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미국 대체육 자회사 '베러푸즈' 청산, 강승협 성장동력 해답 찾을까

▲ 신세계푸드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대안식품 사업 미국 사업을 철수하면서 성장동력 확보에 관한 우려가 제기된다. 신세계푸드 오산공장 전경. <신세계푸드>

[비즈니스포스트] 신세계푸드가 미국 대안식품 시장 진출을 추진하다 검토 단계에서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푸드는 대안식품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2016년 대안식품 개발에 착수, 관련 사업을 키워왔다. 다만 지난해 10월 ‘재무통’ 강승협 대표이사가 사령탑에 오른 뒤 매년 적자를 거듭해온 대체육 자회사를 청산하며 수익성 중심 경영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19일 이마트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6월11일 베러푸즈를 청산했다. 베러푸즈는 2022년 신세계푸드가 미국에 설립한 대체육 전문 자회사다.

신세계푸드는 앞서 2016년 식물성 대안식품 연구개발에 착수해 2021년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출시했다. 

신세계푸드는 베러푸즈 설립 당시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 사업의 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시장 확대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러푸즈를 청산하면서 미국 대체육 시장 본격 진출을 앞두고 검토 단계에서 철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당시만 해도 두 자릿수 이상 고속 성장이 예상됐던 대체육 시장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대체육 업체 비욘드 미트(Beyond Meat) 매출은 지난해 3억2700만 달러로 전년대비 32.4% 크게 줄었고, 과도한 시설투자로 매년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선도업체 임파서블 푸드(Imposible Food)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 7억5천만 달러를 내며 40%대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수익을 내지 못해 2022년 말과 2023년 초 직원 감축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24년 이후 대체육 시장의 성장 전망치는 기존 10% 이상 수준에서 7~8%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다.

베러푸드는 설립 뒤 약 3년 동안 업황이 둔화하면서 미국에서 제품 출시 등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매출은 2023년 100만 원, 지난해 1100만 원에 그쳤고, 같은 기간 누적 영업손실 30억 원을 봤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판매 단가가 높은 대안식품 시장이 깊은 침체기를 맞고 있다”며 “미국 진출을 검토하면서 샘플 제품 등을 일부 진행하고 있었으나, 사업 시작 전 시장을 좀 더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라 판단하고 철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승협 대표는 신세계푸드 모기업 이마트가 첫 연간 적자 기록한 직후인 2024년 10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세계푸드 수장에 올랐다. 그는 식자재유통, 베이커리, 급식, 외식 등 모든 사업부문에 걸쳐 저수익 사업을 철수하는 등 수익성 중심 경영기조를 강화해왔다. 올 10월에는 음료 프렌차이즈 자회사 스무디킹코리아 영업도 종료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신세계푸드가 비용효율화 등에 힘입어 올해 전년보다 77% 급증한 영업이익 367억 원을 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강 대표의 경영기조에 비춰볼 때 적자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베러푸즈의 청산은 당연한 수순으로도 여겨진다.
 
신세계푸드 미국 대체육 자회사 '베러푸즈' 청산, 강승협 성장동력 해답 찾을까

▲ 신세계푸드가 6월 청산한 미국 대체육 자회사 ‘베러푸즈’ 엠블럼. <신세계푸드>


다만 신세계푸드 성장 동력에 관해서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대안식품 분야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연구개발(R&D) 기술을 상품 개발 및 식품회사와의 협업 등에 지속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베러푸즈 청산으로 대안식품 사업 확장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푸드는 대안식품 사업의 또 다른 축인 ‘유아왓유잇’ 브랜드 간편식 판매 제품 수도 지난해 13종에서 현재 5종으로 축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푸드는 아워홈에 단체급식 사업 매각하는 방침도 추진 중이다. 이 또한 수익성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단체급식 사업에서 신세계푸드의 해당 부문 매출은 1조5천억 원 수준으로 국내 5대 업체 가운데 가장 작다. 신세계푸드 단체급식 사업은 전체 매출의 약 15%를 차지한다.

강 대표가 경영 효율화 작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신세계푸드 수익성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지만 매출은 최근 5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5년 만에 신세계푸드 매출이 역성장할 것이라며 회사 성장을 이끌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강 대표는 회사 성장의 핵심에 버거 프랜차이즈 노브랜드버거를 놓고 있다. 올해 들어 출점 비용을 40% 넘게 줄인 노브랜드버거 신규 가맹 모델을 선보였다. 이를 통한 사업 확장으로 지난해 1200억 원 수준이었던 노브랜드버거 매출을 2030년 7천억 원으로 키워 버거업계 ‘톱3’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신세계푸드 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하지만 노브랜드버거 신규 출점 모델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푸드가 5월 노브랜드가맹 사업 설명회를 개최한 뒤 예비창업주들의 문의가 줄을 짓고 있지만 임대차와 물건지를 정하고 본격 가맹점을 출점하기 까지는 시간차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기존 모델 출점이 더 많은 상황으로 신규 출점 모델로 인한 확산 효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신세계푸드는 수익성 강화를 위한 효율화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영업이익 300억 원 체력을 회복할 것”이라면서도 “노브랜드버거 가맹 사업 이외 중장기 성장 동력에 대한 해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