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이준석 '5·18 차별화 행보', 22대 국회서 새 보수정당 면모 보이나

▲ 지난 1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당선인들이 5·18 묘지에 헌화·참배하고 묘비를 닦고 있다. 이 대표는 경남 김해에서 재배한 국화 1천송이를 직접 공수해 개별 묘지마다 헌화·참배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과거 몸담았던 보수정당 국민의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차별화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개혁신당이 22대 국회 거대 양당 사이에서 3석이라는 소수정당의 한계를 넘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보수정당의 면모를 보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광주 5·18 민주화운동 44주년에 즈음해 개혁신당이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안장된 995기 묘 전체를 참배한 것을 놓고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김병민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해에서 1천 송이를 갖고 간 것을 넘어 전체 그렇게 비석까지 닦는 모습이 진정성을 보여줬다"며 "이준석 대표가 참 잘한 일이다”고 말했다. 

서용주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역시 같은 방송에서 “물론 개혁신당이 3명밖에 지금 없다 하더라도 5.18을 대하는 태도가 100석 이상의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보다 조금 더 진심어리구나, 그런 판단이 될 거라고 본다”며 "거대 여당과 야당에서 좀 배워야 한다"고 바라봤다.

이 대표는 5·18 민주묘지 참배의 배경을 놓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5·18이 더 이상 갈등의 소재가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원상복귀돼 5·18 관련 논란을 빚은 인사가 대구경북 지역에 공천되는 일이 있었다"며 "용수철 같이 역사가 과거의 지점으로 돌아가려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계속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같은 정치적 사건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입장을 토대로 공론화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인다. 지지율 이탈 가능성으로 인해 기성 정당에서 쉽게 공론화하지 못하던 ‘젠더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자는 경기 수원시와 서울시, 경기 파주시가 AV배우들이 출연하는 성인페스티벌 ‘2024 KXF The Fashion’ 금지 조치와 관련해 “공권력의 행사는, 특히 문화 영역에는 명백한 불법이 있을 때만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당선자는 국가가 의심과 위험성을 근거로 ‘자유’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바라봤다. 

또 최근 발생한 ‘여성N번방’ 사건에 대해 거대 양당에서는 침묵을 유지했지만 개혁신당은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여성N번방’ 사건이란 84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한 여초카페에서 수많은 한국 남성들과 외국 남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해 공유한 일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허은아 개혁신당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내 최대 여성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성범죄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며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우리 사회의 세밀한 지원도 뒤따르길 바란다. 끝까지 책임지고 지켜보겠다. 침묵의 비겁함을 보이지 않겠다”고 적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사안별로 협력하기도, 때로는 대립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과 공조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써서 특검을 막아세웠다면 특검 수사팀장 윤석열은 없었을 것이고 지금의 대통령 윤석열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자기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5·18 차별화 행보', 22대 국회서 새 보수정당 면모 보이나

▲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17일 오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4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위해 지난달 19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부석부대표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밀어붙이고 있는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25만 원’과 같은 사안들에 대해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에서 25만 원에 대한 합리적인 수치적 근거를 제시되지 못한다면 2천 명 의대 증원을 붙들고 의료 시스템 전반을 초토화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다”며 전 국민 민생지원금 제안의 수정을 요구했다. 

개혁신당은 민주당이 찬성한 ‘더 내고 더 받기’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기도 했다.

천하람 당선자는 페이스북에서 “제 아들은 2016년생이다. 월급의 35% 넘는 돈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고, 추가로 건강보험료, 소득세를 내면 어떻게 먹고살라는 건가. 선거권 없는 미래세대 의견은 이렇게 무시하고 폭탄 떠넘겨도 되나”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이 대표와 개혁신당 당선자들은 22대 국회에서 거대 양당에 여당과 야당 모두에 불편한 ‘아젠다(Agenda)’를 공론화하는 역할을 하며 젊은 보수정당으로서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최근 ‘여성N번방’ 사건 공론화에 앞장선 것 같이 기성 국회의원들이 건드리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을 앞으로도 다룰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목에서 기성정당과 분명하게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특히 광주 5·18묘지를 참배한 것에서 보듯 기존 보수정당 지지층에서 껴안지 못했던 부분에 동의하는 세력들을 응집해 ‘새로운 보수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젊은 보수층들의 구심축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희 기자