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생성형 AI로 돈 버는 시대 왔다, AI 반도체 호황 '본게임' 예고

▲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메타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투자 성과로 실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인프라 투자에 자신감을 확보하며 인공지능 반도체 호황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내부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더 속도를 내며 반도체 업계에도 호황을 예고하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이 빅테크 실적 개선에 본격적으로 기여하며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이 인프라 투자 재원으로 활용되는 선순환 구조가 갖춰진 데 따른 결과다.

3일 블룸버그와 뉴욕타임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대형 IT기업의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인프라 투자 흐름이 시장에서 예상하던 낙관적 시나리오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이 생성형 AI 기술을 수익화하는 시기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는 점이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뚜렷하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2분기 매출은 지난해 2분기 대비 18%, 순이익은 24% 증가하며 증권가 평균 예상치를 웃돌았다.

생성형 AI 비서 ‘코파일럿’을 도입한 업무용 소프트웨어 판매가 늘었고 AI 기반의 클라우드 사업 성장세도 가속화되며 고객사의 강력한 수요가 확인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3분기에만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에 300억 달러(약 42조 원)의 지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규모 AI 투자가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는 이번 실적 발표로 대폭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타도 이번 실적 발표에서 생성형 AI가 주요 수익원인 광고 사업의 단가를 높이고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며 실적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발표했다.

광고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다시 AI 투자에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금은 미래 성장을 위한 AI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설 시점”이라며 “AI 기반의 광고는 이미 상당한 실적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월스트리트 증권사들은 메타의 기술 투자에 이전까지만 해도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며 “그러나 AI 분야에서는 반응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타버스와 같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메타의 과거 신사업과 달리 생성형 AI 기술은 실적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며 핵심 수익모델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빅테크 생성형 AI로 돈 버는 시대 왔다, AI 반도체 호황 '본게임' 예고

▲ 엔비디아 인공지능 GPU 기반 데이터서버 제품 이미지.


메타는 상반기에만 AI 인프라에 290억 달러 이상을 들였고 올해 연간으로는 최대 720억 달러를 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약 84%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구글 지주사 알파벳도 올해 연간 투자금을 850억 달러(약 119조 원)로 상향했다. AI 비서 ‘제미나이’ 수요가 갈수록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로이터는 “올해 빅테크 투자 금액 총합이 3300억 달러(약 46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한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며 “그러나 최근 이들의 실적 발표는 회의론을 잠재우고 있다”고 전했다.

생성형 AI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실제 수익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증명되며 ‘AI 버블’ 붕괴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히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AI 반도체 업계를 향한 시선도 긍정적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TSMC와 브로드컴 등 초반부터 관련 공급망을 선점한 기업들에 수혜가 더 집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 IT기업의 투자 가속화로 AI 반도체 시장 성장도 예상보다 빨라진 만큼 초반부터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던 기업들에 선점 효과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전문지 더스트리트는 “엔비디아 성장세가 이미 정점을 맞았을 수 있다는 예측은 이미 힘을 잃었다”며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 발표가 반례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지속되는 한 엔비디아와 AMD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는 꾸준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히 공급망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SK하이닉스와 TSMC 등 협력사에 수혜폭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생성형 AI 기술로 창출하는 매출은 올해만 500억 달러, 2028년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했다.

다만 기술 발전이 한계를 맞거나 빅테크의 AI 수익화 속도가 다소 늦춰진다면 업황이 점차 침체기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경고도 제시됐다.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 공급망 부족 가능성도 변수로 꼽혔다.

모간스탠리는 “AI 데이터센터의 단점은 활용성이 낮아졌을 때 재판매 등으로 가치를 회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 리스크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