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럽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잇따라 파산하고 한국 기업들은 투자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와 협력 강화가 전기차 공급망 강화에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ATL 독일 뮌헨 배터리공장.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유럽 투자 확대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점도 중국 경쟁사들의 입지가 커질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꼽혔다.
2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이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더 많은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과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배터리 업체들이 잇따라 파산하며 기술 자급체제 구축이 어려워진 데다 한국 기업들도 유럽보다 북미에 투자 역량을 집중하며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유럽연합(EU)과 주요 기업들은 현지 배터리 제조사에 수십억 유로를 투자해 왔다”며 “그러나 영국 브리티시볼트와 스웨덴 노스볼트의 잇따른 파산으로 목표가 좌절됐다”고 전했다.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약 55%의 생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미국 등 지역의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어 유럽에 추가로 투자를 벌일 만한 의지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유럽 전기차 업계가 중국 협력사들에 의존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자체 조사기관 블룸버그NEF는 중국이 전 세계 배터리 생산 능력의 약 83%를 차지하며 배터리 소재 공급망과 차세대 기술력에서도 상당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CATL이 최근 5분 충전으로 최대 520km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초고속 배터리 기술을 선보인 점이 대표적 예시로 꼽혔다.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현재 가동중이거나 계획된 생산 능력의 약 83%가 중국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결국 유럽과 중국 배터리 업체의 협력은 전기차 경쟁력 유지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유럽연합이 결국 중국의 시장 지배력을 인정하고 정책과 보조금 체계를 손보는 등 변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에 지원을 적극 확대하는 정책으로 유럽 내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이해관계와도 일치한다.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심각한 공급 과잉 상태에 놓이면서 다른 국가로 진출 확대가 절실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자국산 배터리가 유럽의 무역 장벽에 직면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며 유럽연합의 지원 정책에 적극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만약 유럽과 중국 사이 전기차 배터리 협력 강화가 실제로 추진된다면 현지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유럽에 투자를 대폭 늘리는 것 이외에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뚜렷하지 않다.
블룸버그는 “유럽이 현지 배터리 공급망 강화 목표를 실현하려면 중국의 도움을 받아들야만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