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솔루션이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중국 업체들을 제치고 현지 태양광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오랜 기간 공들여 왔는데 신속한 현지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주도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솔루션에 열리는 미국 태양광 시장, 김동관 생산능력 확대로 주도권 쥔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기회를 잡았다.


23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을 놓고 긍정적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동남아시아를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점이 이런 분석의 근거로 꼽힌다.

미국 상무부는 현지시각 21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에서 생산된 태양광 셀, 패널 등에 반덤핑관세(AD) 및 상계관세(CVD)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국가나 기업별로 반덤핑관세는 6.1~271.28%, 상계관세는 14.64~3403.96% 부과된다. 반덤핑관세는 덤핑에 대응해 부과되며 상계관세는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통해 싸게 파는 경우에 물린다.

미국 상무부의 발표 내용은 오는 6월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따라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이번 태양광 제품 관련 관세 조치는 다른 산업에도 적용하고 있는 고율의 관세 정책이 지니는 일반적 의미뿐 아니라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태양광 산업의 공급망 자체에 타격을 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로 읽힌다.

현재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폴리실리콘을 비롯해 잉곳, 웨이퍼, 셀, 모듈 등 모든 태양광제품 가치사슬에 걸쳐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80%를 웃돈다.

세계적 에너지 리서치 기관인 우드맥킨지가 내놓은 ‘2024년 상반기 글로벌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 순위’를 보면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8개가 중국 기업이기도 하다.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도 70%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관세 외에 다른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중국산 태양광 제품을 향해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김 부회장에게 미국 정부가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강도 높은 공세를 펼치는 상황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김 부회장은 2010년 한화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한 직후부터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며 공을 들여왔지만 늘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에 고전해 왔다.

김 부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태양광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2023년 이후 조지아주 달튼, 카터스빌 등에 3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태양광 제품 생산공장을 짓는 등 과감한 투자를 이어 왔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지난해에 391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썼을 정도로 정책적 방식을 통한 대응에도 힘을 줬다. 

한화그룹의 로비활동 내용을 보면 동남아시아에서 수입되는 태양광 제품에 관세부과 요청이 포함돼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태양광 제조업 무역동맹 위원회와 지난해 4월 미국 상무부에 동남아시아 국가에 공장을 둔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청원하기도 했다. 이번에 나온 반덤핑, 상계관세 조사 결과는 이 청원에 따른 것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보면 김 부회장의 이런 노력이 본격적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으로 보인다.

다만 김 부회장이 마냥 안심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대중국 공세의 목적이 본질적으로 한국 기업을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퍼스트솔라와 같은 현지 기업과 경쟁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퍼스트솔라는 미국에서 매출의 90% 이상을 내고 있다. 미국 내 수직계열화에도 성공해 가치사슬에서 중국과 완전히 분리돼 있다.

그밖에 미션솔라, 콘발트, 스위프트솔라 등 미국 내 주요 태양광 기업들은 모두 중국산 제품의 빈자리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인도 기업들도 김 부회장의 경계 대상이다. 인도 역시 국가적 차원에서 태양광 제품의 수출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2024년 인도의 태양광 모듈 수출액은 20억 달러(약 2조8488억 원)로 2022년 대비 23배에 이를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
 
한화솔루션에 열리는 미국 태양광 시장, 김동관 생산능력 확대로 주도권 쥔다

▲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 카스터빌에 태양광 생산시설 '솔라허브'를 짓고 있다.


김 부회장으로서는 중국산 제품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신속히 미국 내에서 생산 능력을 높이는 것이 당면 과제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태양광 제품의 공급 부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안에 조지아주 카스터빌에 건설 중인 태양광 생산시설 ‘솔라허브’를 완공하면 현지 생산비율을 7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솔라허브는 현재 모듈 등 일부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최종적으로 완공을 마치고 모든 생산라인이 가동되면 한화솔루션은 미국에서 태양광 공급망의 가치사슬을 모두 갖추게 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미국 가정용 태양광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충하면 중국 기업들이 빠진 빈 자리를 빠르게 채워 미국 산업용 태양광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은 OCI홀딩스와 함께 미국 내 태양광 공급망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한화솔루션은 모듈, EPC, 금융 등 태양광 가치사슬의 다운스트림(발전) 영역에서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재생에너지 플랫폼 사업자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