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현안을 둘러싸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신뢰’를 형성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으로도 해소되지 않은 대미 투자 구체화와 미국의 추가 요구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26일 주요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은 두 나라 사이의 ‘신뢰’를 쌓는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은 북한, 국가 안보, 조선업 분야에서의 긴밀한 협력을 위한 낙관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정상회담은 두 지도자가 첫 만남으로 친밀한 관계(rapport)를 형성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한국 대표단은 언론 공개 일정이 마무리 된 지금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대통령실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까지 국내외에서 제기됐던 많은 우려와 달리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좋은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한미 관계 발전의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각) 정상회담이 끝난 뒤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공동합의문을 서로 얘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상회담이 기분 좋게 마무리됐다"며 "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얘기가 잘 된 회담”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의 신뢰에 더해 7월 말 체결된 한미 통상협상의 관세와 관련한 불안정성을 해소했다는 점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관세 15% 적용 등 통상합의를 확실하게 확인받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국과 무역합의에 도달했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거래를 완료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무역 합의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기존 합의대로 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 기업들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선·원자력·항공·액화천연가스(LNG)·핵심 광물 등에 대해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제조업 협력도 한층 진전을 이뤘다.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미 간 관세와 무역에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았고 불안정한 요인도 됐는데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번에 (정상회담) 내용들이 나쁘지 않았다”고 짚었다.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방명록 작성 때 쓴 만년필을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PeaceMaker)로서 남북 문제 해결에 역할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한 점도 이 대통령이 얻은 성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북한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완화에 나서준다면 정부의 노력은 더욱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역설적으로 앞으로도 한미 협력과 투자를 놓고 ‘구체화’의 과제를 안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앞으로도 추가 요구를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는 지난 21일 무역합의 내용을 문서화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미국산 무기 추가 구매와 주한미군 부지 소유권 양도 등을 언급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농산물 시장 개장, 대미 투자 확대 등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기지 부지 소유권을 원한다', '알래스카 LNG 개발에 조인트벤처 하기로 했다', '대규모 미국산 무기를 구매한다' 등의 이전에 없던 새로운 부담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 의원은 “비공개 세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서 뭔가를 확실히 받아둬야 했는데 공동성명, 공동언론발표문 등 이번에 그런 문서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 연구원장도 같은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보부터 시작해서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며 “가지는 뻗었는데 열매는 맺지 못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25일(현지시각)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무역과 안보 분야에서 양국 관계의 긴장감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미국의 FTA 파트너인 한국은 자동차와 철강 관세 등에서 우대 조치를 받지 못한 것에 실망하고 있으며, 미국은 한국에 디지털 무역 장벽을 줄이고 농산물 시장에 대한 (미국의) 접근성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미국의 입장 차가 여전하다고 바라봤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