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 신기술·신제품에 판매가도 상승, 허성 고부가 사업구조 재편 '순풍'

▲ 허성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 초기부터 산업자재 부문과 화학 부문에서 모두 포트폴리오 전환이 안정화되는 순풍을 타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재활용 타이어코드 신기술 도입과 에폭시 수지 신제품 생산시설 구축에 나서는 상황에서 기존 주력 제품인 아라미드 판매가 상승이라는 호재까지 맞이했다.

허성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사장은 임기 초기부터 산업자재 부문과 화학 부문 양측에서 고부가제품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안정화되는 순풍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라미드 수출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2분기 이후 실적도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라미드 1톤당 수출가격은 2025년 4월 1만4400달러로 바닥을 확인한 뒤 5월 1만5400달러로 상승 전환했다”며 “주력 제품인 아라미드 섬유의 공급 부담이 완화된 점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라미드의 글로벌 증설량은 2024년 1만1천 톤에서 2025년 3500톤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코오롱인더스트리 2025년 2분기 실적도 매출 1조2569억 원, 영업이익 429억 원을 내며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바라봤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59.5% 증가하는 수치다.

시장 개화가 지연되며 더딘 성장세를 보이던 글로벌 아라미드 수요도 점차 성장하고 있다.

아라미드는 철보다 가볍지만 인장 강도는 6배, 탄성율은 4배 높은 소재다. 높은 내열성, 특수한 전기·화학적 성질 등을 가지고 있어 통신케이블, 방탄복, 우주·항공 등의 분야에서 쓰인다.

최근 중국과 미국에서 5G 통신망이 확대되면서 아라미드 수요 증가율은 지난해 마이너스에서 올해 5%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라미드 설비 가동률도 현재 70~75% 수준에서 4분기 10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타이어코드 기술과 첨단제품에 쓰이는 에폭시 수지의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허 사장으로서는 향후 성과를 높이는 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기존 고객사를 중심으로 물리적 재활용 기술을 적용한 재활용 폴리에스터(PET) 타이어코드 소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 내구성과 안정성을 높일 목적에서 들어가는 섬유 재질의 보강재다. 지난해에는 이 분야 경쟁사인 HS효성첨단소재가 화학적 재활용 PET 타이어코드 기반의 타이어 제품 상업화에 한발 먼저 성공하기도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신기술·신제품에 판매가도 상승, 허성 고부가 사업구조 재편 '순풍'

▲ 허성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사장(가운데)이 1월 경북 구미에 위치한 타이어코드공장을 방문해 공정 설명을 듣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올해 4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채택한 ‘2025~2030년 업무계획’에서 재활용 소재 활용 비율과 관련한 구체적 기준을 담은 위임법을 마련한다는 방침이 포함된 것을 포함해 주요국에서 재활용 소재 비율에 대한 구체적 규제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재활용 타이어코드 기술 도입에 합류한 것으로 읽힌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초고속통신과 인공지능(AI) 등 미래기술에 사용되는 새로운 에폭시 수지인 변성 폴리페닐렌 옥사이드(mPPO) 소재도 내놨다.

이번에 내놓은 mPPO는 동박적층판(CCL)에 최고 수준의 절전 성능을 제공하는 고부가 소재로 동일한 용도의 에폭시 수지와 비교해 전기 차단 능력이 3배에서 5배 우수하다.

CCL은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부품으로 전기 신호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CCL 위의 회로로 전기 신호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미세한 신호 손실이 발생하면 속도 저하와 발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AI 반도체나 6G 통신기기용 초고성능 PCB에는 절전 성능이 우수한 CCL 적용이 필수로 여겨진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26년 2분기까지 김천2공장에 약 340억 원을 투자해 mPPO를 생산하는 시설을  구축하고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허성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취임 전 추진됐던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안정화되면서 앞으로 세계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아라미드를 비롯해 다른 사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새로운 경영 체제 아래 사업 경쟁력과 포트폴리오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그룹 차원에서의 방향성과도 부합한다.

허 사장은 코오롱ENP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임하던 시기 회사 주력 제품인 폴리옥시메틸렌(POM)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청정메탄올에 주목해 2023년 12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2027년까지 국내에서 연간 20만 톤의 친환경 메탄올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사명이었던 코오롱플라스틱을 코오롱ENP로 변경하며 ‘플라스틱’이라는 단어의 한계를 넘어 미래첨단소재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취지를 담기도 했다.

코오롱ENP는 지난해 석유화학 업계의 업황 악화에도 영업이익 338억 원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 사장은 2021년 외부에서 영입된 최고경영자(CEO)임에도 코오롱ENP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그룹의 핵심 화학계열사를 맡게 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부가가치 제품군에 더욱 집중해 수익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