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이사가 관세 리스크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실리콘투는 올해 상반기 유통 비용이 늘었으나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이사가 구축해온 인프라가 든든한 울타리가 됐다. 결과적으로 실리콘투의 체력은 더욱 단단해졌고 경쟁사와의 격차도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실리콘투의 서구권 입지가 꾸준히 넓어지고 있다. K-뷰티 수요가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현지 맞춤형 유통 구조 및 공급망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리콘투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653억 원, 영업이익 52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6.3%, 영업이익은 34.0% 늘어나며 가파른 성장세를 입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는 1분기에 물량이 선집행됐고, 중동 지역은 전쟁 여파로 통관이 지연되는 등 지역별 특수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유럽 지역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고 미국 시장은 지난해 4분기를 바닥으로 회복세가 뚜렷해졌다.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렸지만 글로벌 전반에서 입지가 한층 강화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대미 관세 리스크다.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산 화장품에 15% 관세 부과를 확정하면서 다수의 브랜드·제조자개발생산(ODM)·유통사들이 가격 압박에 직면했다. 실리콘투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올해 상반기 미국향 물류비는 매출 대비 2.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리콘투는 이 같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꿔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관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독자적 유통 구조를 일찌감치 마련해둔 덕분이다.
통상 한국에서 화장품을 완제품 그대로 수출하면 HS코드 규정에 따라 높은 관세가 부과된다. 실리콘투는 이 점을 파고들어 방식을 달리했다. 용기와 내용물을 분리해 수출하고, 현지에서 조립과 포장을 거쳐 최종 제품을 내놓는 구조다.
이 경우 미국 세관은 제품을 완제품이 아닌 부품으로 분류해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적용한다. 관세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현지 맞춤형 유통 경쟁력까지 확보한 셈이다.

▲ 실리콘투가 인수한 미국 캘리포니아 부에나파크에 위치한 물류센터. <실리콘투>
여기에 실리콘투의 통관 구조도 힘을 보태고 있다.
실리콘투는 국내에서 화장품을 매입해 미국 지사가 직접 수입·통관을 담당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수입 조건과 신고 가격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또한 미국 물류창고에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두면 단기적인 물류비 상승이나 통관 지연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나아가 브랜드사와 공급가를 조정함으로써 관세가 부과되는 기준 가격 자체를 낮추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은 단순히 비용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내 유통 파트너와 협업해 제품을 사실상 ‘현지 생산품’처럼 포지셔닝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브랜드 신뢰도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성운 대표는 현지 공급 거점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능력(CAPA)을 늘려 K-뷰티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행보다.
실리콘투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뉴저지주에 위치한 두 곳의 물류창고를 운영하며 현지 맞춤형 영업과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캘리포니아주 물류센터를 709억 원에 매입하며 현지 거점을 강화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같은 해 6월 미국 법인 스타일코리안에 415억 원을 대여했다.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2500만 주를 총 346억 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이 같은 투자는 꾸준한 실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리콘투의 미국 매출은 2022년 425억 원에서 2023년 1029억 원, 2024년 1363억 원으로 성장했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941억 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시장 내 브랜드 포트폴리오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 입점 브랜드 다양화로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대표 브랜드였던 ‘조선미녀’의 비중은 줄었지만 ‘닥터엘시아’, ‘바이오던스’, ‘브이티’ 등 신규 브랜드가 상위권에 오르며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특히 현지에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테스트를 진행하고, 성과가 입증된 브랜드는 기업 간 거래(B2B)로 확장하는 인큐베이팅 전략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리콘투의 8월 선적 물량은 여전히 안정적으로 관세율 10%일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며 “3분기도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어 대미 관세가 오히려 시장점유율 상승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