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취임 1달 '국정안정' 합격점, '민생·개혁·관세' 본게임 이제 시작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이 대통령의 30일은 '국정수습 속도전'으로 압축될 수 있다.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한 정부임에도 이 대통령의 지휘 아래 정부는 추경, 상법 개정, 내란척결 등을 위한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딛었다.

이 대통령은 민생과 외교를 챙기며 숨가쁘게 달리면서도 ‘소통’에도 노력을 기울여 전체적으로 국정을 안정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앞에는 경제 회복, 개혁, 한미 통상협상 등 여러 난관이 기다리고 있어 '본게임'은 이제부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오전 취임 한 달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통령 '취임 30일' 기자회견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빠르다.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을 맞아 개최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첫 기자회견까지 316일이 걸렸다. 게다가 이날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기존과 달리 수평적으로 마주보는 '타운홀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사전조율도 전혀 없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빠른 시일 안에 기자회견을 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만큼 국정운영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재명 정부의 공식 명칭을 '국민주권정부'라고 결정한 만큼 국민들에게 국정운영을 빠르고 상세히 보고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MBC 뉴스외전에서 "취임하고 나서 한 달째에 딱 하셨다는 건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2일 페이스북에 “절박한 각오로 쉼 없이 달려온 지난 30일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4년11개월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자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 혼란 없이 국정을 안정시키고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MBC 뉴스외전에서 이 대통령의 집권 초 국정운영을 두고 "정권이 바뀐 거에 대한 효능감을 모든 국민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통과 통합적 모습에서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동안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하며 대한민국의 외교 지형 재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실용주의에 기반한 '실리 외교'를 강조하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 정책을 추진한다는 기조 아래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를 꾀했다.

대통령 취임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눈 통화를 통해 굳건한 한미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고 경제·안보 동맹 강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취임 12일 만에 세계 주요국 회의(G7)에 참석하며 우리나라가 내란사태를 극복하고 국제무대에 복귀했다는 신호를 줬다.

또한 중국과는 경제 협력 및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동시에 일본과도 미래 지향적인 관계라는 방향을 설정해 취임 전 대일관계에 대한 우려를 씻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 한국의 귀환'을 성과로 꼽으며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민주주의 복원, 경제 복원, 정상외교 복원을 전 세계에 알렸다"며 "위대한 우리 국민의 저력 덕분에 대한민국의 국격을 회복하고, 외교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외치' 뿐 아니라 '내치'에서도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민생 1호 법안인 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의 협조를 이끌어내며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기회복을 위해 강조해 온 추가경정예산안도 하루 뒤인 4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일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서 긍정평가가 59.3%를 기록하는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근접하며 대선 득표율보다 10%포인트 이상 상승한 모습이다.
 
이재명 취임 1달 '국정안정' 합격점, '민생·개혁·관세' 본게임 이제 시작

이재명 대통령이 3일 낮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비교섭단체 5당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앞으로 맞이할 '본게임'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선 7월 임시국회에서 잇달아 열리는 인사청문회 정국을 돌파해야 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오는 15일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검찰개혁 등 국민의힘과 접점을 찾기 어려운 각종 개혁을 완수하면서도 이 대통령 스스로 강조해 온 '정치복원'과 '협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점도 어려운 숙제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혁신위원장 선임으로 당 내부 전열을 가다듬는 동시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불참을 계기로 대여투쟁의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두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자화자찬"이라며 "국무총리 지명자 중 이렇게 문제가 많은 후보자는 없었을 것인데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뒷짐 지고 양해를 구할 생각이 추호도 없어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통령은 야당과 자주 만나 소통할 것이라면서도 '타협'과 '협치'에 대해서는 원칙을 가지고 대응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저도 최대한 야당의 불만이 뭔지 실질적 논거가 있는 것인지, 즉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해 본다"며 "만약에 타당하고,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그 지적을 수용해서 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부분에서는 미국과의 관세협상 문제가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 대통령 취임 첫 날인 지난 6월4일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기존 25%에서 50%로 관세를 인상하는 조치를 발효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기간도 오는 7월8일로 종료되는 만큼 정부가 '7월 패키지'나 미국 측이 요구하는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관세협상을 두고 "매우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며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7월8일까지 끝낼 수 있는지도 확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협상 상황과 관련해 "(미국과 한국) 쌍방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호혜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쌍방이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가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못한 상태"라며 "다방면에서 우리의 주제들도 많이 발굴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로는 ‘성장률 1%’를 사수하면서 물가상승률은 2%대로 묶는 게 2025년도 경제목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추경에 따라 지급될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이 소비진작과 내수경기 활성화에 '마중물'이 돼주길 기대하면서도 투자를 통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민생회복지원금은) 소비진작에 더해 소득지원 효과도 있다”며 “효과는 일반적 평가보다 높을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기술산업, 에너지 고속도로를 비롯한 재생에너지 산업, 문화 산업에 이르기까지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가 첫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 안정화를 위한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발표했지만 집값 안정의 구조적 대책인 정교한 공급계획도 마련해야한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며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이 많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공급 대책도 꼭 신도시의 신규 택지만이 아니고, 기존 택지들의 재활용이나 기존 부지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고 고밀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공급도 속도를 충분히 내면 걱정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성공적인 취임 30일에도 불구하고 민생 문제 해결, 국민적 요구가 큰 권력기관 개혁, 그리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의 국익 수호 등 3대 핵심 과제가 무척 무겁다. 이 대통령이 이제 진짜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KSOI 자체조사로 6월30일과 7월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활용한 무선(100%)·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