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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와 투자자 주장 예상된 평행선, 이재명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 놓고 고심

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 2024-12-19 1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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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들에게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추진에 앞서 재계와 투자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직접 토론에 나섰다.

이 대표는 양측의 의견을 듣고 절충점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강조했지만 재계와 투자자 사이의 큰 인식 차이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재계와 투자자 주장 예상된 평행선,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44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명</a>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 놓고 고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 본청에서 개최한 민주당 상법개정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재계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상장법인의 합병·분할 등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수정할 ‘핀셋 규제’를 요구했고 투자자 측은 이사의 주주 대상 충실의무 확대는 자본시장의 투명화의 최소 조건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은 상법과 자본시장법 ‘투-트랙’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데 재계와 투자자 사이에 절충점을 놓고 이 대표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1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상법 개정 정책토론회를 열면서 “누군가 피해보고 누군가 이득을 보는게 아니라 공정한 시장을 어떻게 만들지, 기업이 어떻게 경쟁력 확보할지, 투자자는 안심하고 기업에 투자할지에 관한 합리적 방안 마련하는 자리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재계 측과 투자자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의 이사의 충실의무 주주 확대 방안의 필요성과 부작용을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을 펼쳤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에 현행 상법의 이사회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재계는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에 담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의 경영권을 노리고 공격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상장회사의 86%가 중소·중견기업이고 경영권 분쟁 공시기업의 90%가 중소·중견기업인데 시가총액이 작아 1200억 원 정도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대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중소·중견기업들이 더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와 투자자 주장 예상된 평행선,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44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명</a>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 놓고 고심
▲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상법 개정 토론회에서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것에 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델리민주 생중계화면 갈무리> 

그러면서 박 상근부회장은 “상법이 개정되면 판례가 만들어질 때까지 여러 가지 혼란도 있을 것”이라며 “결국 기업경영을 법원에 맡기게 돼 판사를 회장으로 모셔야 하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리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계 측의 주장에 투자자 측은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했다. 또한 해외 행동주의 펀드가 비합리적 이유로 경영권을 침해한다면 소액주주들과 일반 투자자들의 행동주의 펀드의 의견을 배척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 측 패널로 나선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재계 측이) 외국인 주주에 의해서 자꾸 경영권이 넘어간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런 공포는 과장”이라며 “2019년에서 2024년까지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놀라운 게 일단은 외국인 주주에 의해서 (최대주주의 경영권이) 제한되는 경우도 굉장히 적다”고 말했다.

재계 측은 상법 상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면 단기적 주주 이익에 반하는 기업의 장기적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주주들이 장기적 투자 등 기업 이사회의 결정을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라 규정해 소송을 남발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다면 이사들이 적극적인 경영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연중 심팩 CFO(재무담당 최고책임자)는 “회사가 많은 이익을 봤을 때 일반주주는 고액 배당을 요구하고 이사회는 재투자를 결정하면 충실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며 “회사가 단기적 주가 부양에 도움이 안 돼도 장기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인수합병이나 사업 결정을 해도 주주 이익에 반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사회가 적극적 경영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도 “상법 개정으로 (기업) 지배구조가 변화하면 장기적으로 성장이 약화되고 내부 의사결정도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주주 충실의무를 해외 투기자본이 악용하면 이사회의 장기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다”고 바라봤다.

재계 측은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포인트(Pin-Point)’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경제계에서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법 개정보다는 문제가 된 합병 분할 사례에 대한 '핀포인트(pin-point) 접근'이 실용적이라는 의견이 많다”며 “의료 수술에 비유한다면 아픈 곳을 최소한으로 제거하고 정상세포나 신경조직에는 손상이 없도록 해야 명의가 아니겠나”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토론회 중간에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를 ‘상장법인’에만 적용하면 재계 측이 수용할 수 있는지를 물었지만 재계 측은 “핀셋 규정이 좋겠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최소한 수준의 선언적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명한석 변호사는 “우리나라에 주주들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없어 입법적으로 해결하자는 게 이사 충실의무 확대의 취지”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지배구조라 번역되는 거버넌스는 투명성과 책임성이 핵심이고 그것이 담보되지 않으면 ‘ESG 워싱’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SG 워싱은 ESG경영을 실질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시늉만 내는 것을 말한다.

명 변호사는 “(재계가) 이사충실의무 확대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건 ESG를 안 하겠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박광현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 대표는 “경영진이 감내할만한 적정 수준의 개혁으로 한국 개미들이 국장에 돌아오길 바라는 건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경영자 측에서 이것(이사충실의무 확대) 만큼은 막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투자자들은 이것만큼은 넣어야한다고 본다”고 재계 측의 주장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양쪽이 납득할만한 합의안은 없고 (재계와 투자자 가운데) 한 집단에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십자가를 지고 개혁을 해야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직언했다. 

박 대표의 발언에 이재명 대표는 “아주 살벌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투자자 측은 재계 측이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해 주주들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조달하면서도 주주들의 권리에 대해선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재계와 투자자 주장 예상된 평행선,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44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명</a>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 놓고 고심
▲ 윤태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연구소장이 상법 개정안을 두고 재계 측의 입장을 비판하고 있다. <델리민주 생중계화면 갈무리>

윤태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연구소장은 “재계는 비례적 이익을 못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재계의 주장은 회사를 일궈온 사람들의 1주가 다른 사람들의 1주보다 소중하다고 보는 인식이 담겨있고 그래서 경영권 방어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회사를 상장시킨 순간 회사는 내(창업자)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데 한국기업인들은 외부에서 많은 투자가 유입돼도 내 맘대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부끄러운 역사를 깨뜨리는 첫 순간이 이사충실의무 확대 상법 개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 소장이 발언을 마치자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상법과 자본시장법 ‘투-트랙’ 개정을 지지하는 당내 기류를 드러낸 것으로 읽혔다.

이 대표는 토론회 막판에 상법개정안 추진을 주도하고 있는 오기형, 김남근 의원을 향해 “의원님들의 고민이 깊어지겠다”며 “기본적으로 주주들의 이익이 결국 회사의 이익이라고 생각하는데 주주 중에 아주 극히 일부의 충돌로 논쟁의 출발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 측과 투자자 측의 간극을 확인한 이 대표와 민주당은 향후 소통하는 기회를 더 가지며 상법개정안 처리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다. 민주당은 법사위 소위원회에서 오는 30일 공청회를 열어 최종 방향을 잡은 뒤 이르면 내년 초 본회의에서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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