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첨단 반도체 패키징 투자에 '신중 모드', 엔비디아 AI 반도체 수요 반영

▲ TSMC가 첨단 반도체 패키징 투자 전략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엔비디아 등 고객사의 수요와 독과점 문제, 경쟁사 추격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TSMC의 CoWoS 반도체 패키징 기술 홍보용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주로 사용되는 첨단 패키징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수요 위축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첨단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한동안 TSMC가 독점적 지위를 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투자 축소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3일 “TSMC의 CoWoS 패키징 수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첨단 패키징 사업 확장에는 다소 신중한 태도가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CoWoS는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이 높은 성능을 구현해야 하는 반도체에 주로 사용되는 패키징 기술이다. 이는 여러 개의 반도체를 하나의 모듈로 조립하는 공정이다.

현재 TSMC는 CoWoS 기술을 유일하게 상용화한 기업이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첨단 반도체 패키징 사업에서 이익률은 8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TSMC가 패키징 설비 증설에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공급 과잉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디지타임스는 2023년 인공지능 ‘붐’이 시작된 이래 CoWoS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 부족에도 주된 원인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TSMC의 설비 투자가 다소 보수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향후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가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제시됐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사업 확장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시장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TSMC가 독과점 문제를 피하기 위해 반도체 패키징 사업 확장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TSMC가 지금처럼 고객사들의 첨단 패키징 주문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가 더 뚜렷해진다면 공격적 사업 확장이 각국의 반독점규제 강화 등 정책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이 TSMC에 의존을 낮추려 다른 반도체 패키징 공급망 기업을 육성하고 있는 점도 배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고객사들이 TSMC의 첨단 패키징에 대안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기술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CoWoS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도 삼성전자와 인텔은 해당 시장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TSMC가 독점적 우위를 차지한 데 따른 결과”라고 덧붙였다.

결국 TSMC가 패키징 투자 속도를 늦춰도 경쟁사들에 따라잡힐 가능성은 낮다는 자신감이 사업 전략에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TSMC는 첨단 패키징 설비 증설과 관련해 중장기 증설 계획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내년 초 미국 애리조나에 첨단 패키징 공장 2곳을 신설하고 2028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대만의 기존 반도체 공장을 패키징 설비로 전환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