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건설현장 사망사고 근절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 기조 속에서 안전 관리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과거 대형 사고 이후 신뢰회복을 위해 경영 전면에 등판한 허 사장은 오너경영 체제 전환 2년 만에 중대한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GS건설 지속된 사망사고에 정부 칼날 앞에, 허윤홍 오너경영 2년 만에 안전경영 시험대 올라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5월7일 인천 송도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의 추락방지를 위한 안전장비를 직접 점검하고 있다. < GS건설 >


4일 GS건설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를 놓고 해당 사고 현장의 모든 공정을 중지할 뿐 아니라 전국 모든 현장에서 위험요인 제거를 위한 특별 안전점검을 병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 성동구 청계리버뷰자이 건설현장에서는 지난 3일 하청업체 소속 중국인 근로자 A씨가 대형 거푸집(갱폼)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15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3조에 따른 중대재해 발생을 이유로 갱폼 사용작업 일체에 관한 작업중지를 명령했다.

또 경찰과 고용노동부 서울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 등은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한 정부 당국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GS건설은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강제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허윤홍 사장은 전날 오후 사과문을 통해 “건설현장에서 근로자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건설사에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유명을 달리하신 분과 유족분들이 당하신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릴 수 있도록 사태 수습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올해 들어 지난 2월 4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세종안성고속도로 교각 붕괴사고부터 유독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현 정부가 새로 들어선 뒤 이재명 대통령은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의 ‘건설면허 취소’까지 언급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이 대통령은 GS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전날인 2일에는 제40차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를 막으려고 단속과 예방을 강조했더니 건설경기가 죽는다는 항의가 있다”며 “불법과 비인권으로 건설산업 경기를 활성화해서 되겠느냐”라고 또 다시 업계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간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위반에 따른 벌금이 너무 작다고 문제의식을 나타내 온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안전 비용을 줄여 얻은 이익의 몇 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매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또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허 사장도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추락사고를 향한 경각심을 놓지 않고 있었지만 이번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허 사장은 올해 5월 국토교통부 추락사고 예방 캠페인에 동참하며 직접 인천 송도의 한 건설현장을 방문해 안전사고 예방 상황을 살폈다.

허 사장은 GS건설 오너경영 대표 체제의 시동을 건지 2년여 만에 가장 큰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대형건설사에서 보기 드문 오너 대표이사이자 차기 GS그룹 회장 후계구도에도 언급되는 허 사장이 지닌 책임은 특히 더 무겁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GS그룹이 신사업 부문장, 미래혁신대표 등을 맡으며 경영 역량을 쌓는 데 집중하던 허 사장을 2023년 말 인사에서 대표이사로 내정한 이유가 다름 아닌 그해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에 따른 안전경영 강화 기조였기 때문이다.

GS그룹은 허 사장이 당시 대형 사고 이슈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해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비록 사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국내 대표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Xi)’의 GS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철근이 누락됐다는 사실 등이 밝혀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았다.

허 사장은 지난해 자이 리뉴얼, 1년 만에 영업흑자 전환, 주택사업 경쟁력 회복 등 건설업계에서 쌓아 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GS건설의 신뢰회복 및 실적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S건설 지속된 사망사고에 정부 칼날 앞에, 허윤홍 오너경영 2년 만에 안전경영 시험대 올라

▲ 4일 오전 작업중지 명령 등으로 출입구가 닫혀 있는 서울 성동구 청계리버뷰자이(용답동 주택재개발사업) 공사 현장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안전경영 관리 능력에서는 전날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까지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GS건설에서는 허윤홍 사장 체제가 본격화한 지난해에도 지속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으로 구성된 노동단체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에 따르면 고용부의 ‘2024 재해조사대상 사망사고 현황자료’ 기준으로 GS건설에서 사고 4건에 걸쳐 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공동 캠페인단은 “허윤홍 대표가 자이 리뉴얼 행사에서 취임 뒤 ‘안전과 품질’에 중점을 두었다고 말한 다음날인 2024년 11월19일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2024년 한 해 동안 4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고 사망한 노동자 가운데 하청 노동자가 3명이었다”고 지적했다.

GS건설은 지난해 1월부터 허윤홍 대표를 비롯한 모든 사업본부 임원들이 매월 첫째 주 목요일 국내 모든 현장을 방문해 위험요소를 점검하는 ‘안전점검의 날’ 행사를 진행하며 안전과 품질을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으나 안전 정착까지는 갈 길이 먼 셈이다.

허 사장은 전날 사과문에서 “안전 시스템 구축을 지속적으로 해왔음에도 사고를 왜 막지 못했는지,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등 안전관리 문제점을 하나하나 되짚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로(0)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철저하게 되돌아보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장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