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새 CFO 김도형 지배구조 개편 어떤 그림 그릴까, 현대건설서 보여준 리스크 관리 능력 주목

▲ 김도형 현대모비스 최고재무관리자(CFO)가 올해부터 현대모비스의 재무를 총괄한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김도형 현대모비스 최고재무관리자(CFO)가 현대차그룹의 숙원 사업인 지배구조 개편과 미래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핵심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연쇄적 인사이동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김도형 CFO가 현대차그룹의 지주사격인 현대모비스로 이동하게 됐다.

이번 인사는 정기인사가 아닌데다 주요 계열사의 CFO 위주로만 이뤄져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김도형 CFO의 임무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CFO를 비롯한 CFO 교체 시기가 상법개정안 처리를 앞둔 시점에서 진행돼 ‘순환출자구조 해소’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선도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맞물리면서 김도형 CFO의 ‘미래 밸류업’에 대한 역할론도 떠오르고 있다.

김 CFO는 올해 현대모비스 CFO로 선임된 뒤 최근 이사회 사내이사가 됐다. 현대모비스는 김도형 CFO의 이사회 합류로 전략과 조직, 재무 담당자를 각각 사내이사로 두면서 기능별 책임체계를 갖춘 이사회 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최근 들어 기업 CFO는 리스크 관리자로서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CFO가 등기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하면 경영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바라본다.

◆ 김도형 미래 밸류업과 사업재편의 핵심 조력자 될까

김도형 CFO은 앞으로 정의선 회장이 추진하는 신사업을 지원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3월 ‘비전 선포식’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1등 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수익성을 높이고 해외시장 매출비중도 2033년까지 10%에서 4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에도 신사업에 의지를 내비쳤다.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부품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신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과 함께 2027년까지 매출성장률은 8%, 영업이익률은 6%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나가는 과정에서 CFO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을 도전하는 과정에서 관련업체의 인수합병(M&A)을 결정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인적분할 등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가 김도형 CFO 선임을 두고 “체질 개선과 조직 강화를 위한 리더십 교체”라고 설명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참모' 역할론 급부상

김도형 CFO가 현대차그룹이 직면한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내는 ‘핵심 참모’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현대모비스에서 현대차로, 현대차에서 기아로, 기아에서 다시 현대모비스로 이어진 순환출자 구조가 개정 상법과 충돌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의 CSR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순환출자는 실질 자본의 유입 없이 장부상의 가공 자본을 창출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 

계열사끼리 의결권을 행사하는 구조로 회사의 지배구조를 외곡하고 주주들을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시키는 문제점도 있다. 

다시 말해 순환출자는 이해관계자인 주주들의 권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개정 상법의 이사 충실의무인 ‘주주보호’에 반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지배구조 문제는 과거에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꾸준히 지적을 받아왔지만 2018년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개편안이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힌 이후로는 지금까지도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도형 CFO는 현대모비스의 재무건전성과 투명성을 책임지는 역할을 부여받은 만큼 앞으로 현대차의 순환출자 구조를 풀어나가는데도 의무감을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 위기관리 능력으로 검증된 '해결사'의 면모, 이례적 인사 증명할까

김도형 CFO는 현대건설에 있을 때도 가시적 재무성과를 내며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해왔다.

특히 ‘리스크관리 협의체’를 주도해 신설하고 부채를 직접 관리하면서 우발부채 규모를 대폭 축소한 공이 있다.

건설회사의 우발부채는 공사 일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에 시공사로부터 공사금 대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를 인수하면서 발생한다. 

김 CFO는 이 PF 채무의 한도를 설정해 둔 뒤, 상품별·지역별 위험요소(익스포저)를 파악해 관리했다. 관리현황을 분기별로 이사회에 보고하면서 모니터링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가 재임한 기간에 현대건설 우발부채는 2023년 약 4조5434억 원에서 지난해 1조9401억 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건설업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공모채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CFO는 현대건설에 몸담았던 올해 2월, 목표액(1500억 원)보다 2배 높은 3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수요예측에서 10배 이상의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요에는 현대건설이 선별적 수주와 유동성 관리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유지한 점이 주효했다고 꼽혔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올해 현대건설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김도형 CFO는 1973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00년부터 11년 동안 현대차의 재무부서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1년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현대건설 경영분석팀 팀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2012년에는 재무관리실장, 2023년에는 재경본부장을 역임하며 재무위기를 관리해왔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