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급망실사법안에 기후대응 포함 관련 토론회, "기후대응 실천" vs "기업 부담 과중" 팽팽

▲ 지헌영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공급망실사법과 기후전환계획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국제사법재판소(ICJ)도 기업이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주체라고 명시했다. 인권이나 환경 침해 가능성과 기후변화의 밀접성을 고려하면 기업 공급망실사법에는 기후전환 계획과 관련된 내용도 반영돼야 한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급망실사법안'에 기후대응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28일 국회에서 '공급망실사법과 기후전환계획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공급망실사법안이 자칫 기업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오면서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다. 

공급망실사법안이란 기업이 자사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과 환경 피해를 식별하고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현재 주요국 가운데 유럽연합(EU)이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와 그 외 기타 보조법안들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도 이와 같은 글로벌 기준에 맞춰 2023년에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제21대 국회 회기가 종료되며 자동폐기됐다. 이어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도로 2025년 6월 재발의돼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에 녹색전환연구소와 기후솔루션 등 환경단체들은 한국형 공급망실사법안에는 기후전환 계획도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기후변화는 가뭄, 홍수, 폭염, 산불 등 재난을 일으키며 세계 시민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저해하는 등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 연구위원은 "CSDDD 3대 목표에는 기업이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도록 관리지침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또 이를 이행하기 위한 행동계획으로서 2030, 2050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5년 단위 기후목표 설정도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법재판소가 올해 7월 기업 등 온실가스 배출 주체에도 기후변화 대응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까지 고려하면 공급망실사법안에 기후대응 조치가 포함돼야 할 법적 당위성까지 더해진다고 짚었다.

지 연구위원은 "최고 국제법원에서는 이미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고 이에 배출량과 관련해 실사 의무를 정하는 것도 국가의 의무라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신유정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결국 기후리스크 관리까지도 기업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며 "기후변화가 인권과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넓은 범위에서 현재 국회에 발의된 공급망실사법안도 기업에 기후대응 책임을 지게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바라봤다.
 
[현장] 공급망실사법안에 기후대응 포함 관련 토론회, "기후대응 실천" vs "기업 부담 과중" 팽팽

▲ 28일 국회에서 열린 '공급망실사법과 기후전환계획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현장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는 기후대응까지 공급망실사 의무에 넣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정희섭 현대자동차 상생협력실 상무는 "우리 회사의 공급망 구조를 보면 원자재를 대부분 해외에서 가져오는 식으로 구성돼 있다"며 "아예 원자재를 생산하는 광산, 채굴업체까지 내려갔을 때는 오히려 우리가 메이저 고객이 아닌 사례가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공급망 실사 의무 때문에 해당 업체들에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대응 의무까지 이행하라고 요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된다면 결국 기후조치가 돼있는 소수의 인증업체들에서 생산한 것만 써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결국 원가, 제조 비용이 올라가 미래 경쟁력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현대와 기아 양쪽 모두 1, 2, 3차 협력사까지 컨설팅과 교육 등 공급망 실사를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상무는 "결국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탄소 배출"이라며 "현대차 그룹은 이미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고 이를 위한 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평가도 마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행 계획을 베이스로 협력사들까지 다 감축활동을 이행하려면 이들이 당장 필요한 비용만 3천억 원이 넘는다"며 "친환경 에너지도 사다 쓰던가 해야 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지원을 다방면으로 한다면서도 실체적으로 체감되는 지원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실효적인 공급망실사법안을 추진하면서도 기업 경쟁력을 최대한 저해하지 않는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종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환경과 행정사무관은 "기후전환계획이 공급망실사법안에 100% 반영될 수 있냐는 다소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며 "과도한 형벌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며 산업계와 긴밀하게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사무관은 이어 "ESG기본법, 공시 등과 연계해 공급망실사법안이 가급적 서로 연계돼 내용이 일치될 수 있도록 해서 기업들이 느끼는 혼란을 최대한 줄여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와 관련해서도 기업의 체계적 역량강화 지원방안을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