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해까지 적극적이던 3기 신도시 건설 참여를 사실상 백지화하는 대신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한강 프로젝트 같은 서울시 개발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올해 본격적 임기를 시작하는 황상하 SH 사장은 차기 여당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SH 신도시 대신 '서울'에 집중, 황상하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 뒷받침한다

▲ 황상하 SH 사장이 11일 서울시청 인근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SH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의 '미리 내 집' 공급 확대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 등을 주요 경영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조직 정비를 최근 단행했다.

'미리 내 집'은 서울시가 신혼부부를 위해 제공하는 장기전세주택 정책이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최장 20년까지 거주가 가능하며 자녀 출산 시 할인된 가격으로 주택 구매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혜택을 준다.

SH는 지난해 미리 내집을 1천 호가량 공급했는데 올해는 3500호 공급, 내년 이후 매년 4천호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SH는 특히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기존 도시정비본부에 소속된 한강개발사업단을 지난해 12월30일 취임한 황 사장의 직속으로 이동 편제했다.

황 사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같은 공공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황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강버스를 비롯한 한강 개발 사업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추진해 ‘매력특별시 서울’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SH공사는 지난해 한강버스의 지분 51%를 확보했고 올해 정식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트윈아이(대관람차) 사업도 내년 착공한다. 이밖에 한강 곤돌라 도입 등 다양한 한강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황 사장이 서울 지역 부동산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건설업계에선 전임이었던 김헌동 사장이 주도한 3기 신도시 사업 참여가 사실상 백지화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황 사장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저는 서울 전문가이고 서울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서리풀 지구를 가꾸고 싶은 생각이 많지 다른 곳에 가서 갈등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황 사장 임명 전까지만 해도 SH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상황에서 급격하게 반전된 셈이다.

전임이었던 김헌동 사장은 2023년부터 3기 신도시 가운데 하나인 하남 교산 참여를 추진해왔다. 김 사장은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도 3기 신도시에 SH가 들어갔을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SH의 3기 신도시 참여는 정부와 경기도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는 못했다.

행전안전부는 2023년 11월 국토교통부에 "SH공사가 경기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로 유권해석한 공문을 전달했다. 경기도의원 20여명은 지난해 7월 'SH 3기 신도시 사업 참여 결정 요청규탄 결의안'을 임시회에 상정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황 사장은 서울시 안의 부동산 정책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SH는 2024년 경영평가에서도 한강개발사업, 용산국제업무 등 거점 신규사업 참여로 지역활성화를 위한 투자 유치 실적을 긍정적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SH는 서울시 내 대규모 신규택지 개발이 제한적이라는 특성과 인구감소, 저출산, 고령화 등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다양한 수익형 부동산 사업모델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SH 신도시 대신 '서울'에 집중, 황상하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 뒷받침한다

▲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이 지난해 11월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을 위한 공동협약식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


이 같은 황 사장의 경영 방침 변화는 오 시장의 용산국제업무지구를 포함한 서울 개발사업에 대한 꿈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오 시장은 지난해 11월 서울시, 국토부, 코레일과 함께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을 위한 공동협약서를 체결했다.

오 시장은 협약식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대한민국의 미래 국가 경쟁력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고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실현할 것”이라며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의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 개발 같은 정치적 업적을 쌓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런 방침에 따라 SH는 올해 용산국제업무지구 토지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SH는 코레일과 7대3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사업 공동 시행자로 선정됐다. 총 사업비는 14조3천억 원으로 계획됐다.  

서울시와 SH는 주택사업에서 서울 개발사업으로 넓혀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로의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SH와 관련해 서울시의 입지적 특성과 함께 앞으로 진행할 개발사업에서 우선권으로 사업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김창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향후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 구룡마을 도시개발 사업이 본격화 되는 시점(2025년 이후)에 SH 매출액이 증가할 것"으로 바라봤다.

오윤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향후 용산역세권 보상비용이 지출되면서 SH의 차입규모는 늘어날 것"이라며 "그러나 서울시의 지속적인 지원실적 및 그에 기반한 우수한 재무융통성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H가 오세훈 시장의 서울 토지개발 성과에 역점을 둘 수 있는 재무적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 사장은 SH 최초로 내부승진을 통해 배출됐다. 지난 30년간 SH에 몸담으며 SH 금융사업추진단장, 기획조정실장, 자산관리본부장, 기획경영본부장을 맡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황 사장을 임명하면서 채무 7조원 감축, 신용평가 등급 AAA 획득, 리츠를 통한 새로운 임대주택 사업방식 도입 등 혁신을 추진한 성과를 냈다고 소개했다.

다만 SH에선 3기 신도시 참여 백지화에 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SH공사 관계자는 "황상하 사장이 서울 전문가인만큼 보다 서울에 집중한다는 뜻이며 국토부나 LH가 원한다면 3기 신도시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는 또 사명 변경과 관련해 "서울시 및 서울시의회와 실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과정이며 시의회의 의결이 최종적으로있어야 하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사명 변경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