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공공성과 시장경쟁 사이에서 우왕좌왕 코레일, 이재명 정부서 '보수 사장' 한문희 난감하다

한문희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철도의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는 이재명 정부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KTX와 수서고속철도(SRT)의 통합 문제를 두고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을 둘러싼 '공공성과 시장경쟁'이라는 논리를 두고 정치권의 힘겨루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철도의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KTX와 수서고속철도(SRT)의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보수성향의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이 문제를 두고 어떤 태도를 보일지 시선이 몰린다.

◆ 보수 정부와 함께 한 한문희 사장의 이력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2021년 부산교통공사 사장에 오른 뒤 2023년 5월 코레일 사장 공모에 지원하기 위해 중도 사임했다. 이후 2023년 7월 윤석열 정부에서 제11대 코레일 사장으로 취임했다.

한 사장이 보수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결정적 배경은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한 철도노조의 파업이 벌어졌을 때, 한 사장은 경영지원본부장으로서 노조원 해고 및 급여 0원 명세서 발송 사건을 주도했다.

코레일은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252명에게 해고와 중징계를 단행했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에게 2016년 10월 급여명세서를 집으로 우편발송하면서 이 명세서에 '0원' 또는 '마이너스' 금액을 적어 보낸 일이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17년 5월 코레일의 이른바 '0원 급여명세서 발송'을 두고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 및 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일련의 징계와 명세서 발송을 철도 민영화 및 외주정책에 맞선 파업에 대한 보복적 성격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한문희 사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행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한문희 사장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은 부산교통공사 사장 시절에도 이어졌다. 2021년 10월 보수성향의 박형준 부산시장의 의지에 따라 부산교통공사 사장에 지명됐을 당시,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는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는 "한문희 지명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철도 민영화와 외주화를 추진하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철도의 공공성을 파탄냈고 철도노조 조합원 252명을 해고 또는 징계하면서 노동탄압에 앞장섰던 장본인이었다"고 비판했다. 

부산지하철노조원들은 2021년 11월18일 부산교통공사 본사에서 '노동탄압', '철도퇴출'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출근하는 한문희 사장을 향해 '적폐 사장'이라고 칭하면서 물러날 것을 외치기도 했다.

◆ 정권 교체로 재점화된 KTX-SRT 통합 논쟁

그동안 진보진영(민주당)은 코레일의 공공성 강화를 주장하는 반면, 보수진영(국민의힘)은 경쟁체제 강화를 주장하며 대립해왔다. 

특히 진보와 보수의 코레일을 둘러싼 인식차이가 강하게 드러나는 대표적 분야는 SRT(수서고속철도) 문제다.

SRT는 박근혜 정부에서 2013년 철도경쟁체제 도입을 명분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SR(수서고속철도 운영사)을 출범시키면서 사업이 공식화됐다. 그 뒤 2016년 12월 황교안 국무총리 대행체제에서 개통식을 갖고 운행을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진보진영에서는 코레일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SR을 코레일과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반면 보수진영은 경쟁체제 유지를 명분으로 민간참여 확대를 주장해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공약에서 KTX와 SRT 통합을 통해 공적 서비스의 일원화를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간한 대선공약집에는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으로 운행횟수 증차 등으로 국민편의를 확대하고 안전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철도노조도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철도노조는 2025년 5월 말 민주당의 공약이 발표된 직후 "경쟁체제라는 미명 아래 10여년간 지속된 철도 민영화 정책의 종지부를 찍을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한 철도노조는 "고속철도 분리로 비효율적 운용이 거듭됐고 철도의 공공성은 뒷걸음질 쳤다"며 "고속철도 좌석은 부족했고 KTX 이용객들은 비싼 운임을 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 한문희, KTX-SRT 통합 주장하는 노조와 갈등 표면화

한문희 사장과 SRT 통합을 주장하는 노조 사이의 갈등은 이미 표면화된 바 있다. 

한문희 사장은 2024년 4월29일 KTX-SRT 통합 운행을 요구하면서 파업과 준법투쟁을 벌인 철도노조원 17명을 징계해 노사갈등을 겪었다.

진보진영에서는 SRT 도입으로 수서~부산 등 수익성 높은 노선을 SR(수서고속철도 운영사)이 독점하면서 코레일 KTX의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적자가 누적돼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코레일의 부채는 약 20조에 달하며 하루 이자부담만 1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채비율도 2024년 기준 260%를 기록했으며, 코레일은 2017년부터 7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문희 사장의 선택은?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철도 공공성 강화정책에 드라이브가 걸리면 보수성향을 지닌 한문희 사장의 입지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KTX와 SRT 통합이 본궤도에 오를 때 한문희 사장의 협조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보수 정부의 철도민영화 정책을 적극 수행했던 한문희 사장이 진보 정부의 공공성 강화 정책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그 선택이 한국 철도 정책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