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최초·단독 브랜드' 중무장, 인천공항점 베팅 실패 덮기엔 부족

▲ 신세계면세점이 최초, 단독 유치 브랜드로 중무장하면서 차별화 전략에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차료 부담에 따른 실적 부진을 당분간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은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가 2023년 12월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신세계면세점-항공사 캐세이 마케팅 업무협약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가 신세계면세점을 ‘최초·단독 유치 브랜드’로 중무장하고 있다. 차별화 전략으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현대면세점 등 주요 면세점기업과 브랜드 유치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다만 유 대표의 전략이 ‘승자의 저주’에 빠진 신세계면세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부진을 덮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1일 면세점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가 면세점업계에서 유독 ‘최초 유치’와 ‘단독 유치’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날 글로벌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첫 화장품인 ‘라보떼루이비통’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최초로 선보였다. 단순히 국내 면세업계 최초가 아니라 글로벌 면세업계 최초의 론칭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보다.

신세계면세점은 시내면세점에서도 몇몇 브랜드 입점 사실을 알리면서 ‘최초 유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8월에만 해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세계면세점의 시내점 명동점에 자리를 잡은 브랜드만 3곳이다. 22일에는 유명 항수 브랜드 푸에기아1833과 BDK퍼퓸 매장을 시내면세점 최초로 유치했다고 밝혔으며 18일에는 이탈리아 명품 프라다의 화장품 라인인 프라마뷰티 매장을 선보였다.

프라다뷰티는 지난해 11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점 ‘신세계존’에 국내 면세점 및 인천국제공항 최초로 입점해 성과를 낸 브랜드이기도 하다.

기간을 올해로 넓혀 보면 신세계면세점이 단독, 혹은 최초로 유치한 브랜드가 더욱 많아진다.

4월 말에는 친환경 브랜드로 유명한 파타고리아를 면세업계 최초로 유치해 시내면세점인 명동점과 온라인몰에서 선보이고 있다. 4월 중순에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점에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셀린느외 남녀 복합 부티크를 국내 면세점업계 최초로 조성했다.

컨템포러리 주얼리 브랜드 이에르로르의 ‘에센스 랩다이아몬드’를 국내 면세점 단독으로 선보인 곳도, MZ세대에게 주목받는 라이프스타일 뷰티 브랜드 ‘베뉴먼트’를 국내 면세점 최초로 온라인몰에서 선보인 곳도 모두 신세계면세점이다.

온라인몰에서 단독으로 선보이는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김창수위스키 138병을 온라인몰에서 한정 수량 론칭했으며 뉴발란스키즈도 단독으로 전개하고 있다.

물론 신세계면세점만 이런 것은 아니다. 다른 면세업계도 브랜드를 단독으로 들였다거나 인천국제공항이나 시내면세점에 여러 브랜드를 면세업계 최초로 입점시켰다는 소식을 전한다.

하지만 이런 소식을 꾸준하게 전하는 면세기업은 신세계면세점이 유일하다.

유신열 대표가 강조하고 있는 영업 경쟁력 강화가 브랜드 최초·단독 유치라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신세계면세점은 8월 신세계의 IR(기업설명) 자료를 통해 하반기 전략으로 ‘영업 경쟁력 강화 및 운영 효율 개선을 통한 하반기 실적 개선’을 제시하면서 시내점의 경쟁력 강화와 공항점의 매출 확대, 개별관광객 중심의 영업력 제고 등을 뽑았다.

이 가운데 시내면세점과 관련해서는 쥬얼리 브랜드 등의 신규 입점을 추진해 럭셔리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겠다는 실천과제를 꼽았으며 공항면세점을 놓고는 주요 브랜드 오픈 이후 공항점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공항면세점의 하루 평균 매출은 2023년 17억 원에서 2024년 19억 원, 올해 1분기 22억 원, 2분기 23억 원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과가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신세계면세점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영업손실 427억 원을 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가 2021년 영업이익 878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연달아 영업이익을 내면서 어려운 시기에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신세계면세점은 2024년 영업손실 197억 원을 냈는데 이는 2023년보다 영업손익 규모가 1164억 원 줄어든 것이다.

증권가는 공항면세점의 임차료 부담이 신세계면세점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신세계 자료에도 면세점의 손익이 악화한 이유와 관련해 “공항 정규매장 오픈에 따른 임차료 증가”라고 명시되어 있다.

신세계면세점이 2분기에 지출한 공항면세점 관련 임차료는 2024년 2분기보다 222억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세계면세점이 2024년 상반기에 낸 영업이익 158억 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신세계면세점 '최초·단독 브랜드' 중무장, 인천공항점 베팅 실패 덮기엔 부족

▲ 신세계면세점이 5월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루이비통듀플렉스’ 매장 전경. <신세계디에프>


유신열 대표로서는 이런 평가가 유독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유 대표는 신세계그룹의 신뢰를 두텁게 받는 전문경영인(CEO)으로 꼽힌다. 2020년 말 신세계디에프 수장에 오른 뒤 5년 가까이 신세계면세점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현대면세점이 모두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와중에도 유 대표만 홀로 자리를 지켰다. 유 대표는 현재 면세업계 최장수 CEO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가 공격적으로 베팅해 사업을 따낸 공항면세점이 신세계면세점의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거론되면서 다소 체면이 구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모양새다.

신세계면세점은 2023년 5월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사업권을 낙찰받을 때 여객수 1인당 최저수용액(일종의 최저입찰금액)이 5617원인 2구역 입찰에 이보다 60% 이상 많은 9020원을 제시했다. 현대면세점이 최저수용액이 1056원인 5구역 입찰에 단 5%만 더한 1109원을 써내 사업을 따낸 것과 대비된다.

유 대표가 최근 신라면세점과 손을 잡고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공항면세점의 임차료를 사실상 깎아달라며 조정에 나선 것은 이런 아픔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면세사업자들을 향해 “직접 낙찰가를 써내지 않았냐”며 임차료 감면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유 대표 운신의 폭도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면세점이 공항면세점에 위약금을 내고 철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위약금 규모가 최소 수백억 원으로 거론되면서 이를 놓고 내부적으로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