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관련 시설에 이어 가스전과 석유 저장시설까지 공습하자 궁지에 몰린 이란 측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20% 이상이 지나가는 곳으로 봉쇄가 이뤄진다면 국제유가가 과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140달러대 중반을 넘어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 호르무즈해협 봉쇄 검토 발표에 유가 세 자릿수로 폭등 우려, 실현 가능성은 낮아

▲ 이란이 이스라엘과 분쟁 과정에서 석유수출의 주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국제유가가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이란 석유시설 모습. <연합뉴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최후 수단으로 쓴다면 이란에도 자해적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 이를 실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에 국제유가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80~9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으나 100달러대를 넘어서는 고유가 시기가 장기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16일 CNBC, 블룸버그,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서로를 향한 공습이 격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 해운협회 가운데 하나인 '발트해 및 국제해사협의회(BIMCO)'의 최고 안전 및 보안 책임자인 야콥 라르센은 "많은 선주들이 호르무즈 해협이 위치한 페르시아만과 이스라엘이 연안의 홍해에서 벗어나기로 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해상보안 회사 앰브리(Ambrey)는 "고위험 통과 항로를 변경하도록 기업과 선박에 권고했다"며 "상선들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와 이란 해역 인근 통과를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컨테이선무역선의 주요 항로일 뿐 아니라 세계 원유물동량의 20%가 지나는 곳이다. 이로 인해 이란이 해협 봉쇄를 실행한다면 과거 금융위기 당시 140달러대 후반까지 치솟았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이 현지시각 지난 12일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시설 수십 곳을 공습한 뒤 이란이 미사일 반격에 나서자 이스라엘은 다시 지난 14일 이란의 가스전과 원유 저장시설을 공격했다. 

이에 지정학적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1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7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4% 가까이 오른 75달러 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때마다 유가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과거 정권에서도 금기시되던 원유와 가스시설까지 공격하자 이란 혁명수비대에서는 호르무즈해협 봉쇄까지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무역과 원유 수송을 막아 주요 국가들의 이스라엘을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중동매체 아랍뉴스에 따르면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대체 파이프라인을 이용하는 우회로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파이프라인의 일일 유통 용량은 호르무즈해협 해상물동량의 6분의 1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실행된다면 유가가 치솟으며 전 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와 외신을 종합하면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실제 봉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이란이 과거에도 경제제재를 받으며 여러 차례 해협 봉쇄를 거론했으나 실행으로 옮긴 적이 없다는 점이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란 무역 역시 90%가량이 해상을 통해 이뤄진다"며 "높은 실업률과 대공 방어 실패로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교역 위축은 보수파의 정치적 입지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바라봤다.

또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이란 석유의 주요 고객인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중국과 함께 러시아는 이란에 우호적이나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는 힘든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 모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와 관세 및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앞두고 있어 이란을 외교적으로 지원하기는 힘들다"고 짚었다.
 
이란 호르무즈해협 봉쇄 검토 발표에 유가 세 자릿수로 폭등 우려, 실현 가능성은 낮아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관련 경제안보 긴급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미 해군 5함대의 항공모함을 통한 개입의 빌미를 줄 여지가 다분해 이란이 섣불리 아울러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중단을 목표하고 있으나 이란은 핵 재처리를 포기할 의사가 없어 두 나라 사이에 공습 공방이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서방 세계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확전을 원하지 않는 여론이 높아지는 있는 데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을 전면 공격하기에는 우호세력이 헤즈볼라나 하마스가 크게 축소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이 이런 분석의 근거로 제시된다.

하건형 신한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은 확전하지도, 쉽게 수습되지도 않은 채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다"며 "공급 위험에 따른 유가 상승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군사적 마찰 소식에 전해질 때마다 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한동안 제한적 충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 경우 WTI 기준으로 80달러 대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90달러 이상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바라봤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