금융사 앱에 접속하면 정부시스템 점검으로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등의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다는 안내가 뜨고 있다.

구체적으로 실물 주민등록증을 통한 본인인증이 불가능해 비대면 계좌개설, 비밀번호 재등록, 고객확인 업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24를 이용한 대출상품 업무도 중단됐다.

금융위 홈페이지 역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에 따른 시스템 점검으로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전날 오후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긴급 2차 대응회의 열고 대응체계를 이억원 원장이 직접 지휘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로 격상하기로 결정했다.

이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미국 순방길에 동행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화재가 발생한 26일 밤 한국에 없었다. 지난 주말 귀국했는데 귀국하자마자 비상 현안에 몰입해야 할 상황이 됐다.

이 위원장이 이번 화재 사태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단순 시스템 정상화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롯데카드 해킹 사태 등에 따라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금융보안 분야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금융당국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를 제1과제로 내세웠는데 화재 사태 수습 과정에서 허술한 모습을 보인다면, 당장 정부에 대한 비난과 함께 감독당국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생산적 금융' '소비자 보호' '화재 수습', 금융위원장 이억원 발걸음 빨라진다

▲ 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행정과 감독 쇄신 방향에 관해 논의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에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내 주요 은행장들을 만나 ‘금융 대전환을 위한 은행장 간담회’도 열었다.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함께 이재명정부의 핵심 금융정책으로 평가되는데 기업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은행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직접 은행장을 만나 이를 강조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15일 취임식 당일 진행한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에서도 생산적 금융을 강조했는데 이날 은행장과 만남에서는 이 위원장의 당부가 더 큰 무게감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취임 당시가 금융위 해체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전반적으로 어수선했던 상황이라면 지금은 금융위의 권한 유지가 확정되며 이 위원장의 리더십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요 금융사들은 선제적으로 회장 등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생산적 금융, 금융소비자 보호 등에 금융당국의 주요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이 위원장과 은행장 간담회 전 서울 명동 본사에서 자체 간담회를 열고 80조 원 투자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발표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이날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한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구성했다고 밝히며 “생산적 금융을 확대해 KB금융이 새로운 성장의 불씨가 되겠다”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보호 가치체계를 새롭게 정립하며 ‘소비자 중심 금융 대전환’을 선포한 데 이어 생산적 금융에도 힘을 싣는 것이다.

이억원 위원장은 귀국 이후 이날 첫 일정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날 만남에서 이 원장은 금감원과 원팀을 강조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철회 과정을 거치며 금융당국의 내상이 컸던 만큼 화합을 다지고 가는 모양새다. 

이억원 위원장은 이날 간부 회의 “정부당국의 권위는 권한이 아니라 실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명심하고 모든 업무에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