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거품 논란 엔비디아 '4조 달러 투자'로 불식시킨 젠슨 황, 삼성전자 SK하이닉스 HBM 공급경쟁 달아오른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요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 움직임에 힘입어 내년 HBM4 점유율 확보 경쟁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향후 5년 동안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3조~4조 달러(4천 조~5500조 원)에 이를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면서 ‘AI 거품론’을 정면 반박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납품을 추진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일각에서 나온 HBM 공급과잉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칩 ‘루빈’을 내년 양산 일정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확인한 만큼, 루빈 내 HBM4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2025년 2분기(5월~7월) 매출 467억 달러, 영업이익 302억 달러, 순이익 258억 달러를 거뒀다고 27일(현지시각) 밝혔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56%, 영업이익은 53%, 순이익은 59% 증가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상회했으나, 시장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고 있다.

엔비디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1년 전보다 56% 증가한 411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시장 전망치였던 413억 달러에 못 미쳤다. 또 올해 1분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73%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둔화됐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전체 매출은 컨센서스를 상회했지만, 서프라이즈 강도가 지난 분기보다 약해졌다”며 “특히 데이터센터 매출은 시장 기대치에 약간 못 미쳤고, 주요 원인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AI 데이터센터 기업)의 투하자본이익률(ROIC) 상향 추세를 감안하면, AI 투자 확대 움직임이 위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젠슨 황 CEO도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이번 10년이 끝날 때(2030년)까지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3조~4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5년 동안 3조~4조 달러는 꽤 합리적 수치”라고 말했다.

올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총 설비투자(CAPEX)가 4256억 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 수치로, 그만큼 기업들의 AI 투자가 가파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AI거품 논란 엔비디아 '4조 달러 투자'로 불식시킨 젠슨 황, 삼성전자 SK하이닉스 HBM 공급경쟁 달아오른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5년 8월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AI 투자 지속 추세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가 충분히 받쳐준다면 최근 삼성전자의 HBM3E 12단, HBM4 진출로 2026년부터 HBM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일각의 걱정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칩 루빈을 내년 양산 일정에 맞춰 지연 없이 정상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는 2026년 HBM 공급 과잉 우려 축소의 시그널이며, 공급 과잉 가능성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SK하이닉스 기준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한 시점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루빈에는 6세대 HBM 제품인 HBM4가 탑재된다.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메모리 3사 가운데 가장 빠른 올해 3월 HBM4 샘플을 엔비디아에 납품했고 6월 초도 물량을 공급한 SK하이닉스는 10월부터 대량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가격도 전작인 HBM3E 대비 최대 70% 높게 설정해, 엔비디아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9월 중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내년 상반기 HBM 공급 물량 계약이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 우려 대비 우호적 HBM4 가격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후발 주자로서 엔비디아 루빈 내 HBM 공급망 점유율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선제적으로 6세대(1c) D램 공정을 HBM4에 도입했고, 현재 납품을 위한 신뢰성 검증을 받고 있다.

엔비디아 측도 최근 미국 본사에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회동해 HBM3E 12단보다는 HBM4에 집중할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급망 다각화를 통해 가격 협상권을 쥐려는 엔비디아의 전략으로, HBM4에서는 삼성전자도 상당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HBM4는 1c D램 성능 향상과 수율 개선, HBM 후공정 수율 개선, 제품 성능 향상 등으로 인해 엔비디아 루빈 내 점유율이 30%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상황을 계속 주시해야 하겠지만, HBM3E에서 보였던 발열과 성능 문제가 제기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