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HS효성첨단소재 알짜사업을 팔려는 HS효성그룹, 인수합병 능한 조현상 눈이 가는 곳은

조현상 HS효성그룹 부회장은 남다른 인수합병 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힘쓰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효성그룹이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효성그룹과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HS효성그룹으로 계열 분리를 마무리 짓고 독립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형제간 독립 경영을 통해 각자의 전문 분야에 집중해 그룹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특히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HS효성그룹은 효성첨단소재를 주축으로 첨단소재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한편으로는 인수합병을 통해 신사업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HS효성의 주요 계열사로는 HS효성첨단소재,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HS효성토요타, 광주일보가 있는데 이 가운데 HS효성첨단소재가 향후 사업재편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조현상 타이어 스틸코드 매각, '신의 한 수' 될까? 

조현상 부회장은 HS효성그룹의 독립 경영을 시작하며 첨단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HS효성첨단소재의 알짜사업인 타이어 스틸코드 부문을 매각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함으로써 사업재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채비를 하고 있다.

타이어 스틸코드는 타이어 제조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로 와이어를 여러 개 합쳐놓아 차체의 하중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보강재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고강도 타이어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타이어 스틸코드 시장은 2022년 50억3천만 달러에서 2030년 77억5천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HS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 스틸코드 부문의 매각 예비입찰에는 2025년 4월, 스틱, JKL, 베인 등 유수의 투자기업들이 참여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매각가는 1조 원대 중반으로 예상되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의 스틸코드 사업 부문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500억 원 수준에 달하며 이는 경쟁사 베카르트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스틸코드 사업은 HS효성첨단소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조현상 부회장의 매각 결정을 두고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동안 효성그룹에서 인수합병에 성과를 보였던 조현상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내부적으로 사업재편의 청사진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을 1조5천억 원 규모로 매각해 인공지능이나 배터리, 반도체 소재, 바이오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려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HS효성첨단소재는 2024년 11월 양극재 세계 2위 배터리 소재 업체인 유미코아에 448억 원을 투자했고 2022년에도 양극재 기업 우전지앤에프 지분 60%를 327억 원에 매입하며 사업재편에 나선 바 있다.

◆ 인수합병에 능숙한 조현상, 꼼꼼한 성격 바탕 둔 리더십

조현상 부회장이 사업재편의 한 방안으로 인수합병을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배경에는 앞선 사례뿐만 아니라 그의 선 굵은 경영스타일도 자리잡고 있다.

조 부회장은 다국적 컨설팅기업인 베인앤컴퍼니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현상은 1994년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6년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해 서울지사와 도쿄지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 뒤 아버지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부름을 받고 효성 구조조정TFT 경영혁신팀에 입사해 사내 컨설턴트 역할로 구조조정 자문 등의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효성 전략본부에서만 15년 넘게 일하며 타이어코드와 스틸코드, 에어백용 원단 등 자동차용 소재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인수합병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인수합병에 회의적 시각을 지닌 경영진들은 물론이고 1년 넘게 피인수기업 경영진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효성그룹 내에서 조현상을 두고 ‘협상에 능숙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HS효성첨단소재, 타이어코드 사업 호조 속 첨단 섬유사업 재도약 노려

조 부회장은 HS효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에서 꾸준히 실적을 내고 있는 타이어코드 사업과 타이어 스틸코드 부문 매각을 통한 현금을 바탕으로 첨단 섬유사업에서도 재도약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HS효성첨단소재는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3조 3112억 원, 영업이익 218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4%, 26.2% 증가했다. 

특히 HS효성첨단소재는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다만 탄소섬유를 비롯한 첨단 섬유사업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은 HS효성첨단소재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다.

탄소섬유는 원사(실) 안에 탄소가 92% 이상 함유된 섬유로 철보다 무게가 1/4에 불과하지만 10배의 강도 7배의 탄성을 지닌 신소재다. 

수소전기차와 수소연료탱크 등 고압용기의 핵심소재로 쓰이지만 최근 중국기업의 대규모 증설로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에 직면해 HS효성첨단소재의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현상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에 HS효성첨단소재의 베트남 탄소섬유 신규설비가 가동을 시작하면 수익성 회복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을 염두에 두고 경영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5년 2분기 이후 HS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1~2호기가 순차적으로 가동되면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베트남 지역에서 생산할 탄소섬유는 국내에서 생산한 탄소섬유 수출 판매가와 동일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고 말했다.

성낙양 HS효성첨단소재 대표이사도 조현상 부회장의 경영구상과 시장상황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구체적으로 꾸려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성 대표는 2025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과 함께 글로벌 경제 저성장이 예상되는 등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면서도 "신규 설비도입을 통한 기술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원가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함으로써 시장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