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 시장 보급형 중심 재편 가속, 현대차 중국 생산 '일렉시오'로 기회 본다 

▲ 북경현대가 8월26일 쓰촨성 청두에서 공개한 일렉시오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이번 행사는 중국의 발렌타인 데이로 불리는 칠석(음력 7월7일)을 맞아 진행했다. <북경현대>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저가 모델을 앞세운 립모터와 샤오펑 등 후발주자의 성장세가 뚜렷해지면서 1위 기업 BYD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유럽 또한 전기차 확대로 시장이 중저가 중심으로 대중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보급형 ‘일렉시오’를 앞세워 중국 등에 재도전하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8월 중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샤오펑은 지난해 8월에 출시한 11만9800위안(약 2340만 원)짜리 전기차 ‘모나 03’을 앞세워 8월에 3만7709대를 출하했다. 

립모터는 올해 7월 기본가격 8만9800위안(약 1752만 원)인 전기 세단 ‘B01’을 출시했는데 8월 출하량이 13.8% 증가했다. 지리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인 갤럭시도 출하량이 16.4%나 늘었다. 

이들 세 업체는 인지도가 높은 테슬라 ‘모델 3’의 반값 정도에 전기차를 제공하는데 소비자 수요가 다양해지고 저가형 전기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런 성과를 거뒀다.

상하이에 위치한 딜러사 완줘자동차의 자오 전 영업이사는 “많은 고객이 10만 위안(약 1950만 원)대 가성비 전기차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장 흐름은 현대차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14만 위안(약 2730만 원)으로 알려진 전기차 일렉시오(현지명 ‘EO’)로 중국에서 재도약 의지를 보이는데 저가형 시장이 사실상 ‘춘추전국시대’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부동의 1위 업체인 BYD의 8월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5% 증가에 그쳤다. 현대차가 노릴 틈이 생긴 셈이다.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의 현지 합작법인 ‘북경현대’는 쓰촨성 청두에서 8월29일 일렉시오 공개 행사를 열었다. 일렉시오는 9월 중국 현지 출시가 유력하다.

자동차 전문매체 카뉴스차이나는 “북경현대는 현재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지 않는데 일렉시오 출시로 이러한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2017년 이른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사태 이후 현지 판매량이 추락했다. 

이에 일렉시오로 장기 부진을 뛰어넘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 하는데 현지 소비자가 중저가 차량을 많이 찾아 판매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 보급형 중심 재편 가속, 현대차 중국 생산 '일렉시오'로 기회 본다 

▲ 중국 립모터가 8월6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열린 박람회에 출품한 전기 세단 B01 차량을 취재진이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렉시오가 중국 내수시장뿐 아니라 다른 지역 해외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일렉시오 3만5천 대 가운데 1만 대를 다른 국가로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미 호주 출시를 회사 차원에서 공식 논의하고 있으며 다른 해외 시장으로도 판로를 넓히려 한다. 

중저가 전기차 보급 확대가 중국을 넘어 유럽과 호주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흐름에 대응하는 포석으로 읽힌다.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와 탄탄한 전기차 공급망에 기반해 제조 원가는 낮추고 여기에 현대차 브랜드의 높은 경쟁력을 얹는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그동안 유럽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고성능 전기차(아이오닉5 등)에 집중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생산 모델을 계기로 보급형 라인업을 확장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이미 보급형 전기차인 캐스퍼 일렉트릭(수출명 인스타)을 이미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는 조만간 ‘아이오닉2’ 공개를 예고하는 등 중저가 수요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이오닉2는 2026년 유럽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아 또한 중저가 전기차 EV3로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올해 1분기 판매량 기준 6위에 올랐다. 내년에는 2만 유로(약 3250만 원)대 중반인 EV2까지 추가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의 전기차 축소 기조와 관세 장벽에 직면했는데 중국과 유럽에서 중저가 차량으로 이러한 악재를 만회할지 주목된다.

요컨대 현대차그룹은 일렉시오를 비롯한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워 중저가 제품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중국과 유럽 전기차 시장을 새롭게 공략하기 시작했다.

다만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의 해외 진출에 속도가 붙는 만큼 중저가 가격대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 현대차가 선전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현대차로서는 보급형 전기차의 최대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 일렉시오 출시로 경쟁력을 시험하고 차별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카뉴스차이나는 “전기차 시장에서 2만 달러 가격대 경쟁이 치열해 북경현대의 일렉시오가 현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