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I '인재 유출' 가속화, 핵심 신사업인 로봇 기술 전문가도 메타로 이직

▲ 애플의 인공지능 관련 연구개발 인력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애플이 차세대 신사업으로 앞세우던 로봇 기술 전문가도 메타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애플 인공지능 플랫폼 '애플 인텔리전스' 화면.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에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담당하던 핵심 인력이 줄줄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이러한 인재 유출이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애플이 주요 신사업으로 점찍은 로봇공학 기술 전문가도 메타로 이직을 결정하면서 인공지능 경쟁에서 더 큰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블룸버그는 3일 “애플 인공지능 인력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며 “조직의 사기가 크게 저하되면서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메타는 애플에서 로봇공학 분야 AI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던 장지엔을 최근 로보틱스 스튜디오에 영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애플의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연구조직에서 자동화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해 왔다.

애플은 현재 로봇을 차세대 핵심 신사업으로 설정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제조 공장과 유통점에서 활용되는 로봇, 가정용 로봇 등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사실상 주도하던 주요 인재가 회사를 떠나면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지엔 연구원은 메타 리얼리티랩스에 소속된 로보틱스 스튜디오에서 여러 제품 개발을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메타는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부품 등에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가 애플의 인공지능 관련 인재를 영입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최근 몇 주 동안 이미 약 10명의 연구자가 애플을 떠났고 다수가 메타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애플이 자체 개발하는 거대 언어모델(LLM) 관련 연구조직에서도 지난 주에만 세 명의 연구원이 퇴사해 오픈AI와 앤트로픽으로 이직했다는 관계자의 말도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메타는 파격적 수준의 급여 인상을 앞세워 애플의 인재를 유혹하고 있다”며 “이들은 애플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보고했다.

애플은 이미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 경쟁사와 비교해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크게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영입한 인재들을 메타 등 다른 기업에 빼앗기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애플 인공지능에 시장의 반응은 실망스러웠다”며 “이는 내부 연구개발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고 전했다.

아직 애플에 남아있는 다수의 인공지능 관련 인재가 이직을 준비하며 다른 기업과 면접을 진행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애플이 인공지능 시장에서 승산을 확보하거나 로봇 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찾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자체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대안으로 구글과 앤스로픽,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하는 방안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