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11-21 12: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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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데이터센터 통합솔루션 역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한동안 지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건설업을 넘어 데이터센터 관련 원스톱 통합 솔루션 역량을 확보하는 데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1일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서 전환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공사 건설 등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싱가포르 디지털 플랫폼 기업 ‘디지털엣지’와 함께 '청천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분율을 살펴보면 SK에코플랜트 49%, 디지털엣지 51%다.
이 사업은 인천 부평구 국가산업단지에 국내 최대 규모인 120MW(메가와트) 규모의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하이퍼스케일급은 일반적으로 서버 10만 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데이터센터를 뜻한다.
1차와 2차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번 사업의 공사비 규모는 모두 합쳐 약 1조 원에 이른다. SK에코플랜트는 9월20일 청천데이터센터의 1차 공사를 마무리했다. 2차 공사는 내년에 시작된다.
1차 공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SK에코플랜트는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벨로퍼는 단순 시공을 벗어나 사업 개발부터 설계·조달·시공(EPC), 운영까지도 책임지는 토탈솔루션 업체를 뜻한다.
김 사장은 SK에코플랜트가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친환경 분야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친환경(그린)’은 SK에코플랜트 데이터센터 사업의 핵심 키워드다. SK에코플랜트는 분기보고서에서 주택 및 건설 분야에서 보유하고 있는 경쟁 우위 요소 가운데 하나로 그린데이터센터 구축 능력을 꼽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는 “그린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서 높은 에너지 효율과 고객 맞춤 디자인을 적은 총소유비용(TCO)으로 제공한다”라며 “자체 개발한 데이터센터 모델링 및 솔루션, 테크놀로지 전 영역에서 글로벌 운영사들을 비롯한 국내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고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에코플랜트의 ‘그린 데이터센터’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로는 연료전지 가운데서도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가 거론된다.
SK에코플랜트는 9월4일 부산 벡스코 에너지대전에서 한국수력원자력, 블룸에너지, 블룸SK퓨얼셀 및 국산화 참여 강소기업과 함께 SOFC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전해질의 원재료와 파우더의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전해질은 양극재, 음극재와 함께 연료전지 핵심 부품인 셀을 구성한다. 셀에서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이온이 발생하는데 전해질이 이온의 이동을 돕는다.
SK에코플랜트의 SOFC 관련 성과는 기술개발 수준에 그치지 않고 사업적 측면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3년 9월에는 중국 최대의 데이터센터 기업 GDS와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SOFC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4년 8월에는 충북 진천에서 진행하고 있는 SOFC 사업의 자본 조달에도 성공했다.
SK에코플랜트는 청천데이터센터에 국내 데이터센터 가운데 최초로 330kW(킬로와트) 규모로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를 설치하고 이를 보조전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SK에코플랜트와 SOFC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미국 발전용 연료전지 기업 블룸에너지가 최근 한국, 대만, 미국 등에서 SOFC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블룸에너지는 현지시각으로 14일 아메리칸 일렉트릭 파워와 최대 1GW(기가와트) 규모의 연료정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현재까지 진행된 상업용 연료전지 조달 계약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다.
SK에코플랜트는 단순 협력에서 그치지 않고 블룸에너지에 약 5억66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SK에코플랜트는 수소를 활용하는 SOFC 전기를 만들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흡수식 냉난방시스템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냉각에 필요한 전력을 줄이는 기술도 확보했다.
흡수식 냉각시스템은 진공에 가까운 압력 6.5mmHg(수은주 밀리미터)를 만들어 물이 5℃에서도 끓게 만든다. 끓어오른 물은 증발하면서 주변을 시원하게 만드는 냉매 역할을 한다.
데이터센터는 전체 에너지 비용 가운데 40~50%가 냉방용 전기요금이 차지할 정도로 IT 장비 등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식히기 위한 냉방이 필수적이다.
최근 SOFC 등 연료전지를 활용한 분산형 전원 공급 솔루션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언급할 정도로 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최 회장은 11월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SK AI 서밋’에서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탄소중립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체적 방법 가운데 하나로 SK에코플랜트의 분산형 전원 공급 솔루션 사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SK에코플랜트는 분산형 전원 공급 솔루션 외에도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폐기물 재처리 사업에서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전문 자회사 SK테스는 2024년 3월 데이터센터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버지니아 프레데릭스버그에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 전용 IT자산처분서비스(ITAD) 공장을 만들었다.
SK테스의 버지니아 공장은 데이터센터 전용 ITAD 시설로 구축돼 매년 최대 60만 대의 개별 서버의 재처리가 가능하다.
김형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SK에코플랜트의 반도체 관련 기술 역량을 키워가고 있는 점도 이목을 끌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저전력 D램 등 반도체 관련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SK에코플랜트는 1일 반도체 사업의 핵심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자회사 편입 작업을 완료했다. 에센코어는 SK하이닉스로부터 D램 등을 공급받아 SSD, SD카드 등 메모리 제품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산업용 가스 등 다양한 산업용 가스를 생산한다.
SK에코플랜트가 8일 진행한 ‘2024 콘테크 미트업 데이’ 행사에서 상을 받은 혁신 기술 4개가 반도체 3개, 환경 1개이었던 점도 반도체 기술역량 확보라는 김 사장의 경영 방향을 보여준다.
반도체 분야 수상 기술을 살펴보면 반도체 사업장 배출 폐불산 슬러지 활용 시멘트 대체재 생산. 펄스 및 진공 모듈을 통한 반도체 클리닝 장비 개발, 반도체 사업장 배출 폐불산 내 고순도 불산 및 실리카 회수 등이다.
김 사장은 ‘2024 콘테크 미트업 데이’ 시상식에서 “이번 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통해 반도체·환경 분야 기술 고도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