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주 4.5일제 선봉' 금융노조 총파업으로 가나, "노동시간 단축 마중물 되겠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9/20250908172938_53913.jpg)
▲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왼쪽)과 김태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여성위원장이 8일 '9.26 총파업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8일 서울 중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는 ‘9.26 총파업’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총파업 일정 변동 여부는 사측의 교섭 태도에 달려있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금융노조는 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4.98% 찬성률을 얻어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총파업은 노조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의 투쟁이다.
금융노조가 사측과 극한의 대치를 앞둔 셈이다. 그 배경에는 ‘주 4.5일제 도입’ 문제가 있다.
금융노조는 2025년 산별중앙교섭 핵심 요구안에 주 4.5일제 도입을 담았다. 그러나 노조에 따르면 주 4.5일제 도입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호걸 금융노조 사무총장은 총파업 단행 배경 설명에서 “사용자측은 법 개정과 정부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며 “의지만 있다면 4.5일제 합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사용자들은 현재까지도 (주 4.5일제 관련해서는) 전혀 교섭할 의향이 없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강도 높여 비판했다.
금융노조의 주 4.5일제 도입 주장은 최근 시작된 것이 아니다. 2020년대 들어 주 4일제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주 4.5일제를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주 4.5일제 도입 주장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주 4.5일제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라는 점에서 금융노조의 추진 동력이 강해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금융노조는 이날 간담회뿐만 아니라 7월 금융포럼에서도 주 4.5일제 문제를 공론화했다.
금융노조는 금융산업이 주 4.5일제 도입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 5일제 선봉에 섰던 과거와 같이 앞서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2002년 전 산업군 가운데 처음으로 주 5일제를 도입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금융노조가 주 5일제를 합의한 뒤 전체 사업장에 퍼지기까지는 9년이 걸렸다”며 “지금 금융노조가 주 4.5일제 (시행을) 돌파해내야 앞으로 10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대한민국 전체로 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희 금융노조 여성위원장은 “국민 다수도 주 4.5일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지금 금융노조가 마중물이 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노조의 주 4.5일제 도입 주장에 억대 연봉을 받는 금융회사 직원들의 무리한 요구라고 바라본다.
다만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도입은 저출생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주 4.5일제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지금 대한민국에는 집단적 노동시간 단축으로 활력을 만들어내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 4.5일제를 단순히 노동자의 여가 시간 확대, 고액 연봉자들의 배부른 투쟁이 아닌 시대가 나아가야 하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장] '주 4.5일제 선봉' 금융노조 총파업으로 가나, "노동시간 단축 마중물 되겠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9/20250908172714_71294.jpg)
▲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앞줄 왼쪽 네 번째)이 8일 '9.26 총파업 기자간담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금융노조 산하 7개 국내은행지부 출생아수는 2014년 2688명에서 2023년 996명으로 줄었다. 9년 사이 약 64%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 감소폭인 47%보다 크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휴가와 휴직 제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음에도 금융권에서 저출생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다.
최 사무총장은 “문제는 시간”이라며 “출산과 육아를 위한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개선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면 영업 인력이 대부분인 은행에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점도 저출생 문제와 이어진다고 봤다. 금융노조 산하에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지부 등이 소속돼 있다.
감정노동 과정에서 높아진 우울 위험 등이 저출생과 같은 사회적 문제의 배경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총파업 전까지 매주 2회 실무교섭을 진행한다. 대대표교섭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