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재선의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혜성처럼 등장해 국민의힘을 이끌 조타수 자리에 앉았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앞장서 외쳐온 만큼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우경화의 길을 걷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이번 전당대회는 전한길씨로 상징되는 '극우 세력'의 영향력이 확인됐고, 최고위원단 다수도 반탄(탄핵 반대) 성향으로 채워졌다.
 
장동혁 국힘 당대표 당선에 '전한길 파워' 주목, 당 '우경화'에 가속도 붙나

▲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6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 결선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여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은 26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 결선에서 "당대표로 장동혁 후보가 선출되었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제6차 전당대회 결과 장동혁 의원이 22만301표를 얻어 당대표에 당선됐다. 반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21만7935표를 얻는 데 그쳤다.

장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18만5401표를 득표했고 여론조사에서 39.82%(선거인단 득표수 3만4901표로 환산)를 기록했다. 반면 김 전 장관은 선거인단 투표 16만5189표, 여론조사 60.18%(5만2746표로 환산)로 집계됐다. 

장 대표가 선거인단 투표에서 여론조사 열세를 '강성 당심'으로 뒤집은 셈이다.

장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앞으로 바른 길이라면 굽히지 않고 전진하겠다"며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장 대표의 취임 일성이 '이재명 정권 타도'로 맞춰지면서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는 앞으로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지난 22일 진행된 당대표 선거 본경선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당시 본경선에서는 장 후보가 15만3958표(선거인단 13만2030표·여론조사 2만1928표), 김 전 장관이 13만1785표(선거인단 10만1233표·여론조사 3만552표)를 얻었다. 

직전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로 나선 김 후보가 과반은 못하더라고 1위에 올랐을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강성 당원의 지지세를 기반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던 장 후보가 본경선에서 김 후보를 앞서고 있었던 것이다.

당 대표로서는 정치 경력이 짧은 재선의 장 의원이 이처럼 당대표 선거에서 상승세를 타고 끝내 승리를 거머쥔 것은, 당심을 이끌고 있는 강성 당원의 지지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장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석열 탄핵 반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외쳤고, 강성 당원들은 그에게 호응했다. 특히 강성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은 장 의원을 새로운 당대표로 '낙점'하는 모습도 보였다. 
 
장동혁 국힘 당대표 당선에 '전한길 파워' 주목, 당 '우경화'에 가속도 붙나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2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 결선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전씨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전당대회가 아니라 '전씨대회'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는 '10만 양병설' 등을 내세우며 당내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2일 CPBC라디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서 "김문수·장동혁 후보 누가 되든 간에 '밤의 대표'는 지금 전한길이다. 지금 이미 이번 경선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두 유력 지금 당대표 주자들이 다 가서 속된 말로 그 앞에 가서 다 굽신거리고 읖조리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판은 그냥 깔린 것이다. 그래서 전한길의 영향력은 앞으로 아마 전당대회 끝나고 나면 더 커지면 커졌지 더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며 "이 정도면 당명을 '극우기독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성 당원 또는 전씨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의 영향력은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뿐 아니라 최고위원 구성에서 확인됐다.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3명이 탄핵 반대 쪽 의원이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이처럼 '당의 혁신'이 아니라 '탄핵 반대'로 똘똘 뭉친 만큼 국민의힘은 우경화는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 혹은 'TK 자민련'의 길로 가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들은 이미 변하는 걸 포기했고 그들이 지금 가고자 하는 길은 'TK 자민련'이다. 'TK 자민련도 우리는 관계 없어' 이게 바로 지금 친윤(윤석열)계의 생각"이라며 "'언더 찐윤'(친윤 실세 그룹)은 금배지 다시 달고 자기네가 당내 주도권 잡고 가는 게 중요한 거지, 보수가 흥하고 망하고, 집권하고 말고는 이들에게는 그 다음 관심사"라고 말했다.

심지어 국민의힘이 이미 '보수 정체성'마저 잃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22일 CPBC라디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서 "이건 보수가 아니다. 완전히 극우 강성 지지자만 남아 있다"며 "그런데 이런 정당이 과연 보수로서의 어떤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유럽 같은 경우는 '극우 정당' 따로 있고 '보수 정당' 따로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않은 것"이라며 "이 정당이 보수를 대표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정 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일 YTN라디오 '이익선 최수영 이슈앤피플'에서 "중요한건 전한길씨는 외곽의 스피커이지, 당내에서 주요 당직자나 출마자가 아니기에 김문수 후보는 전한길씨를 '극우'라고 하는데 동의하지 않지만, 그 이야기를 듣지 않고 출마 자격도 없는데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또 선을 긋고 있다"며 "그런 부분들은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일종의 자정 작용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