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디에프 '통큰 베팅' 결론은 적자, 유신열 공항면세점 참여 이유 입증할까

▲ 신세계면세점이 지난해 적자로 전환한 데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운영에 따른 임대료 부담이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은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가 2023년 12월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신세계면세점-항공사 캐세이 마케팅 업무협약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사업을 확대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아 보인다.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당시 통 큰 베팅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해 오롯이 적자를 냈다. 결과적으로 ‘승자의 저주’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 대표는 지난해 주요 대기업 면세점 4사의 인사 쇄신 흐름 속에서도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면세업계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올해 그의 경영적 판단이 맞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최대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신세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가 지난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디에프는 신세계의 100% 자회사다. 이 회사의 실적은 5일 신세계 실적발표를 통해 드러났다. 신세계디에프는 2024년 매출 2조60억 원, 영업손실 359억 원을 봤는데 이는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4.7%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신세계는 실적발표 자료에서 면세점 실적과 관련해 “환율 급등에 따른 공항 매출 부진과 임차료 부담 증가”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면세점은 공항점 임차료 부담으로 단기간에 흑자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대표가 공격적으로 베팅해 사업권을 따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실적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위기다. 신세계디에프는 2023년 5월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사업권을 낙찰 받았을 때부터 ‘승자의 저주’와 관련한 얘기를 들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한 기업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제대로 돈을 번 기업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면세사업권 입찰을 진행할 때 사업자에게 받는 임대료 기준을 소폭 낮춘 점이 해당 사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입찰 결과가 공개되자 면세사업권을 확보한 기업인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현대면세점 사이에서도 희비가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예상보다 큰 금액을 써내 사업권을 따낸 기업과 예상보다 작은 금액으로 사업권을 획득한 기업이 갈렸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든 수준에 입찰금액을 써냈다는 평가를 받은 기업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다.

신세계면세점은 여객수 1인당 최저수용액(일종의 최저입찰금액)이 5617원인 2구역 입찰에 이보다 60% 이상 많은 9020원을 제시했다. 현대면세점이 최저수용액이 1056원인 5구역 입찰에 단 5%만 더한 1109원을 써내 사업을 따낸 것과 대비된다.

신세계면세점이 응찰한 구역은 면세점의 핵심 품목인 화장품을 포함하고 있어 알짜로 꼽힌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의 경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세했다. 하지만 낙찰 결과가 공개되자 신세계면세점이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성 확보에 발목을 잡히지 않겠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물론 유신열 대표는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입찰을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유 대표는 2023년 5월4일 관세청의 면세업계 최고경영자 간담회에 참석해 비즈니스포스트와 대화에서 “인천공항 임대료가 15~20%가량 줄어든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천공항에 응찰했다”며 “앞으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세계디에프 '통큰 베팅' 결론은 적자, 유신열 공항면세점 참여 이유 입증할까

▲ 신세계면세점은 과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공격적으로 베팅해 사업권을 따냈지만 결과적으로 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점 주류매장 모습. <신세계디에프>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유 대표의 전략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의 소비 행태 변화에 따라 공항면세점이 예상했던 만큼의 주된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사실상 대부분의 공항면세점 사업자를 대상으로 임대료를 깎아준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말 현대면세점을 제외한 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자들에게 적용하는 임대료 산정 방식을 기존 여객당 임대료 대신 매출 연동형 임대료로 바꿨다. 실질적인 감면 조치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자를 배려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제2터미널로 재배치될 때까지 한정한다는 조건이었지만 공항면세점 운영 이후 실적이 나빠진 신세계면세점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라고 할 수 있는 조치다.

유 대표에게 앞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는 결국 인천국제공항에 공격적으로 들어간 것이 경영적으로 옳은 판단인지를 증명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코로나19로 면세업계의 위기가 고조되던 2020년 12월 신세계디에프 수장에 올랐다. 2021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2022년과 2023년에도 연달아 영업이익을 내면서 유통업계 연말인사의 쇄신 흐름을 비껴갔다.

지난해에는 실적 악화 탓에 교체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있었지만 유 대표는 주요 면세업4사 가운데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그룹의 신뢰를 다시 한 번 낙점 받았다.

하지만 유 대표가 책임지고 들어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향후 거취를 장담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 대표가 보장받고 있는 임기는 2026년 12월까지다. 

유 대표 앞에 놓인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유 대표는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는 시내면세점 2곳 가운데 한 곳인 부산면세점의 운영이 원활하지 않자 지난해 말부터 단계적으로 영업을 축소하더니 급기야 1월에는 해당 점포를 폐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근속 5년 이상 직원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유 대표는 당시 사내게시판을 통해 “영업구조 변화에 맞는 효율적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연적으로 인력 축소를 검토할 수밖에 없었고 무거운 마음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지금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재도약할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희망퇴직 시행과 동시에 임원 7~8명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급여 20%를 자진 반납하고 있다. 신세계디에프 임원들이 급여를 반납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번째인데 그만큼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공항면세점 임대료가 큰 부담인 것은 맞지만 꼭 해야하는 사업이고 앞으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 셀린느와 디올 등 해외 명품 브랜드뿐 아니라 유명 브랜드를 순차 입점시키면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