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치킨게임'에 BYD CATL도 위기, 유럽과 관세 협상에 명운 걸려

▲ 중국 산시성 시안에 위치한 BYD 전기차 제조공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친환경차 및 배터리 1위 기업인 BYD와 CATL마저 내수에서 수출로 무게중심을 옮겨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전기차 수요가 꾸준히 강세를 보이는 유럽 시장이 사실상 유일한 활로인 만큼 중국 정부가 유럽연합(EU)과 자동차 관세 협상에 공을 들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27일 로이터 등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BYD가 중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대폭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BYD는 전기차 판매량이 최근 목표치를 밑돌자 중국 내 일부 공장의 생산 물량을 약 3분의1로 축소하고 신규 설비 도입 일정도 늦추고 있다.

BYD는 “현재 생산 능력과 재고 수준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이런 내용을 반박했다.

하지만 로이터는 BYD가 가격 인하에도 재고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생산 중단 결정은 매출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BYD는 올해 5월부터 차량 가격을 추가로 최대 34% 인하하며 가격 경쟁에 더 힘을 실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심각한 공급 과잉 문제를 겪으며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공격적 가격 인하 없이는 판매량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배터리 1위 기업인 CATL도 전방산업인 전기차 출혈 경쟁으로 직격타를 맞았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일제히 생산을 축소하며 직접적 영향권에 놓였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니쥔 CATL 최고제조책임자(CMO)는 “중국 당국이 규제를 내놓지 않으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그동안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1100만 대로 전체 완성차 판매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중국 전기차 '치킨게임'에 BYD CATL도 위기, 유럽과 관세 협상에 명운 걸려

▲ 프랑스 메츠에 위치한 스텔란티스 공장에서 직원이 전기식 자동 변속기를 조립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장기간 이어진 호황에 무리한 생산 증설에 나선 전기차 제조사들이 공급 과잉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가격 인하 경쟁도 벌어져 모든 기업이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치킨게임’ 국면에 접어들었다.

결국 중국 1위 기업인 BYD와 CATL마저 위기에 놓이며 내수시장에서 더 이상 생존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셈이다.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업체에 유일한 활로는 해외 수출을 확대하는 것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가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은 제한적이다. 신흥국의 성장 속도는 아직 부진하고 한국과 일본에서는 현지 브랜드와 경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중국산 전기차에 100% 넘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럽은 강력한 친환경 정책으로 전기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데다 저가의 소형 전기차도 인기를 끌고 있어 중국 기업들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시장으로 떠올랐다.

최근 유럽에서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 UBS는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5개국에서 5월 기준 중국에서 수입한 전기차의 점유율이 11%까지 상승했다고 집계했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다만 유럽연합이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산 차량에 부과한 최고 35%의 수입 관세는 판매 확대에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BYD를 비롯한 중국 기업은 유럽 관세에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른 시일에 중국에 맞설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중국 정부는 최근 유럽연합과 무역 협상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전기차 관세 인하를 주요 의제로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7월 말 유럽연합 새 지도부를 베이징에 초청해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유럽과 미국 트럼프 정부 사이에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데서 기회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최근 유럽연합 기업에 희토류 수출 승인 절차를 가속화하고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도 유럽에는 원활한 협상을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와 한국 배터리 3사도 중국과 유럽이 진행할 무역 협상 결과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최근 현대차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소형 전기차를 앞세워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중국 경쟁사의 진입이 확대되면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도 유럽 공장 가동률 상승을 주요 과제로 안고 있어 중국산 전기차 또는 배터리 업체의 진입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로이터는 “내수 성장세 둔화를 상쇄하기 위해 해외 판매를 물색하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