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취임 100일 지지율 60%대, 윤석열 악재였던 '외교'가 호재로 작용

▲ 취임 100일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이 60%대 지지율을 유지하며 '순항'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가운데 60%대 지지율을 유지하며 집권 초기 국정운영에 합격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논란과 광복절 특별사면 등으로 흔들리기도 했지만 ‘외교’ 성과가 지지율 회복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지지율에 '악재'였던 외교가 이재명 정부에게는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10일 한국갤럽의 9월1주 차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63%로 이 대통령 취임 뒤 첫 한국갤럽 조사였던 6월 말에 기록했던 지지율(64%)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김영삼,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3위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초 ‘금융실명제 실시’와 군내 사조직 ‘하나회 해체’ 등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서며 취임 100일 시점에서 83%라는 경이로운 지지율을 기록했다. 

헌정사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건을 딛고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른바 ‘적폐청산’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반영되며 취임 100일 무렵 78%라는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다른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지지율은 김대중 전 대통령 62%, 박근혜 전 대통령 53%, 노무현 전 대통령 40%, 윤석열 전 대통령 28% 등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한 직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관련 광우병 논란이 불거지면서 21%을 기록해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낮았다. 역대 대통령 취임 100일 지지율 수치는 갤럽 조사 결과다.  
   
이 대통령 지지율도 흔들림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7월 들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 인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8월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과 윤미향 전 의원의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등으로 지지율이 53%까지 내려가며 지지율 반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재명 취임 100일 지지율 60%대, 윤석열 악재였던 '외교'가 호재로 작용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긍·부정 평가 추이 그래프. <한국갤럽>

이러한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를 끊은 건 ‘외교’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8월 말 일본을 방문해 ‘한일 셔틀외교’를 복원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에도 물꼬를 튼 데 이어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힘입어 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8월3주 차 조사에서 59%로 상승했고 9월1주 차 조사에서 60%대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두 조사 모두 이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 이유 1위가 ‘외교’였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광복절 특별사면이 영향을 미친 8월 중순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51%까지 하락했지만 한미 정상회담 이후 9월 첫 조사에서 53.6%를 기록하며 상승세로 전환했고 지난 8일 발표된 조사에서는 56.0%까지 회복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는 9일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 때를 보면 정책 엇박자와 특별사면이 덮쳤었다"며 "지지율 상승세 전환은 외교 행보에서 성과가 뚜렷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이 대통령의 외교가 지지율에 미친 효과는 더욱 대비된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녀오면 지지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외교는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친 경우가 대다수였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6월 말 취임 뒤 첫 해외 순방이었던 나토 정상회의를 다녀왔는데 지지율이 순방을 떠나기 전보다 4%포인트(47%→43%) 하락했다. 당시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핀란드 정상과의 회담이 취소됐고 나토 사무총장과의 면담은 예정된 일정에 이뤄지지 않는 등 외교적 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2022년 8월17일)이 조금 지난 2022년 9월에도 해외 순방을 떠났지만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불참하고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일본과 엇박자를 냈다. 그 뒤 9월 말 미국 방문 당시 이른바 윤 대통령 스스로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논란을 일으키면서 집권 초 ‘외교 참사’에 정점을 찍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이해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라는 슬로건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비전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지지율 상승세에 탄력을 붙이려 하고 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에서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이나 기업과 노조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하는 행보 등 진보 정부의 대통령들의 패턴에서 벗어나 ‘실용적 노선’을 걷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때처럼 지지율이 높아질 가능성은 낮지만 중도층에서 60%대의 국정운영 긍정평가가 흔들리지 않는 한 지금의 지지율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지지율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최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여론조사를 보면) 최근 들어 경제 요인에 대한 부분들에 부정 평가 이유가 좀 높아지고 있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경제”라고 짚었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RDD(임의전화걸기)·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