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주 기자 yjbae@businesspost.co.kr2024-06-27 17: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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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피겨 국가대표였던 이해인 선수가 해외 전지훈련 기간에 술을 마시고 미성년자 이성 후배를 성추행한 혐의로 3년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이 선수는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하고 나서 스포츠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그동안 빙상계에선 성 문제와 관련한 논란이 자주 있었는데 이번 이해인 선수 사건으로 또다시 문제가 불거진 모양새다. 이에 대한빙상경기연맹(빙상연맹)은 그동안 지적돼 온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재발방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이해인 선수(사진)가 해외 전지훈련 기간에 술을 마시고 미성년자 이성 후배를 성추행한 혐의로 3년 자격정지 처분 받은 가운데 이 선수는 '연인사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스포츠윤리위원회 조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법률사무소 서온>
이해인 선수는 27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성년자를 성추행했고 성적 가해를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 선수는 "피해자는 내가 고등학생일 때 사귄 남자친구였고 부모님 반대로 헤어졌다가 이번 전지훈련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연맹 조사를 받을 때 그 친구와 교제 사실을 말할 수 없었고 성적 행위는 연인 사이에 할 수 있는 장난이나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선수의 법률대리인인 법률사무소 서온 김가람 변호사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해인 선수는 성추행 사실을 한 사실이 없다"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스포츠공정위)에 재심의를 신청했고 성추행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빙상연맹은 지난 20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이 선수에게 미성년자인 이성 후배를 성추행한 혐의로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 선수는 지난 5월 15∼28일 이탈리아 바레세에서 진행된 피겨 국가대표 전지훈련 기간 숙소에서 음주한 사실이 발각돼 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됐고 연맹은 조사 과정에서 음주 외에도 성적 행위가 벌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연맹은 자체 조사를 거쳐 이 선수에게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린 뒤 전날 스포츠윤리센터에 이 선수를 신고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성 관련 비위 사건이다 보니 1차적으로 연맹 내부적으로 조사를 거치긴 했지만 완전히 조사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이에 윤리센터에 이해인 선수를 신고하게 됐다”며 “이 선수가 주장하는 ‘연인사이’ 관련 부분에 대해선 재심위원회에서 판단할 것이다”고 말했다.
빙상계에선 그동안 유독 성문제와 관련한 논란이 많이 일었다. 대표적 피해 사례로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있다. 심 선수는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는 심 선수가 고등학생이었던 2014년 8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체대 빙상장 등에서 수차례 심 선수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13년 형을 받았다.
▲ 27일 이해인 선수가 개인 SNS계정에 올린 입장문 일부. <이해인 선수 인스타그램 갈무리>
2019년 6월엔 쇼트트랙 역사상 첫 ‘동성 성추행’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쇼트트랙 임효준 선수는 훈련 도중 황대헌 선수의 바지를 벗기며 성희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임 선수는 진천선수촌에서 퇴소 당했고 이후 쇼트트랙 남녀 국가대표팀 선수 전원이 선수촌에서 한 달 동안 집단 퇴촌 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선수촌이 쇼트트랙 팀의 기강 해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2019년 2월엔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 김건우 선수가 여자 숙소를 무단으로 드나들었다가 적발되는 일이 있었다. 이에 김 선수는 선수촌 퇴촌 명령을 받았고 김 선수의 여자 숙소 출입을 도운 여자 선수인 김예진 선수도 함께 징계를 받았다. 두 선수는 결국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했다.
빙상계에서 성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되자 같은해 1월 ‘젊은 빙상인 연대’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젊은 빙상인 연대’는 빙상인들이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 빙상’을 바라는 맘에 빙상계의 개혁을 요구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빙상계 폐단의 원인으로 모 체육대학의 A교수를 지목하며 “빙상계에 성폭력 피해 사례가 많지만 대부분 가해자가 어떤 제재나 불이익도 받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가해 코치들이 A 교수 휘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A 교수는 교수직과 연맹 부회장 보직에서도 사퇴했다.
빙상연맹은 그동안 지적돼 온 빙상계 내 성추문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집행부 구성원들을 교체했다.
최근에는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 국가대표 선수들 70여명을 모아 사상 처음 합동 워크숍을 열고 선수들의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교육들을 진행하기도 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집행부가 바뀌어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고 워크숍 등 교육을 강화해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