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이의 대선 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국민의힘이 몸살을 앓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버틴다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 아래 '버티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친윤 세력'을 바탕으로 읍소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덕수 전 총리는 하릴없이 국민의힘 지도부의 움직임만 쳐다보는 모습이다.
 
국힘 '후보 단일화 갈등' 점입가경, 시간에서 유리한 김문수 닷새 버틸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운데)가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는 7일 오후 6시 서울시내 모처에서 한덕수 전 총리와 저녁 회동을 가진다. 김 후보는 전날인 6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전 총리와 전격적으로 회동을 가질 것임을 알렸다. 

이번 회동은 김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처음 가지는 자리로 후보단일화 방안을 두고 본격적 기세 싸움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김 후보가 이처럼 한 전 총리와 회동에 나선 것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압박이 거세진 때문이다.

앞서 당 지도부는 후보 단일화 문제를 두고 김 후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고 전날인 6일 그 수위는 거의 최고조에 다다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는 6일 대구·경북 지역에서 유세 중인 김 후보를 직접 찾아가 단일화 일정을 협의하려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김 후보가 돌연 대선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서울로 복귀하겠다고 밝히며 만남은 불발됐다.

김 후보는 이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준비지원단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대선후보까지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며 "후보로서 일정을 지금 시점부터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입석표를 끊어 서울로 되돌아와 서울 관악구 김 후보의 자택 앞까지 찾아갔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사실상 '문전박대'를 당해 끝내 만남은 불발에 그쳤다. 

이처럼 '쌍권'(권성동·권영세)이 직접 김 후보를 찾아 나선 것은 '시간이 없다'는 절박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이 5월11일로 정해져 있다.

그 이전에 후보단일화를 해내지 못한다면 한덕수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한 전 총리가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 뒤 후보단일화에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는 한 전 총리는 '기호 2번'을 쓰지 못하고 국민의힘의 선거 지원도 크게 어려워진다.  대선후보 공탁금 3억 원을 개인 돈으로 내야 할 뿐만 아니라 TV·온라인 광고, 유세차 운영, 선거운동원 인건비 등의 막대한 비용을 자력으로 조달해야 한다. 

김 후보가 일정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향후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장윤미 변호사는 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당연하지만 김문수 후보 측에서는 정말 가동할 수 있는 가장 큰 전략은 시간 끌기"라며 "당 지도부가 후보단일화에 대해 강압적으로 할 수 있는 무슨 지렛대나 당근 이런 게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기에 김 후보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움직임은 무척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현역 의원들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세력이 없는 셈이다. 그런데 홍 전 시장라 흑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홍준표 전 시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왜 김문수를 비난하는가. 무상열차 노리고 윤석열 아바타를 자처한 한덕수 후보는 왜 비난하지 않는가. 김 후보는 니들의 음험한 공작을 역이용하면 안되나"라며 김 후보 지원 의사를 밝혔다.
 
국힘 '후보 단일화 갈등' 점입가경, 시간에서 유리한 김문수 닷새 버틸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김 후보에게 상황이 마냥 유리한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7일 전 당원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밟아나가겠다고 밝혔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제 와서 신의를 무너트린다면 당원과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고 국민들도 더 이상 우리 당과 우리 후보를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김 후보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는 "한덕수 전 총리와 단일화에 앞장서겠다"는 태도를 명확히 함으로써 경선에서 승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독자적인 지지기반과 세력이 부족하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회동이 성사된 만큼 쟁점은 후보단일화 방식으로 넘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애초 당 지도부와 한 전 총리 쪽은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단일화를 추진해 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가 김 후보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 쪽은 한 전 총리의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최대한 여론조사 시점을 미루기 위해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후보등록 마감일인 11일 이전에 후보단일화를 하려면 여론 조사 시간도 빠듯하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자칫 '후보간 담판'으로 최종 후보를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어느 한쪽의 '양보'가 없다면 단일화는 불가능하다.

결국 김 후보는 7일 저녁 회동을 시작으로 한두 차례 더 한 전 총리와 만나면서 11일까지 버티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정치권은 바라본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설득과 압박에 김 후보의 맷집이 견딜지 여부에 최종 결과가 달린 셈이다.  

서재헌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위원회 부위원장은 7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후보 입장에서는 그 권력이 아니고 그 권한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어야 되는 것"이라며 "논리적으로 그렇게 조건 없이 하지만 그 끝에 전제는 내가 후보가 돼야 된다는 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만나서 끝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갈등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