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2004년 고속철도 시대를 열었던 KTX-1의 기대수명 종료시점이 9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신규 차량 도입을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14년 째 동결된 KTX 운임 인상을 이끌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와 함께 매년 1400억 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한다는 계획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레일 노후 KTX 교체에 재무부담 커질 전망, 한문희 운임 인상 과제 무거워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KTX 기대수명 도래에 따른 대체차량 도입과 정부역할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여하고 있다. < 유튜브 손명수 TV 갭처 >


14일 코레일에 따르면 노후 KTX를 대체하는 차세대 고속차량을 도입하기 위해 전담 TF팀을 구성하고 설계전략을 담은 특수설명서 제작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차세대 고속차량은 2033년 기대수명 종료가 도래하는 초기 KTX를 대체하기 위한 고속열차이다. 코레일은 인공지능 등 첨단 IT기술이 적용해 안전성과 에너지 저감, 편의성 등을 혁신하고 주행 핵심성능을 개선하는 세계 고속철도 트렌드를 반영하기로 했다.

코레일은 현재 KTX-1, KTX-산천, KTX-원강, KTX-청룡 등 모두 4종류의 KTX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속열차 가운데 KTX-1이 절반 이상인 54%를 차지하고 있다.

KTX-1은 가장 이른 2003~2004년에 도입돼 2033~2034년에 차량 교체시기가 예정돼 있다. 코레일은 2040년까지 노후 고속 1224량을 교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철도업계에서는 KTX-1의 교체시기가 도래하면서 약 5년의 차량 제작기간을 고려하면 이른 시점에 차세대 고속철도 차량의 발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노후 차량은 기대수명인 30년이 도래하기 전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해 합격하면 합격시점으로부터 5년 연장해 사용될 수 있다.

다만 노후 차량의 연장 사용은 부품 불량과 마모와 함께 운행장애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철도 노후화로 인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고속철도의 운행장애 가운데 80%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레일은 노후 KTX 교체에 드는 비용이 장기적 재무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KTX 교체를 위한 신규 차량 구매에는 이자 비용을 포함해 5조9215억 원에서 6조8351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코레일은 누적 부채 21조 원을 이미 안고 있어 노후 KTX 교체 및 보수를 위한 막대한 추가 재무 부담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10조 원 규모의 용산 부지 매각을 반영하더라도 노후 KTX-1 대체차량을 인수해야 하는 2040년 이후 부채비율은 최소 386%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레일은 노후 KTX를 교체하는데 직접적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코레일은 노후차량 적기교체를 통해 안전을 확보하고 고속철도 정책의 구조적 문제, 대국민 철도서비스 유지, 저탄소 교통수단으로서의 기후 대응, 철도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들며 예산지원, 선로사용료 감면, 취득세 감면과 같은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더해 코레일은 한 사장의 지휘 아래 KTX 운임 요금 인상 여론을 조성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철도 운임 인상이 물가를 높일 수 있고 국민적 반대여론에 부딪힐 것도 우려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KTX 운임 요금은 2011년 12월 이후 14년째 동결된 상태이다. 이에 코레일은 올해 하반기에 KTX 운임을 17% 인상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최근 물가, 전기요금 상승, 노후 KTX 전면교체 비용 확보 등으로 경영상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 운임인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철도운임 인상에 대해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인 인상률·시점 등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코레일 노후 KTX 교체에 재무부담 커질 전망, 한문희 운임 인상 과제 무거워

▲ 코레일은 13일 오전 대전사옥에서 ‘차세대 고속차량 설계방향 토론회’를 열고 차세대 고속차량의 ‘설계전략 방향’과 ‘주행 핵심성능’을 논의했다. <코레일>


전문가들 역시 근본적으로 KTX 운임을 인상하는 것이 정부의 재정 압박을 덜고 수익자 부담 원칙에 부합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추성호 홍익대학교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KTX 기대수명 도래에 따른 대체차량 도입과 정부역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국내 물가수준과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국내 교통 요금은 상당히 저렴한 편"이라며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KTX 요금을 인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같은 토론회에서 이호 한국교통연구원 팀장도 "이제는 운임인상에 대해 전적으로 고민을 해봐야할 때"라며 "KTX가 고급서비스로 나아가는 만큼 서비스에 걸맞는 요금을 책정해서 지불하는 것이 결국 국민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바라봤다.
 
더불어민주당 손명수 의원 역시 "모든 것을 재정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수익자 부담에 부합하도록 KTX 운임을 인상하는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KTX 운임 인상의 필요성에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이 중요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사장은 취임 첫해인 2023년 기자간담회부터 시작해 지난해 국정감사까지 공식석상에서 꾸준히 KTX 요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해왔다. 

한 사장은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철도 운임이 13년째 동결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운임 인상이 필요하다"며 "13년 동안 동결된 철도 운임을 인상해야 재정 상태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7월 취임한 한 사장은 코레일에서 잔뼈가 굵은 내부 출신 전문 경영인으로 통한다. 올해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를 맞는 만큼 숙원 과제인 KTX 요금 인상을 놓고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 지 관심이 모인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