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회장 연초부터 외국인에 러브콜, 올해는 누가 미소 지을까

▲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올해도 밸류업을 위해 외국인투자자와 소통을 확대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초부터 외국인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외국인투자자 유치가 중요한 상황에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올해는 누가 외국인투자자 비중을 늘리며 미소를 지을지 주목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들어 외국인투자자들과 소통을 적극 확대하며 신뢰를 강화하는 데 힘을 주고 있다.

1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직접 주주서한 보내 밸류업 정책 이행 의지를 보였다.

임종룡 회장은 1월 중순 서한을 통해 “한국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높은 정치적 성숙도를 바탕으로 우리금융을 더욱 강하고 견실한 금융그룹으로 발전시키겠다”며 “글로벌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이고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양종희 회장도 1월 초 친필 서한을 보내 “KB금융은 지난 10월 공시를 통해 주주들께 약속드린 그룹의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4대 금융지주 회장 연초부터 외국인에 러브콜, 올해는 누가 미소 지을까

함영주 회장(오른쪽)이 17일 서울 중구 하나금융 명동사옥에서 존 코노턴 베인캐피탈 글로벌 CEO와 국내 투자 확대 전략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하나금융>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17일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에서 글로벌 최상위 사모펀드운용사인 베인캐피탈 최고경영자를 직접 만나 국내 투자 확대방안 등을 논의했다.

함영주 회장은 “베인캐피탈과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협업사업을 강화하고 새 사업 기회를 창출하겠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으로서 시너지가 다방면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들어 공식적으로 서한을 보내거나 미팅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한금융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외국인투자자와 밸류업 정책을 놓고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해외 기업설명회(IR) 등에 직접 참여하며 외국인투자자 유치 나섰는데 올해도 연초부터 힘을 주는 셈이다.

밸류업을 위해 외국인투자자가 중요한 만큼 소통을 적극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밸류업의 핵심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가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로 나눈 값으로 분자인 주가가 오르면 자연스레 상승한다.

현재 4대 금융지주는 모두 PBR 1배가 안 돼 저평가주로 여겨진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배수가 가장 높은 KB금융도 24일 기준 PBR이 0.58배에 그친다. 4대 금융지주 평균 PBR은 0.45%인데 주가가 1주당 순자산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4대 금융지주는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만큼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외국인투자자 수급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외국인투자자 수급이 주가 움직임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지만 비중이 높은 만큼 안정적 주가 흐름을 위해서는 외국인투자자의 움직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24일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투자자 비중을 보면 KB금융이 77%로 가장 높고 하나금융이 67%, 신한금융이 60%, 우리금융이 46%로 뒤를 잇는다.

지난해에는 KB금융과 우리금융이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각각 4.81%포인트와 8.02%포인트 늘었고 신한금융(-0.04%포인트)과 하나금융(-0.76%포인트)은 소폭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해와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1월 들어 23일까지 KB금융(0.18%포인트)과 우리금융(0.08%포인트)은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소폭 늘었고 신한금융(-0.30%포인트)과 하나금융(-0.60%포인트)은 감소했다.

설 연휴 이후에는 단기적으로는 지난해 실적과 함께 발표되는 밸류업 추가 정책 등이 외국인투자자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4대 금융지주 회장 연초부터 외국인에 러브콜, 올해는 누가 미소 지을까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5월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 회장.<신한금융그룹>


4대 금융지주는 2월 4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시장에서는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상장 은행주(기업은행, BNK금융, DGB금융, JB금융) 7곳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2조9천억 원 수준으로 1년 전보다 51% 가량 늘었을 것”이라며 “2023년 대규모 상생금융 비용에 따른 기저효과로 증익 폭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4대 금융지주 회장의 해외투자자 소통은 2월 실적 발표 이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4대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올해 전반적 밸류업 계획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적 발표 이후 새롭게 더해진 내용을 바탕으로 외국인투자자와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4대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계엄 사태 이후 올해 탄핵 정국까지 국가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외국인투자자와 소통을 강화한 경향도 있다”며 “올해도 밸류업이 주요 화두인 만큼 외국인투자자와 소통을 지속해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회장은 서신에서 “우리금융을 비롯한 밸류업 공시기업의 강력한 이행 의지 등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밸류업 정책은 변함없이 일관되게 추진될 것”이라며 “2025년에는 해외 투자자들을 직접 찾아 우리금융의 비전과 전략을 설명하며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