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새출발기금을 포함한 서민금융 사업들로 지난해 이익이 후퇴하고 재무부담도 커졌다.

이달 새로 취임한 정정훈 캠코 사장은 임기 초부터 새 정부와 함께 서민금융 확대에 신경써야 하는 상황에 놓인 만큼 경영평가와 관련한 부담이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금융 확대 대선공약에 캠코 역할 확대 전망, 정정훈 출발부터 경영평가 부담 안아

▲ 정정훈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서민금융 확대에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자들은 서민금융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주요 공약으로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특히 각종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0대 공약 가운데 '가계·소상공인의 활력을 증진하고, 공정경제를 실현하겠습니다' 부문에서 코로나 정책자금 대출에 대한 채무조정부터 탕감까지 종합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내놨다.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 관계자는 10대 대선공약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소비자 가운데 특히 서민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민금융과 관련해 서민금융안정기금 형태로 검토하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서민금융안정기금 조성에 조 단위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정부의 재정과 금융기관의 출연금을 함께 투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측도 캠코의 주요 사업인 새출발기금을 더욱 확대하고 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각종 수수료를 가계 대출 수준으로 전면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에 포함했다.

현 정부에서도 지난해 새출발기금의 규모를 30조 원에서 40조 원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선거 결과에 관계 없이 새로 들어설 정부에서 서민금융 확대기조가 확실시되는 셈이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채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22년 10월부터 시행된 정부 지원의 채무조정 제도이다. 

새출발기금은 캠코가 신용회복위원회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연체 90일 미만의 부실우려 차주는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을 맡고 캠코는 이보다 위험한 연체 90일 이상의 부실차주를 담당하고 있다. 
 
서민들의 금융수요는 국내 경기의 침체로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새출발기금을 향한 채무조정 누적 신청액도 20조 원을 넘어섰다. 

새출발기금의 올해 4월말 기준 누적 기준 채무조정 신청자는 12만5738명, 신청 채무액은 20조3173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캠코는 지난해 부동산 경기침체와 함께 서민 및 자영업자 지원사업 확대로 2023년보다 매출을 늘리면서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감소하는 실적을 거뒀다.
 
캠코는 2024년 매출 9177억 원, 영업이익 302억 원, 당기순이익 240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22.87%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10.65%, 당기순이익은 75.89% 감소했다.
 
특히 캠코는 지난해 새출발기금이 포함된 가계지원사업에서 영업이익은 223억, 당기순이익은 278억 원이 각각 감소했다. 

이뿐 아니라 캠코의 부채비율은 2023년 181.73%에서 지난해 213.73%로 30%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새마을금고 부실채권 인수 및 새출발기금 등의 사업에 대한 출자 목적으로 공사채가 2023년보다 약 2조2천억 원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서민금융 확대 대선공약에 캠코 역할 확대 전망, 정정훈 출발부터 경영평가 부담 안아

▲ 캠코는 부동산 경기침체와 새출발기금 사업 확대로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새출발기금이 캠코의 주요 재무부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윤민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새출발기금의 부실채권 매입 계획(40조 원)을 감안하면 캠코의 자체 사채 발행 을 통한 자금조달이 확대될 경우 재무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바라봤다.

정호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내수경기 둔화세에 의해 증가한 가계 및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수요를 고려할 때 향후에도 가계재기지원 사업 예산은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캠코는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으로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이는 2022년 'A'보다 두 단계 하락한 수준이다.

이는 캠코의 재무상황이 낮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캠코는 지난해 주요 사업 평가부문 계량지표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고 비계량지표에서는 'B'이상의 등급을 획득했다.

공기업 경영평가는 지난해부터 재무성과 배점을 두 배 가량 늘리며 가중치를 높였는데 이때부터 캠코의 평가등급이 하락했다. 

올해 5월 취임한 정 사장은 임기초부터 늘어난 재무부담 속에서도 새 정부에 발맞춰 숨가쁘게 서민 금융 사업을 확대해나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캠코 올해 이사회 회의록에서는 "최근 캠코 자산이 급격히 늘어나며 투자수익률(ROI)가 1%아래로 떨어진 상태이며 공사 자산 14조 원 대비 영업이익이 300억 원 수준으로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작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책사업을 수행하며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이자보상비율로 관리하는데 현재 이자보상비율이 1을 넘는 상황이나 2026년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내용도 논의됐다.

새출발기금이 캠코의 재무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지난해 캠코는 '2024-2028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도 "새출발기금 운영방향 및 정책투자 수요 등에 따라 공사 재무전망이 매우 유동적"이라고 평가했다.  

정 사장은 기재부 관료 출신으로 30년 넘게 조세·재정 분야에서 근무했는데 임기 첫해부터 만만치 않은 상황과 마주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뿐 아니라 온전한 정 사장의 책임인 내년도 경영평가에서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행정고시 제37회로 공직에 입문해 소득법인세정책관, 조세총괄정책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등을 역임했다.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제·조세 정책 및 공공자산관리 분야의 직무수행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캠코는 정 사장을 놓고 "정 사장은 다양한 경제정책 추진 경험과 세제 관련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적자산의 효율적 관리 및 금융회사의 부실자산 정리 등 캠코의 핵심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다만 정 사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맡아 약 90조 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의 총책임자로 지목된 만큼 캠코 사장으로 내정될 당시 논란이 있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사장의 내정을 놓고 "세수 정책 실패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수장으로 가는 것은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사장은 이른바 '알박기 인사' 비판을 받았던 만큼 향후 새로운 정권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서민금융 정책에 노력하면서도 재무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경영을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5월 열린 취임식에서 “모든 사업에서 국민을 위한 최선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