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건설의 대우건설 '독립경영' 끝낸 첫해, 오너 일가 김보현 체제의 강점과 약점

▲ 올해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새로 부임하며 대우건설이 중흥그룹의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대우건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는 중흥건설과 대우건설에 의미 있는 해다. 대우건설이 중흥그룹의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한 첫해기 때문이다. 3년 전인 2022년 2월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대우건설 노조와 상생협약을 맺었다. 내용은 3년 동안 대우건설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었다. 

약정 기간이 끝난 후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대표이사를 바꿨다. 1985년부터 대우건설에서 근무한 ‘대우맨’ 백정완 전 대표이사 사장이 물러난 자리에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사위인 김보현 대표이사 사장이 들어왔다.

◆ 대우건설 오너경영 돌입, 대우건설과 중흥그룹의 시너지 본격화 신호인가 

건설업계에서는 김보현 사장의 취임이 중흥그룹에서 대우건설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건설사는 대표이사 자리에 전문경영인을 앉히는 경우가 많다. 리스크가 큰 건설산업 특성상 업계 경험과 전문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 가운데 대표이사가 전문경영인이 아닌 경우는 대우건설을 제외하고는 GS건설 하나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독립경영이 끝난 대우건설에 오너 일가의 일원인 김보현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는 것은 중흥그룹이 대우건설과의 유기적 연결을 보다 중시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애초에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에도 중흥그룹이 대우건설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실제로 인수 당시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중흥그룹 ‘제2의 창업’과도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중흥그룹은 브랜드 ‘중흥S-클래스’로 국내 아파트 건설 시장을 주로 공략해왔다. 사업 영역이 국내에 국한되는 한계를 지닌 것이다. 해외에서 사업이나 수주 경험이 없을 뿐더러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술력도 떨어진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우건설은 풍부한 해외사업 경험을 갖고 있다. 2024년 기준 매출에서 해외사업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이다. 대우건설의 올해 해외 수주 목표액은 4조4천억 원이다. 지난해 3조500억 원에서 약 44% 올려 잡았다. 

대우건설이 해외사업에서 갖는 강점이 중흥그룹 차원의 장점으로 승화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 대우건설에서 건설을 배운 중흥 오너일가 김보현, 통합 깃발 올린다 

중요한 것은 김보현 사장의 역할이다. 김보현 사장은 2021년 대우건설 인수단장으로서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과정을 총괄했다. 2022년에는 대우건설 고문을 맡았고 2023년과 2024년에는 대우건설 총괄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김보현 사장의 이런 이력은 대우건설과 중흥그룹의 합병 후 통합(PMI) 측면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흥그룹의 오너 일가 일원이지만 건설업 경험은 대우건설에서 쌓은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PMI는 인수합병이 이뤄지고 난 이후에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의 조직 문화를 실질적으로 통합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PMI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물리적 통합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다. IBM M&A 컨설팅의 조사에 따르면 인수합병기업의 약 70%가 초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데, 이 가운데 약 53%가 PMI를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 건설업 초짜라는 약점, 사외이사진에도 건설업 전문가는 '0'

다만 김보현 사장의 이력이 건설업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1966년생인 그는 공군사관학교를 36기로 졸업하고 공군에서 방위사업청 지휘정찰사업부장, 19전투비행단장, 항공기사업부장을 지낸 뒤 준장으로 예편했다. 이후 중흥그룹 계열사 언론 헤럴드의 부사장으로 일했다. 

재미있는 점은 대우건설의 사외이사진 역시 건설업과는 큰 관계가 없는 인물들로 꾸려져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의 올해 상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 5명 가운데 2명은 행정전문가, 2명은 법률전문가, 1명은 회계분야 전문가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의 경영에서 통합에 더욱 방점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대우건설의 경쟁사인 현대건설, GS건설 등은 사외이사진 가운데 한 자리를 건설분야 전문가에게 할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 CEO의 이력은 총무·인사, 재경·재무, 엔지니어 등 다양하지만 대부분 전문경영인을 대표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대우건설은 특수한 경우”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중흥그룹에 편입되고 3년이 지난 만큼 화학적 결합은 끝난 상태”라며 “대표이사 선임은 오너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