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6-18 15: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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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앞줄 왼쪽부터) 양경수 민주노총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의원 등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
[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이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노조법) 개정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
이번에 발의된 노조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에 내용이 보완됐다. 그러나 경영계에서 수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조항들이 포함돼 향후 22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두고 여야의 치열한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 등 야6당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은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공동으로 대표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은 야당 의원 86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야권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노조법 개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양 위원장은 “일하는 사람 누구나를 노동자로 인정을 하는 것, 권한이 있는 사람이 책임도 함께 지는 것, 손해배상·가압류를 무기로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파괴하지 말라는 것이 우리가 주장하는 노조법 개정의 내용”이라며 “누가 들어도 상식적인 이 법을 또 다시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부를 거부하는 행동에 나설 것임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 의장국이 됐음에도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부분이 ILO 규약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노조법 개정안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윤성덕 주제네바 대사가 지난 16일 스위스에서 열린 ILO 이사회에서 의장으로 선출됐다.
▲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 위원장은 “정부는 우리나라가 21년 만에 ILO 의장국이 됐다며 자화자찬하지만 노동권 보장의 실상은 어떻나”라며 “헌법상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해달라는 노조법 개정안을 무려 30년이 넘도록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게 ILO 의장국인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위상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는 길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지난 국회에서 좌절된 노조법 제2조와 제3조 개정안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시행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던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현행 노조법 2조는 사용자를 근로 계약 주체가 되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로 보고 있는데 개정안은 여기에 '근로조건에 사실상의 영향력이 있는 자'를 추가해 사용자의 범위를 넓혔다. 사용자 범위를 이른바 '진짜 사장'인 원청까지 넓히고 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게 해 노동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노조법 3조 개정안은 기업이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손해배상 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한다’고 규정했다. 기업이 노조의 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었을 때 대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함으로써 노조의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이번에 야6당이 공동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법안에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현행 노조법 제2조 4호의 라목에 규정된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할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규정을 삭제해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의 단결권을 보장해 ILO 같은 국제기구의 권고를 따르도록 했다.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하고자 한 노조법의 입법 목적과 대법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대한 판결을 반영하고 ILO 87호·98호 협약 기준을 고려해 근로계약관계에 한정하지 않고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들 등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포함하도록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ILO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에 ‘결사의 자유’ 협약 87호와 단체교섭권 관련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한 98호 협약에 대한 이행 검토를 요구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법관이었던 2018년 특수고용자인 학습지 교사도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 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용우 의원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22대 국회에선 보다 진전된 내용으로 노조법 2·3조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최근 노동 약자에 대한 적극적 지원 입법을 약속했는데 노조법 2·3조 개정은 한국 사회의 가장 취약한 노동자인 하청, 비정규직, 플랫폼,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권리보장 입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도 22대 국회에서 더욱 강력한 노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노조법 개정안의 당론 발의와 관련한 질문에 “당내 환경노동정책 조정위원들과 논의를 했는데 거부권이 행사됐던 지난번 노란봉투법보다 노동권을 강화하는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아직 당론을 모으지는 못했다”며 “조금 더 논의해서 당론으로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더욱 강력해진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계가 노조법 개정안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어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5월26일 '22대 국회에 드리는 입법제안'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추진과 관련해 “사용자 및 노동쟁의의 개념을 확대하고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경우 노사관계와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만큼 노동조합법 개정 논의로 산업현장의 혼란을 재현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노조법 개정안 추진을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경총은 지난 12일 금속노조가 국회 앞에서 노조법 개정안 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자 입장문을 통해 “금번 노조의 집회는 법 개정 및 정부 정책 등 정치적 요구를 내세운 정치 집회로 노조법에서 규정한 근로시간 면제 활동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재계와 정부여당의 입장을 고려할 때 노조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지만 야권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이뤄내겠다는 태세다.
이용우 의원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통과 가능성에 관한 물음에 “법률의 완결성과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논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