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연속 현대차의 인도 최다 판매실적을 이끈 김언수 인도아중동권대권역 부사장 겸 인도권역본부장이 올해 현지 생산능력 확대와 전기차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며 현지 시장에서 제 2의 도약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김언수 부사장.
현대차는 러시아 철수, 중국 사업 축소 이후 인도를 주력시장으로 집중 공략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올해부터 인도 생산능력을 크게 늘리고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며 인도 법인의 제 2의 도약을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현대차 인도법인(HMIL)에 따르면 지난해 이 지역에서 전년(60만2111대)보다 0.6% 증가한 60만5433대를 팔아 2022년(55만2511대)부터 3년 연속 현지 판매 기록을 새로 썼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법인을 설립하고 1998년 인도 남부 첸나이에 제1공장, 2008년엔 제2공장을 건설했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받은 2020년을 제외하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꾸준히 50만 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2023년엔 전년보다 현지 판매량을 9% 늘리며 60만 대 판매 벽을 처음 돌파했다.
인도 델리의 판매마케팅 팀을 맡은 경험이 있는 김언수 부사장은 2022년부터 인도 법인 사령탑에 올라 3년 연속 최다 판매 실적을 이끌었다.
김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현대차에 입사한 뒤 사업운영전략사업부장을 지내다 2020년 전무로 승진해 글로벌 사업관리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21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원가절감추진위원회 판매분과장을 겸직했고 같은 해 연말 인사에서 인도 법인장에 선임됐다. 지난해 인도 법인 현지 증시 상장의 주역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인도 현지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경쟁력으로 단단한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인도 판매량 가운데 SUV 판매 비중 67.6%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도 자동차시장에서 2013년 처음 20%를 넘어선 SUV 점유율이 2023년 과반(51.5%)을 넘어설 정도로 소비자 수요가 SUV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김 부사장은 2023년 엔트리(진입) SUV 엑스터, 작년 9월 3열 SUV 알카자르 부분변경 모델 등 현지 수요에 철저히 맞춘 SUV를 출시하며 판매 확대를 일궈냈다.
그는 지난해 매일경제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인도는 지역마다 언어와 문화, 고객의 선호도가 각기 다르다. 이런 상황을 존중하고 반영한 접근방식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이 같은 성과를 인정 받아 인도권역 본부장에 재선임 돼 오는 25일부터 두 번째 임기(3년)를 시작한다. 두 번째 임기를 지내는 그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수년간 어려움을 겪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고 중국 사업장을 축소하면서 세계 3위 자동차 시장 인도를 미래 핵심 권역으로 점찍고 있어서다.
김 부사장은 올해 그룹 차원의 주요 과제인 인도 생산능력 확대를 차질없이 진행하는 데 경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약 430만 대를 기록한 인도 자동차시장 규모는 10년 안에 6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작년 기준 올린 약 14%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인도 내수에서 80만 대, 아프리카와 중동 및 중남미 등 신흥시장 수출 물량까지 고려하면 100만 대 이상의 생산 능력이 필요한 셈이다.
현재 기아를 뺀 현대차 단독으로 100만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권역은 한국뿐이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연간 82만4천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첸나이 현대차 1·2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푸네 공장을 GM으로부터 인수해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현대차 3공장을 건설 중이다. 1단계 17만 대 생산규모로 시작해 2028년 총 25만 대로 종합 준공되면 100만 대 넘는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김 부사장은 아직 유의미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인도 현지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본격 나선다.
현대차는 다음달 17일 인도에서 열리는 '바라트 모빌리티쇼'에서 첫 현지 생산 전기차 '크레타 EV'를 출시한다.
▲ 현대차 크레타 EV. <현대차 인도법인>
현대차는 작년 기준 약 14% 점유율로 인도 자동차시장의 약 40%를 장악하고 있는 현지 완성차업체 마루티스즈키에 이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아와 합친 현지 점유율은 약 20%다.
김 부사장은 크레타 EV 인도 출시 계기로 현지 자동차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단단히할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생산 전기차 크레타 EV 출시는 현대차에게 또 하나의 전기 신차 출시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인도는 수입 전기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데다 현대차그룹이 현지에 수입해 들여오는 전기차 라인업은 인도에서 판매하기엔 차체가 큰 고급 모델이라 매우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60%대 점유율로 인도 전기차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타타자동차는 1천만 원 중반에서 3천 만원 대 전기차 라인업을 두루 갖췄다.
반면 현대차 코나 EV 가격은 약 3900만 원, 현대차 아이오닉5 가격은 약 7580만 원에서 시작한다. 지난해 현대차의 인도 전기차시장 점유율은 0.92%로 1%에도 못미쳤다.
인도 현지 매체들은 크레타 EV 판매 가격을 200만~250만 루피(3400만~4200만 원)로 예측하고 있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174만9천 루피에서 시작하는 타타 커브 EV와 겨뤄볼 만한 가격대다.
인도 전기차 판매량은 현재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2% 수준으로 아직 태동기를 지나고 있다. 다만 2020년 5천 대 수준에 불과했던 인도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1만5천 대, 2022년 4만8천 대, 지난해 9만 대로 매년 배 이상 빠르게 성장 중이다.
마루티스즈키는 올해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전기차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지만 아직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지 못했다.
현대차는 올해 크레타 EV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5종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인도법인 상장 기념행사 뒤 질의응답 세션을 통해 "인도 정부의 전기차 산업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가지고 있고 모든 업체들이 앞으로 전기차를 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현대차는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에서 탁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현대차 인도 법인은 현대차의 글로벌 기술을 빠른 시간 내에 인도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