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재 상황의 조속한 수습과 안정된 국정운영이 긴 공직 생활의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전력을 다하겠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지난 1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그런데 한 권한대행은 국회의장을 만난 지 보름도 되지 않아 사상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이라는 상황과 마주하게 됐다.
공석인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면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26일 본회의에서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인준 절차를 마무리한 뒤 한 권한대행이 27일 오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곧바로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안) 처리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로 ‘여야 합의’를 들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여야 합의’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거세다.
야당뿐 아니라 국회에서 추천된 헌법재판관 후보자, 대법원 등 주요 기관에서 모두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 임명이 가능하다고 바라본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만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에서 타협하라며 임명을 결정하지 않겠다는 한 권한대행의 논리는 결과적으로 현재 여당 지도부의 주장에만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당 1명, 야당 2명 등 헌법재판관 후보자 추천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미 민주당과 합의했던 사안이다. 윤 대통령이 탄핵된 뒤 신임 권성동 원내대표가 상황 변경을 이유로 기존 합의를 수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헌법을 해석하는 권한을 가진 헌법재판소(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임명은 아무런 법리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룰수록 윤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 절차에 대한 여러 소모적 논쟁이 지속될 뿐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당하려면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한다”고 강조했고 같은 방송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헌재와 대법원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한 입장을 고려할 때 임명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이 또 반대하는 쌍특검 법안(내란 일반특검과 김건희 특검법)을 반대하는 이유로 내세운 '위헌적 요소'도 윤석열 대통령의 기존 주장이나 국민의힘 입장에 치우쳐져 있다.
특검법안에 위헌적 요소라는 건 결국 여당에 특검 추천권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내란죄 수사는 물론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비위 관련 수사에 여당의 특검 추천권을 배제한 것이 '위헌'일 수는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며 이런 전례도 이미 여럿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수사팀에 참여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특검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특검추천권이 배제됐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국정농단 혐의를 받던 최순실씨가 특검 여당 추천권 배제를 이유로 제기한 특검법 위헌 법률 심판에서 “국회가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다수결 원리로 결정한 특검추천권은 위헌이라 볼 수 없다”며 “현직 대통령이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특수성이 있는 사건에서 여당이 특별검사 추천권 행사에 참여해 결정된 특별검사는 이해관계를 같이 할 대상을 수사하고 기소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특검 뿐 아니라 2018년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댓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드루킹 특검법'에서도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의 특검추천권이 배제됐다.
무엇보다도 ‘여야 합의’만을 앞세워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나아가 쌍특검 법안을 반대함으로써 정국을 더욱 교착 상태로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거세다.
정국 혼란이 지속될수록 대외신인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과 내란죄 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 외신들은 ‘불확실성의 지속 기간’을 주목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CNN은 “미국의 중요한 역내 동맹국인 한국에서 2016년과 2017년의 탄핵 정국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수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통령은 국무총리에게 권한을 즉시 이양해야 하며 법원이 탄핵 투표를 검토하는 동안 보호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과정은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에 한국경제인연합회도 “이번 탄핵정국에 따른 국정 공백이 빠르게 해소돼 대외 신인도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은 대국민 담화에서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헌법과 법률에 담긴 정신"이라며 "만약 불가피하게 이러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지금까지 헌정사의 관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여야 합의'를 되풀이했다.
한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라는 논리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비상계엄의 진상을 밝히는데 적극 협조해 정국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데 힘써야 한다. 그래야 개인적으로도 역사에 죄를 짓지 않고 긴 공직생활의 끝을 무난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김대철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지난 1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한 권한대행은 국회의장을 만난 지 보름도 되지 않아 사상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이라는 상황과 마주하게 됐다.
공석인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면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26일 본회의에서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인준 절차를 마무리한 뒤 한 권한대행이 27일 오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곧바로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안) 처리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로 ‘여야 합의’를 들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여야 합의’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거세다.
야당뿐 아니라 국회에서 추천된 헌법재판관 후보자, 대법원 등 주요 기관에서 모두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 임명이 가능하다고 바라본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만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에서 타협하라며 임명을 결정하지 않겠다는 한 권한대행의 논리는 결과적으로 현재 여당 지도부의 주장에만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당 1명, 야당 2명 등 헌법재판관 후보자 추천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미 민주당과 합의했던 사안이다. 윤 대통령이 탄핵된 뒤 신임 권성동 원내대표가 상황 변경을 이유로 기존 합의를 수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헌법을 해석하는 권한을 가진 헌법재판소(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임명은 아무런 법리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룰수록 윤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 절차에 대한 여러 소모적 논쟁이 지속될 뿐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당하려면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한다”고 강조했고 같은 방송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헌재와 대법원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한 입장을 고려할 때 임명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이 또 반대하는 쌍특검 법안(내란 일반특검과 김건희 특검법)을 반대하는 이유로 내세운 '위헌적 요소'도 윤석열 대통령의 기존 주장이나 국민의힘 입장에 치우쳐져 있다.
특검법안에 위헌적 요소라는 건 결국 여당에 특검 추천권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내란죄 수사는 물론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비위 관련 수사에 여당의 특검 추천권을 배제한 것이 '위헌'일 수는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며 이런 전례도 이미 여럿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수사팀에 참여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특검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특검추천권이 배제됐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국정농단 혐의를 받던 최순실씨가 특검 여당 추천권 배제를 이유로 제기한 특검법 위헌 법률 심판에서 “국회가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다수결 원리로 결정한 특검추천권은 위헌이라 볼 수 없다”며 “현직 대통령이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특수성이 있는 사건에서 여당이 특별검사 추천권 행사에 참여해 결정된 특별검사는 이해관계를 같이 할 대상을 수사하고 기소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특검 뿐 아니라 2018년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댓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드루킹 특검법'에서도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의 특검추천권이 배제됐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에 국민의힘, 진보당,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정국에 대한 의견을 담은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도 ‘여야 합의’만을 앞세워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나아가 쌍특검 법안을 반대함으로써 정국을 더욱 교착 상태로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거세다.
정국 혼란이 지속될수록 대외신인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과 내란죄 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 외신들은 ‘불확실성의 지속 기간’을 주목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CNN은 “미국의 중요한 역내 동맹국인 한국에서 2016년과 2017년의 탄핵 정국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수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통령은 국무총리에게 권한을 즉시 이양해야 하며 법원이 탄핵 투표를 검토하는 동안 보호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과정은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에 한국경제인연합회도 “이번 탄핵정국에 따른 국정 공백이 빠르게 해소돼 대외 신인도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은 대국민 담화에서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헌법과 법률에 담긴 정신"이라며 "만약 불가피하게 이러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지금까지 헌정사의 관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여야 합의'를 되풀이했다.
한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라는 논리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비상계엄의 진상을 밝히는데 적극 협조해 정국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데 힘써야 한다. 그래야 개인적으로도 역사에 죄를 짓지 않고 긴 공직생활의 끝을 무난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