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세와 정부의 부동산 공급정책이 맞물리면서 2030세대 영끌족이 다시 들끓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가계대출 증가를 경계하며 대출을 조이려고 하지만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9월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월 DSR 시행 전 막차 탄다", 다시 달아오르는 영끌족에 '백약이 무효'

▲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27일 방향을 잃은 정부의 관치 금융이 청년들을 다시 부채 늪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규근 의원실>


27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최대한 대출을 실행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DSR 2기 시행일자를 확인하며 정확히 적용되는 시점이 언제인지 문의도 오가고 있다.

한 게시판 이용자는 마이너스 통장을 29일 이전에 개설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가계부채 늘어나는 거 관련해 최근 금감원이 빡세게 조이고 있다"며 "9월1일자로 DSR 2기를 시행할 예정인데 대출 늘어나는 걸 확인하고 금감원이 29일로 땡겼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이 29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제한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종합대책을 시행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인 대출기간은 수도권 소재 주택에서는 30년으로 일괄 축소한다. 이전까지는 한도가 없었던 주택을 담보로 빌리는 생활안정자금의 대출 한도도 물건별 1억 원으로 줄였다.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도 한동안 없앤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 적용도 막혔다. 

논, 밭, 과수원 등 나대지 담보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다른 은행에서 넘어오는 전세자금대출은 금지된다.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한 통장자동대출 한도 또한 기존 1억5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감소했다.

우리은행 역시 9월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총량을 관리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아예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플러스모기지론 등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미 문턱이 높아지기 전에 대출을 서두르는 모습이 나타난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주담대 계약하고 왔다"며 "잔금일까지 두달 넘게 남았는데 규제 소식에 맘이 급해져서 여기저기 수소문해 계약까지 하고 왔는데 오늘 대출기간 규제 루머 보니 잘한 것 같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는 스트레스 DRS 2단계 시행을 목전에 두고 소위 말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로 주택 담보 대출 '막차'를 타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의 중심에는 젊은 세대가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기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1년 전보다 32조9천억 원이 늘었다.

2022년 상반기와 2023년 상반기를 비교했을 때 주담대 잔액이 약 2조8천억 원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대출잔액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20~30세대 주담대 잔액을 살펴보면 12조8천억 원이 늘어난 140조8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 전세자금대출도 많이 받았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세자금대출의 잔액 총량이 1년 전보다 5천억 원 줄었음에도 20·30세대의 전세자금대출잔액은 2조 원 늘어났다.

올해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빠르게 하락했음에도 연체액 규모가 늘어난 것도 대출 증가 추세를 방증한다.

4대 은행 평균 주담대 금리는 올해 상반기 기준 3.68%로 1년 전과 비교해 0.79%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상반기 4대 은행의 주담대 연체액 규모는 약 1조877억 원으로 고금리로 고역을 치렀던 2023년 상반기 1조324억 원보다 오히려 늘었다.

주담대 대출잔액 증가 및 연체액 증가에 힘입어 대한민국의 가계부채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2024년 1분기와 비교해 가계신용이 0.7%(13조8천억 원) 늘어난 가운데 관련 통계가 공표된 2002년 4분기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을 모두 합친 '포괄적 가계부채'를 뜻한다.

최근 주택 관련 대출이 폭증하는 이유로는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젊은 층의 수요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7일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으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8599건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월간 거래량이 8천 건을 넘은 것은 2020년 7월 1만1170건 이래 처음이다.

아파트 매매 신고 기한이 31일까지이기 때문에 아직 4일 정도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7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단순 대출금리 규제로는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강력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9월 DSR 시행 전 막차 탄다", 다시 달아오르는 영끌족에 '백약이 무효'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직접적으로 '영끌'을 겨냥한 발언을 하며 달아오른 매수심리를 달랬다.

박 장관은 26일 SBS Biz '경제현장 오늘 LIVE'에 출연해 "8·8대책은 '영끌을 해서라도 따라 사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초조함을 풀어주기 위한 공급대책"이라며 "앞으로 새집 분양 기회가 많기 때문에 성급하게 추격 매수에 가담하지 않는게 좋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 관리를 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연초 은행들이 설정한 스케줄보다 상반기 가계대출이 늘어나자 금리인상 등 손쉬운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은행이 물량 관리나 적절한 미시 관리를 하는 대신 금액(금리)를 올리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권은 이 원장의 발언이 나오자 대출금리 수준을 넘어선 자체 대출 규제 방안을 하나둘 내놓으며 정부 기조에 발맞추고 있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들은 23일 부동산 시장 및 공급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8·8 부동산 대책의 후속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9월1일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 2단계와 은행권 주담대 스트레스 가산 금리 적용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파악된다.

통화당국도 금리 인하를 향한 지나친 기대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라며 “현재 금통위원들은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기는 통화정책 운용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라고 말하며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했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공급 완화에 방점을 두고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으려는 정책을 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즉각적으로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며 이례적인 입장 발표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자 박상우 장관이 "“공급과 수요를 같이 관리하겠다는 균형 측면에서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만약 수요를 막거나 왜곡하는 장치들이 있다면 엄격하게 단속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