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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 7일 만에 돌아온 ‘산은 이전법안’, 22대 국회선 문턱 넘을 수 있을까

조승리 기자 csr@businesspost.co.kr 2024-06-05 14: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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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KDB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폐지된 지 7일 만에 22대 국회가 시작하자 부활했다.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추진 동력이 한풀 꺾인 만큼 이번 국회에서도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폐기 7일 만에 돌아온 ‘산은 이전법안’, 22대 국회선 문턱 넘을 수 있을까
▲ 부산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하면서 22대 국회서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5일 산업은행과 국회 안팎에 따르면 산업은행 이전 부지가 예정된 부산 남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1호 법안으로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나온다.

박수영 의원과 국민의힘 16명은 전날 한국산업은행의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두도록 본점 소재지를 수정하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을 담았던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때에도 발의됐으나 5월29일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법안에 함께 이름을 올린 의원들은 모두 부산지역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다.

의원들은 2004년 국토균형발전 특별법과 2007년 혁신도시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따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서에서 “정부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공공기관 지정안 고시 등 행정절차를 이미 마무리했다”며 “부산시가 금융중심지의 위상을 제대로 갖추고 이를 통해 국가균형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인 산업은행 본점 이전 가능성을 남기면서 부산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개정안을 다시 발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정안 발의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했다.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은 전날 성명서에서 “논리와 명분을 갖고 반대하는 데도 폐기된 법안을 밀어붙이는 그 태도가 ‘떼쓰기’이다”며 “무턱대고 주장하기 전에 우려하고 반대하는 산은 노동자와 전문가, 그리고 시민을 묻고 들어라”고 말했다.

김현준 산업은행노동조합 위원장도 “산업은행 부산 이전 법안은 경제적 타당성 검토가 부족하고 이해관계자간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다”며 “추가 검토와 논의 없이 법안 폐기 1주일도 안 돼 ‘무지성’으로 법안을 재탕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이번 개정안 발의를 계기로 투쟁 강도를 다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올해 들어 부산 이전과 관련한 투쟁 강도를 조금 낮췄다. 그동안 아침마다 진행하던 이전 반대 집회를 국회 앞 1인 시위와 매주 목요일 점심 국민의힘 당사 앞 집회로 전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산업은행 본점 이전의 불씨를 살리려 하고 있지만 개정안이 22대 국회에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안 통과를 위한 의석 과반 이상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고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에도 지난 국회와 마찬가지로 법안에 거부감을 느끼는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위원장으로 일해오다 이번 국회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박홍배 의원도 정무위에 배치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그동안 산업은행 노조와 함께 이전 반대 투쟁의 전면에서 활약했다. 만약 정무위에 배치된다면 법안에 강하게 반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의원은 총선이 끝난 다음 날인 4월11일에도 산업은행 이전 반대 집회를 찾아 “우리에게 더 큰 힘이 생겼다고 생각한다”며 “산업은행 이전 저지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폐기 7일 만에 돌아온 ‘산은 이전법안’, 22대 국회선 문턱 넘을 수 있을까
▲ 김현준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가운데)과 박홍배 민주당 비례대표(왼쪽)가 2024년 4월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전반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변수도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총선 이후로 미뤄뒀던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작업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산업은행 이전도 다른 공공기관 이전 문제와 맞물려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여당과 야당이 지역 민심을 최우선에 두고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경우 산업은행 본점 이전에 합의하는 이른바 ‘빅딜’이 이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 주요 선거에서 부산지역 민심이 필요하다면 민주당에서 산업은행 이전을 전략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의원실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여러 가지 장애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분명 소통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고 여야 합의를 통해 통과되는 모양새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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