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오랜 기간 국내 대형 증권사의 발목을 잡던 해외 상업용부동산 자산이 저점을 다지고 반등을 시작하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대형 증권사는 올해 국내증시 활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써내려가고 있는데, 여기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부동산 '저점론' 점화, 글로벌 자산 많은 미래에셋증권 한투증권 실적 날개 다나

▲ 해외 부동산 가치 반등으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5대 상업용부동산 기업(CBRE, 콜리어스, 쿠쉬맨앤웨이크필드, JLL, 뉴마크) 주가가 모두 올해 들어 큰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뉴마크(45.22%)의 상승폭이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쿠쉬맨앤웨이크필드(25.26%), CBRE(24.8%), 콜리어스(23.06%), JLL(22.57%)이 따랐다.

특히 CBRE, 콜리어스, JLL은 최근 들어 사상 최고 주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 주가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극심한 변동성을 겪다가 올해 4월부터 일제히 크게 반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5곳 기업 모두 최근 실적발표에서 올해 3분기 실적 전망치를 기존보다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이번 분기가 처음이다.

상업용부동산 공급이 줄어들면서 이들 기업의 실적 회복 기대감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CBRE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상업용부동산 예정 공급 면적은 총 1270만 평방피트이다. 지난해(2300만 평방피트)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비중이 확대된 이후부터 미국에서는 상업용부동산을 철거하거나 리모델링해 신축 주택으로 바꾸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신규 오피스 공급 면적은 계속 줄어들고 철거/리모델링 규모는 늘고 있다.

그 결과 올해는 철거(1200만 평방피트)/리모델링(1천만 평방피트) 합산 규모가 신규 오피스 공급 면적(1270만 평방피트)을 처음으로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금융시장도 상업용오피스 반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올해 들어 상업용부동산담보부증권(CMBS)의 발행량은 152억 달러 규모인데, 2024년(43억 달러)이나 2023년(4억 달러)과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상업용부동산 펀드를 조성하면서 부실자산 인수에 나서고 있다. 저가 반등세를 노리는 것이다.

블랙스톤은 올해 80억 달러 규모의 상업용부동산 펀드를 조성했는데 역사상 최대 규모이다. 브룩필드도 6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이같은 추세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등 전세계에 걸쳐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 부동산 '저점론' 점화, 글로벌 자산 많은 미래에셋증권 한투증권 실적 날개 다나

▲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스톤이 펀드를 조성해 저가반등 매력이 있는 상업용부동산 인수에 나섰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특히 생명보험사와 사모펀드들이 상업용부동산 담보자산 인수에 뛰어들면서 약 1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부동산자산 시장에서 손바뀜이 일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앞서 글로벌 부동산 자산을 많이 편입해뒀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가치 급락에 한때 고초를 겪은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2022년과 2023년에 실적이 크게 고꾸라지면서 1등 증권사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그 뒤로 줄곧 부동산자산용 충당금 설정에 전념해야 했다.

실제로 올해 2분기에도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부동산 관련 손실 600억 원이 났다. 그 전보다 규모는 줄어들었으나 손실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소위 ‘벨기에펀드 사태’로 곤욕을 치룬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두 증권사는 올해 국내증시 활황으로 역대급 실적을 쓰고 있다. 

해외 상업용부동산 관련 자산 가치가 반등한다면 이들 손실이 줄거나 오히려 실적에 보탬이 되면서 실적 상승세에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대형사가 골머리를 앓게하던 부동산 자산에서 실적이 회복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